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닥시장 입성을 앞둔 엔젤로보틱스가 공모 흥행에 성공했음에도 주가 하락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벤처캐피털(VC) 등 투자자들이 일제히 보호예수 1개월만을 확정했기 때문이다. VC 매도 물량이 상장 한달 뒤 한꺼번에 쏟아진다는 얘기다.
1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엔젤로보틱스의 유통가능주식 수는 상장 첫날인 오는 26일 420만5146주에서 내달 26일 787만9421주로 87% 증가한다. 엔젤로보틱스가 상장 후 발행주식 총수가 1494만5381주인 점을 고려하면 전체의 52%를 넘는 물량이 한달 만에 매물로 출회될 수 있는 셈이다.
신규 상장 기업은 통상 유통가능주식 물량을 전체 발행주식 수의 30% 이하로 3개월, 길게는 6개월 넘게 유지한다. 상장 후 곧장 오버행(대규모 물량 출회) 발생 시 주가 유지가 안 되는 것은 물론, 공모주 투자자들의 피해도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최대주주는 최소 1년 보호예수를 약속해야 한다.
엔젤로보틱스의 유통가능주식 물량 급증은 VC 등 재무적투자자(FI)들이 자발적 보호예수 기간을 코스닥시장 상장 규정 내 최소 기간인 1개월로 죄다 맞춘 결과다. 엔젤로보틱스는 웨어러블(착용형) 로봇을 개발·제조해 오면서 창업 이래 계속 적자를 낸 만큼, FI의 수마저도 많다.
스타트업 정보 플랫폼 혁신의숲에 따르면 엔젤로보틱스는 지난 2017년 설립, 지난해까지 시리즈 투자(시드·A·B)와 상장 전 지분투자(프리IPO)까지 총 네차례에 걸쳐 390억원 이상 투자를 유치했다. 증권신고서 내 VC 펀드와 투자조합 수만 26개에 이른다. 이 펀드들과 투자조합 모두 보호예수를 1개월로 정했다.
시장에선 엔젤로보틱스의 상장 후 주가 하락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보호예수 1개월 설정은 투자자 보호를 위해 기존 주주 보호예수를 요구하는 한국거래소의 문턱을 넘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었을 것"이라면서 "대규모 매도 물량이 출회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엔젤로보틱스가 수요예측 후 공모가를 공모가 희망 범위 상단을 33.3% 초과한 2만원에 확정한 것도 주가 변동 불안을 키우는 요소로 꼽힌다. 지난 8월 프리IPO에서 전환우선주 발행가 기준 주당 1만748원에 투자했던 마지막 투자자들마저도 주당 9252원의 이익을 낼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실제 엔젤로보틱스 공모가 상향 조정으로 상장 후 시가총액은 2800억원으로까지 불어나게 됐다. 프리IPO 당시 1500억원이었던 몸값이 4개월 새 약 두배로 뛰었다. VC업계 한 관계자는 "공모가 조정으로만 33% 평가이익이 발생한 것"이라면서 "공모가 아래로 주가가 떨어지지 않으면 바로 팔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투자 주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공모가가 높게 형성되면서 가장 직전에 투자한 프리IPO 투자자들마저 바로 매도를 칠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전환우선주로 발행된 프리IPO 물량만 93만405주로, 발행주식 총수의 6%가 넘는 것으로 집계됐다.
한편 엔젤로보틱스는 이익 미실현 기술특례로 코스닥시장에 상장한다. 설립 이래 한 번도 흑자를 내지 못했지만, 2026년 추정 순이익 115억원을 기반으로 기업가치를 산정하면서 고평가 논란이 일었다. 엔젤로보틱스는 2022년 56억원의 당기순손실을 냈다. 지난해 잠정 순손실은 93억원으로 집계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