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 CGV가 1200억원 규모의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하는 가운데, 이 자금을 해외 자회사인 CGI홀딩스가 MBK파트너스와 미래에셋증권PE 컨소시엄으로부터 투자받은 자금을 상환하는데 쓸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CGI홀딩스는 홍콩 증시 상장을 조건으로 투자를 받았는데, 상장이 불발되면서 새로운 투자자를 찾거나 투자금을 상환해야 하는 상황이다. CGI홀딩스는 CJ CGV의 중국·베트남·인도네시아 통합 법인이다.

서울 용산구 아이파크몰 CGV 모습. /뉴스1

13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CJ CGV(079160)는 1200억원 규모의 채권형 신종자본증권 발행 절차를 밟고 있다. 청약 및 납입 기일은 오는 15일이다. 신종자본증권은 만기가 정해져 있지만 발행하는 회사의 결정에 따라 만기 연장할 수 있어 회계상 자본으로 인정되는 채권이다.

이번 채권 발행은 성공할 가능성이 높다. 3년 적자의 늪에서 벗어난 CJ CGV가 채권 금리로 7.3%를 제시했기 때문이다. 채권 만기는 30년이지만, 2년 후 CJ CGV가 채권을 인수하는 콜옵션(매수할 수 있는 권리)이 있어 사실상 2년 만기 채권이다. 콜옵션을 행사하는 것이 관례처럼 돼 있어, 대부분 투자자는 2년 만기 채권으로 인식한다. 설령 물량을 다 채우지 못해도 공동 주관사와 인수회사가 채권을 떠안게 돼 자금 조달엔 무리가 없다.

CJ CGV는 채권 발행으로 모은 돈을 회사 운영자금으로 쓰겠다고 밝혔다. 업계에선 CJ CGV가 CGI홀딩스 투자금 상환을 통해 급한 불부터 끄지 않겠냐는 관측이 나온다. CGI홀딩스는 투자 유치 당시 약속한 홍콩 증시 상장을 지키지 못하면서, 프리IPO(상장 전 지분 투자) 투자금을 반환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해 있다.

MBK파트너스-미래에셋증권PE 컨소시엄은 지난 2019년 CGI홀딩스 지분 28.57%를 3335억원에 사들였다. 지분 100% 기업가치는 1조1600억원 수준이다. 당시 컨소시엄과 CGI홀딩스는 콜옵션(CGI홀딩스)과 드래그얼롱 권한(컨소시엄) 등의 계약을 맺었다.

높은 몸값 탓에 새 재무적 투자자(FI)를 찾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이자 부담이 크다는 점이 상환에 무게가 실리는 배경이다. FI 측은 투자금 3335억원 중 2200억원가량을 인수금융으로 조달했고, 나머지는 MBK파트너스의 1호 SS펀드 재원을 활용했다. SS펀드는 단순 지분 투자 외에도 CGI홀딩스에 이자 10% 이상으로 대출도 내준 것으로 알려졌다.

IB업계 관계자는 “(언뜻 보면 실패한 투자 같지만) 지분 투자 비중이 높지 않아 MBK파트너스의 투자 수익이 적지 않을 것이란 얘기도 많다”며 “스텝업 조항(채권 발행 이후 일정 기간이 지나면 금리를 올려주는 조건)도 있을 가능성이 높은데, 그럴 경우 수익률은 더 올라갈 수 있다”고 전했다.

CGI홀딩스와 FI 간 계약 만료는 지난해 6월이었지만, FI가 1년 연장을 수용하면서 오는 6월 만기가 도래한다. CJ CGV는 오는 상반기까지 투자금 절반, 연말까지는 잔여분을 상환하는 방안을 두고 FI와 협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채권 발행으로 모은 돈 1200억원에 가진 현금을 더해 투자 받은 돈을 상환할 것으로 보인다. CJ CGV는 작년 작년 3분기말 기준 5929억원의 현금성자산을 갖고 있다. 이와 별개로 CJ CGV 측은 모건스탠리를 주관사로 선정해 CGI홀딩스 지분 28.57%에 대한 매각도 진행하고 있다.

CJ CGV 관계자는 “채권 발행으로 모은 돈을 어떻게 활용할지 구체적으로 정하지 않았다”며 “여러 방안을 두고 검토 중”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