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외 주식시장에 상장된 멕시코 투자 상장지수펀드(ETF)가 인도·베트남 등 다른 신흥국을 압도하는 상승률을 과시하고 있다. 미국 주도의 글로벌 공급망 재편 이후 멕시코가 니어쇼어링(인접국으로 생산 시설을 이동) 수혜국으로 부상하면서 대규모 자금이 멕시코 경제를 향한 덕이다. 여기에 최근 멕시코 중앙은행이 3년 만에 기준금리를 인하하며 투자 심리를 더욱 자극하고 있다.

일러스트=챗GPT 달리3

1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최근 6개월간 한국투자신탁운용의 ‘ACE 멕시코MSCI(합성)’ ETF는 28.88% 올랐다. 이는 다른 주요 신흥국 ETF를 한참 앞서는 성과다. 같은 기간 미래에셋자산운용의 ‘TIGER 인도니프티50′은 14.51% 상승했고, 삼성자산운용의 ‘KODEX 인도Nifty50′은 15.22% 올랐다. 한투운용 내에서 봐도 ‘ACE 베트남VN30(합성)’(7.82%), ‘ACE 인도네시아MSCI(합성)’(2.22%) 등보다 멕시코 ETF가 낫다.

ACE 멕시코MSCI(합성) ETF는 모건스탠리캐피탈인터내셔널(MSCI)이 산출하는 MSCI 멕시코 지수와 연동해 운용되는 상품이다. 주요 종목으로는 통신업체 아메리카 모빌, 금융서비스업체 그루포 피난치에로 방노르트, 월마트 멕시코 등이 있다. 올해 개인 투자자들은 이 ETF를 약 7억원어치 순매수했다. MSCI 멕시코 지수는 최근 6개월 동안 23.53% 상승했다.

멕시코 관련 상품 수익률이 뛰어난 건 미국도 마찬가지다. 미국 증시의 대표적인 멕시코 투자 ETF는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이 운용하는 ‘아이셰어즈 MSCI 멕시코(EWW)’와 ‘프랭클린 FTSE 멕시코(FLMX)’다. 두 ETF는 지난 6개월 동안 각각 21.52%, 20.9% 상승했다.

전문가들은 중국 견제에 나선 미국이 중국 중심의 기존 공급망 질서를 무너뜨린 이후 멕시코가 라틴아메리카의 니어쇼어링 수혜국으로 떠올랐다고 말한다. 현재 미국은 북미 3국(미국·멕시코·캐나다) 중심의 공급망 구축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멕시코는 지난해 361억달러(약 약 49조4600억원)의 외국인직접투자(FDI)를 유치했다.

멕시코로 들어오는 해외 자금 중 절반가량은 자동차 산업에 집중돼 있다. 전체 투자의 38%를 미국이 책임지고 있다. 미국 전기차 업체 테슬라도 멕시코에 50억달러(약 7조원)를 투자해 기가 팩토리를 건설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멕시코 경제의 물가 상승세가 주춤해진 점도 멕시코 투자 ETF 상승세에 기여했다. 인플레이션이 다소 둔화하자 멕시코는 지난달 21일(현지시각) 기준금리를 11.25%에서 11%로 0.25%포인트(p) 인하했다. 멕시코가 금리를 낮춘 건 3년 만이다. 금리 인하 이후 이달 11일까지 멕시코 MSCI 지수는 2.03% 상승했다.

물론 지금의 훈풍을 방해할 변수도 존재한다. 멕시코 경제의 미국 의존도가 너무 높다는 점이다. 미국이 어떤 정책을 펼치느냐에 큰 영향을 받는다. 오는 11월 미국 대선에서 ‘자국 우선주의’를 강조하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승리한다면 멕시코가 현재 누리는 특혜도 약해질 수 있다.

김후정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트럼프 당선 시 예전보다 투자 유치에 부담이 생기긴 하겠지만, 멕시코의 지리적 이점 등을 고려할 때 외국인의 투자는 이어질 것”이라며 “신흥국 안에서 멕시코와 인도를 중심으로 투자자의 선호가 뚜렷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