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低) 주가순자산배율(PBR) 투자 열풍이 이어지면서 코스닥 지수는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체력이 약해진 코스닥은 초전도체·이차전지 등 테마주(株) 쏠림 현상이 일어났다가 다시 상승분을 반납하는 패턴이 반복되고 있다. 일부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향후 가격 부담이 낮은 코스닥의 상승세가 두드러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일러스트=정다운

2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금융당국이 밸류업(기업가치 제고) 프로그램을 도입하겠다고 발표한 1월 17일부터 이날까지 코스피는 9.38% 오른 반면 코스닥은 4.45% 상승하는 데 그쳤다.

그전에도 코스닥은 형을 따라가지 못했다. 최근 3개월(12월 22일~2월 22일) 코스피 지수가 2.49% 오를 동안 코스닥 지수는 1.81% 상승하는 데 그쳤다. 한국투자증권에 따르면 최근 6개월 동안 코스닥은 작년 11월과 올해 2월을 제외하고 코스피보다 부진한 수익률을 보였다. 지난달의 경우 코스피 수익률은 마이너스(-) 6.00%였지만, 코스닥은 -7.8%로 더 큰 손해를 봤다. 지난해 12월도 코스닥 수익률은 4.2%로, 4.7%인 코스피보다 떨어졌다.

코스닥이 좀처럼 기를 펴지 못하는 배경엔 외국인이 있다. 작년 말부터 이어진 외국인 매수세는 코스피에 집중됐고, 코스닥 시장은 외국인과 기관 모두 매도 우위인 가운데 개인들만 사들였다. 이는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저 PBR 종목들이 코스피에 몰려있기 때문이다. 한국거래소 통계를 보면 전일 종가 기준 코스피의 PBR은 0.96배, 코스닥은 1.92배다. 코스피의 저평가 상태가 코스닥보다 훨씬 심했던 것이다.

초전도체 위에서 자석이 공중부양하고 있는 사진. 이같은 현상은 초전도체의 마이스너 효과에 의해 나타난다. /로체스터 대학

코스닥 시장에선 테마주만 활보하고 있다. 대표적인 게 초전도체와 이차전지다. 초전도체 관련 대장주 신성델타테크(065350)는 전날 장 중 24.52% 오르며 역대 최고가를 경신했지만, 이후 17.52% 하락하며 장을 마감했다. 이날 기록한 최고가(18만4800원)과 최저가(11만6500원)의 차이는 6만8300원(시가의 45.59%)으로, 시가총액 순위도 7위에서 5위에서 올랐다가 다시 8위로 밀려날 정도였다.

이차전지용 전해액을 제조·생산하는 기업 엔켐(348370)의 경우 올해 들어 285.08% 상승했다. 국내 증시에서 수익률 상위 1위다. 시총 순위도 36위에서 4위로 치솟았다. 이차전지 소재기업인 에코앤드림(101360) 또한 이차전지 전구체 공장을 착공했다는 소식 등이 알려지면서 이 기간 252.40% 올랐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작년 주도주였던 초전도체·이차전지가 다시 부각되는 건 시중에 자금이 많은데 코스닥 시장에서 갈 곳을 못 찾고 있다는 것”이라며 “같은 테마에 속해 있는 종목인데도 상승·하락이 엇갈리는 등 실체가 없는 테마주가 많아 투자에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코스피와 코스닥 월간 수익률. /한국투자증권 제공

일각에서는 코스피에 이어 이제 코스닥도 슬슬 상승 구간에 진입할 것이란 전망을 내놓고 있다. 코스닥은 코스피에 비해 고평가 부담이 덜해 상승 여력이 남아있다는 분석에서다. 시장금리 하락, 정부 정책 수혜 등 호재가 기대된다는 예상도 있다.

김대준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1월 국내 증시는 부진했지만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 기대감으로 2월 반등에 성공했다”면서 “다만 프로그램에 대한 관심은 코스피 저평가 종목에 모두 쏠려 있다. 이는 저평가 외 항목에 대한 기대치는 매우 낮다는 것을 시사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김 연구원은 “하지만 국내 증시는 시시각각 변하는 특성을 갖고 있다”며 “지금은 코스피가 투자자의 시선을 끌고 있지만 코스닥 수익률도 코스피의 뒤를 빠르고 쫓고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