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반도체 기업 엔비디아가 시장의 전망치를 웃도는 실적을 발표했다. 향후 매출 전망치 역시 예상을 뛰어넘으면서 주춤했던 엔비디아 주가가 시간 외 거래에서 급등했다. 엔비디아 주식을 사들여 온 ‘서학개미(해외 주식에 투자하는 개인 투자자)’들은 투자 수익을 기대할 수 있게 됐다.

22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국내 투자자들은 이달 들어 전날까지 엔비디아 주식을 총 3억511만달러(약 4000억원) 순매수 결제했다. 같은 기간 전기차 기업 테슬라 순매수 결제 규모(2억9889만달러)보다 많아, 서학개미가 가장 선호하는 주식 1위 자리를 차지했다.

인공지능(AI) 반도체를 장악하고 있는 미국 반도체 기업 엔비디아가 21일(현지시간) 시장 예상치를 웃도는 지난해 4분기 실적을 발표하면서 시간 외 거래에서 주가가 7% 이상 상승했다. 사진은 엔비디아 로고. /로이터·연합뉴스

엔비디아 주가가 내리는 과정에서도 ‘사자’가 이어졌다. 엔비디아 주가는 지난 14일(현지시각) 739달러를 정점으로 내림세를 보여 왔다. 하지만 서학개미들은 매수와 결제 시차를 고려한 지난 17일부터 전날까지도 엔비디아 주식에 대해 7990만달러(약 1000억원) 매수 우위를 보였다. 오히려 저가매수 기회로 삼은 셈이다.

엔비디아는 21일(현지시각) 미국 뉴욕증시 마감 후 ‘어닝 서프라이즈(깜짝 실적)’를 발표했다. 엔비디아는 2023 회계연도 4분기(지난해 10월~올 1월) 기준 매출 221억300만달러(약 28조원), 주당순이익(EPS) 5.16달러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시장조사기관 런던 증권거래소그룹(LSEG)이 집계한 시장 예상치 매출 206억2000만달러, EPS 4.64달러를 모두 웃돌았다.

엔비디아는 “보수적으로 책정”한 2024 회계연도 1분기 매출 전망치를 240억달러로 제시했는데, 역시나 시장 예상치(220억달러)를 웃돌았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는 “가속 컴퓨팅과 생성형 인공지능(AI)은 ‘티핑 포인트(tipping point·변곡점)’에 도달했다”며 “전 세계적으로 기업, 산업, 국가 전반에 걸쳐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엔비디아가 주도하는 인공지능(AI) 열풍이 2008년 금융위기 전 부동산 버블 수준을 넘어섰고, 2000년 닷컴버블에 가까워졌다는 경고의 목소리도 나오지만, 투자자들의 기대감을 꺾지 못했다. 실적 발표 전 엔비디아 주가는 674.72달러까지 밀렸으나, 실적 발표 후 시간 외 거래가로 9% 안팎 뛴 730달러대를 기록 중이다.

국내 증시에서도 엔비디아 관련 종목들이 일제히 우상향 곡선을 그리고 있다. 엔비디아에 고대역폭메모리(HBM)를 공급하는 SK하이닉스(000660) 주가는 이날 장 초반 15만6000원까지 뛰며 역대 최고가를 찍었다. HBM 생산용 장비를 제조하는 한미반도체(042700)나 인쇄회로기판(PCB) 전문 이수페타시스(007660) 등도 이날 오전 10시 기준 주가가 전날보다 각각 3.6%, 5.5% 올랐다. 이 밖에 반도체 패키징 등 후공정 종목들도 일제히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