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반기 중 조각 투자를 증권사 앱에서 할 수 있게 된다. 현재는 조각 지분을 발행하는 스타트업(발행사)의 앱을 다운로드 받아야만 조각투자가 가능한데, 이같은 번거로움이 없어지는 것이다. 증권사 고객으로 투자자 기반을 확장하면서 발행사의 실권주도 줄어들 전망이다.

하나증권 본사. /하나증권 제공

1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하나증권은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 ‘원큐프로’에 STO 거래 탭을 신설하기 위해 시스템을 개발 중이다. 원큐프로의 첫 조각투자 상품은 미술품이 될 전망이다.

그간 투자자들은 조각투자를 하려면 발행사의 앱 설치가 필수였다. 여기서 발행사는 미술품 조각투자 상품을 발행한 서울옥션블루, 열매컴퍼니, 투게더아트와 같은 스타트업이다. 하지만 하나증권 고객은 하반기 중 발행사의 앱을 추가로 설치하는 수고를 덜게 된다.

고객뿐만 아니라 발행사도 하나증권 앱 개편에 따른 이점을 누린다. 투자자 기반이 발행사 앱 사용자가 아닌 하나증권 고객까지 확장돼 실권주가 줄어들 가능성이 커졌다. 실권주란 권리를 상실한 잔여주식이란 뜻으로, 투자자의 반응이 미지근해 발행사가 목표했던 금액보다 더 적은 금액이 모였을 때 발생한다.

신설 업체인 발행사가 아닌 금융당국의 인가를 받은 증권사가 조각투자 상품을 모집하는 것은 신뢰성을 높일 수 있어 실권주를 줄이는 데에 일조할 것으로 보인다. 기존에 미술품을 기초자산으로 조각투자 상품을 자체 앱에서 발행한 회사의 실권주 비율은 낮게는 4%, 높게는 18%에 달했다.

하나증권은 ST 발행·유통 플랫폼을 준비하는 국내 증권사 중 가장 앞서 있는 편이다. 올해 초 조직 개편을 통해 디지털자산센터를 신설했다. ST와 같은 디지털 자산 비즈니스를 가속하기 위해서다. 일부 증권사는 ST를 하겠다고 발표만 해놓고 뜨뜻미지근한 분위기인 것으로 전해졌다.

하나증권은 미술품뿐만 아니라 다른 자산을 기초로 하는 조각투자 상품도 차례로 추가할 계획이다. ST를 제도화하는 전자증권법과 자본시장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는 대로 다루는 상품을 조각투자에서 ST까지 확장하는 것이다. 현재 시장에 발행된 조각투자 상품은 모두 투자계약증권이다.

하나증권은 ST를 대형 증권사 수준의 리테일을 확보할 사업 기회로 인식하고 있다. MTS 개편을 서두르는 것 역시 관련 법이 통과되면 가장 먼저 치고 나가 고객을 끌어모으는 선점 효과를 누리기 위해서다.

업계 관계자는 “중형 증권사 중 일부는 ‘대형 증권사에 비해 승산이 없다’고 판단하는 곳이 있고 반대로 (하나증권처럼) ‘리테일 고객이 적으니 ST로 승부를 보자’라고 결정한 곳이 있다”고 진단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개정안 통과가 당장은 어려울 수 있지만 디지털 자산 시장은 언젠간 열린다”며 “지금 투자해야 늦지 않게 투자자에게 상품을 공급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