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스자산운용·마스턴투자운용·코람코자산운용 등 부동산 투자를 전문으로 하는 자산운용사의 지난해 실적이 부동산 경기침체 영향으로 급감했다. 종합자산운용사는 해외 종목 투자 증가로 실적 방어에 성공한 것으로 나타났다.

26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종합운용사를 제외한 부동산펀드 순자산 총액 기준 상위 10개 부동산 운용사의 작년 당기순이익은 약 1283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약 2386억원)과 비교해 46.2% 감소한 수치다.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63빌딩에서 바라본 여의도 증권가. /뉴스1

10개사 가운데 9개사의 작년 당기순이익이 전년과 비교해 당기순이익이 줄었다. 부동산 운용사의 실적 부진은 부동산 경기 침체로 인해 거래가 급격히 감소한 영향 때문으로 풀이된다. 부동산 운용사의 기본적인 수수료 수익원은 통상 펀드 설정 이후 운용자산(AUM) 규모에 연동돼 받는 운용보수이기 때문이다.

또 펀드에 부동산 자산을 성공적으로 편입시켰을 때 받는 매입보수와 매각 시 받는 인센티브인 매각보수도 주요 수익원이다. 운용사가 책임투자 차원에서 자사 자금을 운용 펀드에 투자해 얻는 수익도 있다.

부동산 투자가 활발했던 2022년과 달리 작년은 급격한 금리 인상으로 부동산 시장이 얼어붙었다. 특히 해외 부동산 시장의 경우 고금리와 재택근무 정착 여파로 국내 펀드들의 주요 투자 대상인 오피스 빌딩 가치가 흔들렸다. 이런 여파로 거래가 급감하다 보니 관련 수수료 수익이 줄어 부동산운용사 실적 부진으로 이어진 것으로 보인다.

업계 1위인 이지스자산운용의 경우 같은 기간 당기순이익이 1261억원에서 584억원으로 53.7% 쪼그라들었다. 코람코자산운용은 171억원에서 26억원으로 80% 넘게 급감했고, 에이디에프자산운용(-80.8%)과 캡스톤자산운용(-71.4%)도 같은 기간 당기순이익이 크게 줄었다.

그 외 마스턴투자운용(-29.5%), 켄달스퀘어자산운용(-28.2%), 삼성에스알에이자산운용(-18.0%), 하나대체투자자산운용(-12.7%)도 재작년에 비해 지난해 당기순이익이 감소했다.

베스타스자산운용은 상위 10개사 중 유일하게 실적이 개선됐다. 7억1770만원 순손실에서 6억9374억원 순손실로 적자 규모가 줄어들었다.

작년 말부터 해외 부동산 투자 실패에 따른 펀드 환매 연장이나 기한이익상실(EOD) 여파도 있어, 올해 실적에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반면 주식·채권·파생상품 등을 다루는 종합자산운용사의 경우 지난해 실적이 선방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자본 총계 기준 10대 운용사의 작년 당기순이익 총합은 8377억원으로 전년(2조5465억원) 대비 67.1% 줄었다.

다만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이 2022년 카카오뱅크 지분 매각으로 약 2조원 이상의 영업외수익을 거두면서 일시적으로 1조원대 당기순이익을 낸 것을 제외하면 2022년 10대 운용사의 당기순이익은 총 8768억원이다. 지난해는 이보다 4.5%가량 줄어든 셈이다.

대형사 10곳 가운데 한화자산운용과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은 흑자 전환했다. 신한자산운용(35.7%), 한국투자신탁운용(4.4%), 삼성자산운용(2.9%)도 전년보다 지난해 순이익이 늘었다.

일각에서는 지난해 상장지수펀드(ETF) 순자산 총액이 120조원을 넘는 등 자산운용업계가 집중하는 ETF 시장이 고속 성장 중이나, 수익 기여도가 여전히 낮다는 지적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