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야심차게 내놓은 청년 대상 금융상품들이 맥을 못추고 있다. 금융투자상품인 청년소장펀드(청년형 소득공제 장기펀드)도 마찬가지다. 사회 초년생의 자산 형성을 돕겠다는 취지에서 청년도약계좌와 함께 정부가 공들인 상품이지만, 정작 당사자들에게는 외면받고 있다.

그래픽=김윤

21일 KG제로인에 따르면 출시된 지 1년을 넘긴 청년형 소득공제 장기펀드 28개 중 설정액이 (패밀리합산 기준) 10억원 넘긴 건 단 3개에 그친다. KB자산운용이 내놓은 ‘KB지속가능배당50(채권혼합)’이 39억원을 기록한 가운데 KB한미대표성장청년형소득공제(주식-파생형)와 KB한국인덱스50청년형소득공제(채권혼합)은 각 21억원, 15억원을 나타냈다. 그 뒤로 NH-Amundi한국미국성장청년형소득공제[주식]이 9억원, IBKKOSPI200인덱스청년형소득공제[주식]은 5억원을 나타냈다.

설정액이 1억원도 채 넘지 못하는 상품도 9개나 됐다. ▲우리지속가능ESG청년형장기소득공제(주식) ▲미래에셋장기성장포커스청년소득공제(주식) ▲한화MZ픽한국&K리츠청년형소득공제(주식) ▲우리KOSPI200인덱스청년형장기소득공제(주식) ▲에셋플러스코리아리치투게더청년형장기소득공제(주식) ▲우리중소형고배당청년형장기소득공제(주식) ▲DB헬스케어청년형소득공제[주식]_운용 ▲트러스톤ESG지배구조레벨업청년형소득공제[주식](운용) ▲웰컴공모주알파청년형소득공제[주식혼합형] 등은 1억원도 모으지 못했다.

수익률도 천차만별이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전일 기준  28개 상품 중 3개월 기준으로 ▲DB헬스케어청년형소득공제증권자투자신탁[주식]_운용이 18.5%▲트러스톤ESG지배구조레벨업청년형소득공제장기증권자투자신탁[주식](운용)이 12.2% ▲미래에셋장기성장포커스청년소득공제증권자투자신탁(주식)이 10.7% 등, 10%가 넘는 수익률을 나타냈다.

반면 ▲에셋플러스코리아리치투게더청년형장기소득공제(주식) -2.9% ▲신한K컬쳐청년형소득공제[주식] -2.7% ▲마이다스신성장기업포커스70청년형소득공제(주식)(운용) -1.9% 등은 오히려 마이너스를 나타냈다.

청년소장펀드는 연간급여액이 5000만원 이하인 만 19세에서 34세까지 가입 가능한 장기증권자투자신탁 상품이다. 지난 2021년 청년들의 자산형성을 돕고자 세법개정안에 신설한 소득공제 제도를 기반으로 만들어져 작년 3월부터 본격 판매에 들어갔다. 가입 기간은 최소 3년에서 최대 5년까지다.

높은 소득공제율이 특징으로, 연 600만원 이내의 투자금 납입 시 납입액의 40%가 종합소득금액에서 공제된다. 예를 들어 가입자가 연 600만원을 펀드에 넣으면 최대 240만원의 소득공제 혜택을 얻을 수 있다.

“너무 긴 만기, 청년들에겐 부담”…애초에 매력 떨어진다는 지적도

업계에선 청년소장펀드가 다른 상품에 비해, 뚜렷한 메리트가 없다고 지적한다. 일반 주식형펀드와 차별점도 없고, 정부의 또 다른 정책형 금융상품인 청년도약계좌에 비교해 이렇다 할 장점이 없다. 그나마 청년도약계좌는 매달 70만원씩 5년 동안 저축하면 최대 5000만원을 모을 수 있다는 점에서 출시 당시 큰 관심을 끌었다.

한 자산운용업계 관계자는 “아무래도 투자자들에게 예금 상품(청년도약계좌)에 메리트가 더 있다고 느껴져 상대적으로 펀드상품 주목도가 떨어졌던 것 같다”고 했다.

만기가 너무 긴 것도 부담이다. 상대적으로 취업 상태가 불확실한 청년들에게 최대 5년에 걸친 지속적인 지출은 버겁다는 것. 다른 자산운용업계 관계자는 “5년 동안 수익률도 오락가락하는 펀드에 돈을 넣느니 투자자 입장에선 장기 저축이 더 낫다고 느낄 수 있다”고 했다.

일각에선 상품성 자체가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가뜩이나 최근 비트코인이 1억원을 넘나드는 호황기를 맞고 있어 이러한 점이 더욱 부각되고 있다. 고수익에 투자 방법도 간단한 가상자산으로의 쏠림이 이를 잘 방증한다. 유시용 중앙대학교 교수는 “청년들이 청년소장펀드의 소득공제 혜택으로는 크게 반응할 것 같지 않다”며 “좀 더 큰 호응을 얻기 위해선 세금을 아예 없애는 등 더 과감한 인센티브가 필요할 것 같다”고 전했다.

IT조선 이상훈 기자 leesh@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