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수익률을 생각하면 홍콩H지수 주가연계증권(ELS)은 지금 찍는 게 맞죠."

한 대형 증권사 관계자가 이같이 말한 것은 홍콩H지수가 지난달 저점을 찍은 후 반등 중이기 때문이다. 이미 1만포인트 이상에서 5000포인트 안팎까지 내렸기 때문에 여기서 추가로 반토막 날 가능성이 거의 없다는 의미다. 기초자산 가격이 일정 수준 이하로 떨어지지 않는 한 수익이 나는 ELS의 구조상, 지금 홍콩H지수 ELS에 청약하면 투자자는 이익을 볼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증권사는 해당 상품을 사실상 발행하지 않고 있다. 3년 전 발행된 홍콩H지수 ELS가 대거 손실권에 진입하면서 금융감독원이 주요 판매사인 은행과 발행사인 증권사를 연일 압박하고 있기 때문이다. 몇몇 은행은 '판매 중단'을 선언하며 사실상 백기 투항했다.

그래픽=손민균

14일 예탁결제원에 따르면 홍콩H지수·스탠다드앤드푸어스(S&P)500·유로스톡스50 등 3개의 지수를 기초자산으로 한 ELS는 올해 들어 211억원 발행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1월 1일~2월 13일)엔 2108억원 규모로 발행됐던 상품이다.

이 상품은 홍콩H지수가 섞인 대표 ELS다. 지수형 ELS는 통상 3개의 지수를 섞어 발행하는데 홍콩H지수는 대개 미국의 S&P500과 유럽의 유로스톡스50과 함께 발행된다. 주가가 빠졌을 때 사야 수익을 낼 가능성이 큰 주식처럼 ELS는 기초자산이 가격이 낮을 때 청약해야 유리하다.

실제 ELS로 예를 들어보자. 2021년 2월 발행된 미래에셋증권의 제29484회 ELS는 홍콩H지수·S&P500·유로스톡스50을 기초자산으로 한다. ELS는 6개월마다 기초자산의 가격을 평가해 일정 수준을 넘으면 조기 상환되며 투자자가 수익을 챙기는 구조다.

해당 ELS는 발행 후 6개월 뒤인 1차 자동조기상환평가일에 세 지수가 최초기준가격의 92.5% 이상이면 연 4.30%의 수익률을 제공한다. 이 수치는 발행 후 1년 뒤 90%, 1년 6개월 뒤 85%, 2년 뒤 80%, 2년 반 뒤는 80%로 바뀐다.

▲만기일인 3년 뒤 모든 기초자산의 만기평가가격이 최초기준가격의 80% 이상이거나 ▲앞서 언급된 요건을 맞추지 못했지만 세 지수 모두 최초기준가격의 47.5% 미만으로 떨어진 적이 없으면 12.90%(연 4.30%)의 수익을 챙길 수 있다. 하지만 위 수치를 만족하지 못하고 세 지수 중 어느 하나라도 최초기준가격의 47.5% 미만으로 떨어지면 손해가 발생한다. 손실률은 {(만기평가가격/최초기준가격)-1}x100%다. 이에 따른 원금 손실률은 최소 20%에서 최고 100%다.

위에서 보듯 ELS는 기초자산의 가격이 오르면 손실이 나지 않는 구조다. 달리 말하면 기초자산 가격이 낮게 형성돼 있을 때 투자해야 수익을 챙길 수 있는 상품이다. 홍콩H지수는 지난달 22일 장 중 4943.24까지 떨어지며 2022년 10월 31일에 기록한 저점(4919.03)에 근접했다. 앞서 소개한 미래에셋증권 제29484회 ELS는 55.3284% 손실 상환했지만, 지금 들어가는 투자자는 그만큼 상대적으로 안전한 셈이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5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금감원에서 열린 2024년도 금융감독원 업무계획 기자간담회에 참석해 모두 발언하고 있다./뉴스1

이론상 현재 홍콩H지수 ELS에 투자해야 수익이 날 가능성이 큼에도 증권사들은 관련 상품 발행을 꺼리고 있다. 금감원이 3년 전 ELS를 가지고 문제 삼으면서다. ELS는 증권사가 만들어 은행과 증권사가 투자자에게 판매하는데, 금감원은 금융회사가 ELS를 파는 과정에서 투자자에게 제대로 된 투자 위험을 고지하지 않았다고 보고 있다.

지난달부터 KB국민은행과 한국투자증권 등 홍콩H지수 ELS를 판 주요 판매사들이 금감원으로부터 검사를 받고 있는데, 판매 과정에서 직원들이 고객의 노후 보장용 자금과 암 보험금도 ELS에 투자할 것을 권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금감원은 고객의 손실에 판매사의 책임이 일정 부분 있다고 보고 책임분담 기준안을 마련 중이다. 판매사가 고객의 손실을 일부 보상해야 한다는 뜻이다. 지금까지 홍콩H지수 ELS 손실액은 확정된 것만 5000억원인데, 이 금액이 7조원까지 불어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ELS 판매 수수료도 얼마 되지 않는데 고객 손실까지 물어줘야 하니, 판매사로서는 ELS를 팔 동기가 떨어진다. 실제 하나은행과 KB국민은행은 지난달부터 모든 ELS 판매를 잠정 중단했다. 최대 판매사인 은행이 판매하지 않겠다고 선언하자 증권사도 마냥 ELS를 찍어낼 수 없게 됐다.

장근혁 자본시장연구원 선임 연구위원은 "(기초자산 가격) 고점에서 ELS를 발행하는 건 (손실이 날 수 있어) 신중할 필요가 있지만 저점은 상대적으로 (이런 걱정이) 덜 하다"라고 진단했다. 또 다른 증권사 관계자는 "(홍콩H지수 ELS를 발행하지 않는 건) 당국 압박이 어느 정도 작용했다"면서도 "지수가 더 떨어질 것이라고 보는 시각도 존재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