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말 HMM에는 투자의견 ‘매도’를 팬오션에는 아예 분석 중단을 선언했던 신영증권이 돌아왔다. 하림그룹의 HMM 인수 협상이 최종 결렬된 데 따른 변화로 신영증권은 양사 모두에 긍정적이라는 평가와 함께 투자의견을 일제히 상향 조정했다.

1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신영증권은 이날 ‘HMM 공급과잉을 뛰어넘는 잡음은 없다’ ‘팬오션 영업외 리스크 제거로 커버리지 재개’라는 제목의 종목 분석 보고서를 각각 내고 투자의견을 상향 조정했다. HMM에는 ‘중립’을, 팬오션에는 ‘매수’를 내놨다.

국내 최대 컨테이너 선사인 HMM(옛 현대상선) 매각을 위한 최종 협상이 결렬된 지난 7일 서울 여의도 HMM 본사에 설치된 스크린에 홍보 영상이 나오고 있다. /연합뉴스

신영증권은 앞선 지난해 12월 산업은행과 해양진흥공사가 HMM 매각을 추진하며 팬오션과 JKL 컨소시엄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하자 “HMM의 현 주가가 적정가치 대비 높아졌다”고 분석하면서 투자의견을 매도로 하향 조정한 바 있다.

동시에 팬오션에는 “HMM 인수 이슈로 팬오션에 대한 커버리지를 중단하겠다”고 했다. HMM 우선협상대상자로 성정된 팬오션-JKL파트너스가 자체 조달해야 하는 자금 규모는 최소 3조5000억원으로, 주주에게 손을 안 벌릴 수 없을 것이라는 판단이었다.

커버리지 중단을 선언한 엄경아 신영증권 연구원은 당시 “기업 경영자는 일반인들이 보지 못하는 미래를 보는 사람이지만, 필자는 경영자가 아닌 애널리스트 나부랭이 일반인”이라며 “팬오션의 가치 회복 기간은 1년 이상 필요할 것”이라고까지 말했다.

산업은행과 한국해양진흥공사 등 정부 측과 하림그룹-JKL파트너스 컨소시엄이 HMM 매각을 위해 진행해온 주주 간 계약 협상이 최종 결렬된 게 신영증권의 분석 재개로 이어졌다. 당장 팬오션이 인수 자금 확보를 위해 유상증자를 단행할 것이란 우려도 해소됐다.

‘애널리스트 나부랭이’라는 신랄한 표현으로 HMM 매각 딜을 비판했던 엄 연구원은 이번 보고서에서 “매각 조건만 7주 넘게 이야기하다가 끝난 딜이라고 볼 수 있으나 실질적으로는 양측이 필요한 명분을 챙긴 마무리였다”고 짚었다.

그는 이어 “공적자금 투입 후 정상화된 기업의 매각 시도는 당연한 수순”이라며 “산업은행과 해양진흥공사는 HMM의 밸류에이션이 상승했을 때 공적자금 회수를 시도조차 해보지 않았다고 한다면 차후에 문제가 될 수 있다”고 했다.

또 “(하림 측은) 자체 보유자금이 2조원도 되지 않는 상황에서 인수 주체가 되는 계열사 주주에게 손을 빌리는 것은 기존 주주의 주식 보유 가치를 훼손하는 일이었다”며 “잔여전환사채의 전환유예, 독립된 경영권 요구 등 노력은 기울였다”고 분석했다.

서울 중구 팬오션 사옥. /뉴스1

신영증권은 HMM 매각 딜 무산으로 국내 해운사들에 대한 투자 포인트는 업황으로 무게중심이 옮겨갔다는 평가를 내놨다. 특히 HMM에는 홍해 사태 등에 따른 운임 상승을 적용, 순자산가치 소폭 상향 조정했다. 적정 주가는 1만6000원으로 제시했다.

아울러 팬오션으로는 “대형 컨테이너 선사 투자 가능성이 제거되었고, 벌크 시장 운임 반등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 팬오션의 가장 주된 투자 포인트로 작용하고 있다”면서 목표주가를 6500원으로 제시했다. 현재 팬오션 주가는 4300원 수준이다.

엄 연구원은 “팬오션 목표주가는 올해 추정 순자산가치에 0.7배를 적용한 것”이라면서 “드라이벌크 시장 구조적인 공급 부족으로 적자 가능성 제한적이라 1배 수준의 가치평가 합당하나, 열려있는 하림그룹의 인수합병(M&A) 의지를 반영해 할인율 부과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