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주도의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면서 주가순자산비율(PBR·시가총액 ÷ 순자산) 1배 미만의 ‘저PBR주’ 종목들이 포진한 유가증권시장에서 빚을 내서 투자하는 ‘빚투’가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일러스트=손민균

12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7일 기준 유가증권시장의 신용거래융자 규모는 9조6804억원으로 올 초(9조200억원) 대비 6604억원(7.3%)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신용거래융자 잔고는 투자자가 주식을 사기 위해 증권사로부터 돈을 빌린 뒤 아직 갚지 않은 금액으로, 이 잔고가 늘었다는 것은 레버리지(차입) 투자가 증가했다는 의미다.

유가증권시장 내 저PBR주로 분류된 반도체·자동차·금융주 등의 신용잔고가 많이 늘어났다. 현대차의 신용잔고는 1454억5000만원으로 지난해 말(880억4000만원) 대비 65% 증가했다. 같은 기간 기아 신용잔고도 1085억원으로 121% 늘었다. 올해 들어 KB금융, 신한지주 등 금융·지주사 신용잔고도 각각 113%, 178%증가했다.

반도체 종목 중 삼성전자 신용잔고는 지난해 말 대비 42% 늘었으며, SK하이닉스는 70% 증가했다. 반도체 업황 턴어라운드 기대감에 더해 정부가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을 추진한다는 소식에 저PBR주를 찾는 투자자들의 관심이 몰린 영향으로 보인다.

저PBR종목이 포진한 유가증권시장에 시장의 관심이 쏠리며 코스닥 시장에 대한 투자 열기가 상대적으로 사그라들었다. 지난 7일 기준 코스닥시장의 신용거래융자 잔고는 8조5170억원으로, 올해 초(8조1456억원)와 비교하면 오히려 4.3% 감소했다.

코스닥 시총 상위종목 중 이차전지 종목의 신용잔고가 크게 줄었다. 같은 기간 에코프로비엠 신용잔고가 7% 줄었으며 에코프로는 17% 급감했다.

김정윤 대신증권 연구원은 “특별한 테마 투자에 대한 매력도가 떨어지는 가운데 최근 코스피 저PBR 종목으로 수급이 몰리면서 코스닥은 상대적으로 약세를 보였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