카카오페이증권이 모회사 카카오페이에서 빌린 자금의 만기가 돌아오자 갚지 않고 만기 연장을 택했다. 회사 설립 이래 매년 쌓인 적자에 재무적 부담이 커지자 모기업의 도움을 이어가기로 한 것이다. 증권사 핵심 사업인 주식 중개에 너무 늦게 뛰어든 게 만년 적자의 배경이란 분석이 나온다.

경기도 성남시 카카오 판교 아지트./뉴스1

8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작년 9월 20일 카카오페이증권은 카카오페이로부터 연 이자 4.6%에 450억원을 빌리는 계약을 체결하면서 올해 6월 30일에 갚기로 약속했다. 이 계약은 450억원을 한꺼번에 빌리는 게 아니라 카카오페이증권이 필요할 때마다 나눠 대여하는 방식이었다.

그런데 전날 카카오페이증권은 이사회를 열어 상환 만기일을 2025년 6월 30일로 변경했다. 최초 계약일로부터 이날까지 카카오페이증권이 모회사로부터 끌어온 금액은 150억원이다.

카카오페이가 카카오페이증권에 자금을 댄 게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운영자금을 빌려주기 전엔 증자로 수천억원을 투입했다. 2020년 198억원을 시작으로 2021년 1121억원, 2022년 1000억원을 출자했다. 덩달아 카카오페이증권에 대한 카카오페이 지분도 2020년 60%에서 2022년 67.39%로 늘어났다.

카카오페이증권은 2020년 카카오페이가 바로투자증권을 인수하면서 출범했다. 흑자를 내왔던 바로투자증권은 카카오페이증권으로 간판을 바꾸자마자 적자를 기록했다. 최근 들어선 적자 폭이 확대되고 있다. 당기순손실은 2020년 67억원이었는데, 2021년 170억원, 2022년 480억원을 기록하더니 작년엔 516억원으로 증가했다. 경쟁사인 토스증권이 지난해 당기순이익 15억원을 내며 흑자 전환에 성공한 것과 대조된다.

그래픽=손민균

시장에선 출범 초 카카오페이증권의 전략이 패착이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 증권사는 출범 직후 증권사 핵심 사업인 주식 중개를 하지 않고 펀드부터 팔았다. 회사 문은 일찍 열었지만 펀드부터 파느라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은 토스증권보다 1년 늦은 2022년에 선보였다.

카카오페이증권이 MTS 출시를 놓친 시기는 한국 증시가 동학개미운동으로 뜨겁던 때였다. 삼천피(코스피 3000포인트) 기대감과 함께 개인 투자자가 1000만명을 넘어섰다. 카카오페이증권보다 1년 이른 2021년에 MTS 서비스를 시작한 토스증권은 MTS 출시 한 달 만에 신규 주식 계좌 100만좌를 모았다.

MTS는 은행보다 다양한 상품을 다루는 증권사 특성상 앱의 사용자환경·경험(UI·UX)이 비교적 복잡한데, 이 때문에 선점 효과가 중요하다. 고객이 MTS를 잘 바꾸지 않아서다. MTS 출시 시기에 따른 성과는 숫자로 드러났다. 지난해 카카오페이증권의 수수료 수익은 392억원이고, 토스증권은 이보다 2.5배가량 많은 1033억원을 기록했다. 수수료 수익은 증권사가 MTS로 주식을 거래해 받는 수익을 포함한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주식 중개는 후발주자가 선점하기 쉽지 않은 탓에 카카오페이증권의 수수료 수익이 쉽게 올라가지 않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카카오페이증권은 수수료 수익의 한 축인 해외주식 위탁매매 수수료 분야에서 승부를 보려고 했지만, 이마저도 쉽지 않은 상태다. 서학개미(해외 주식에 투자하는 개인 투자자) 공략을 위해 미국 증권사 시버트 파이낸셜 인수를 추진했지만 무산됐기 때문이다. 시버트 측은 카카오가 SM엔터테인먼트를 인수하는 과정에서 시세 조종 의혹이 불거지자 인수 계약 진행을 거부했다.

카카오페이증권 관계자는 "올해 1분기 주식 거래액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54% 증가한 11조8000억원을 기록했다"며 "실적 수치가 점차 개선 흐름을 보인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