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베스트투자증권(078020)이 16년 만에 LS 계열사가 됐다. LS네트웍스(000680)는 기존에도 사모펀드(PEF)를 통해 이베스트증권을 사실상 소유하고 있었는데, 중간 단계에 끼어 있던 펀드가 청산돼 빠지면서 비로소 두 회사가 직접적인 지분 관계로 엮이게 된 것이다.

눈에 띄는 부분은 양측이 정한 지분 양수가액이다. 지분 60%의 가격을 약 1300억원으로 정했는데, 이는 시장에서 거래되고 있는 이베스트투자증권 주가보다도 싼 수준이다. LS네트웍스가 2008년 처음 투자했을 때와 비교하면 거의 반값이다.

이베스트투자증권 자료사진 2021.5.18/뉴스1 ⓒ News1 이동해 기자

◇ 2008년 첫 투자… 16년 만에 실소유주서 진짜 대주주로

23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LS네트웍스는 지난 19일 이베스트증권 지분 60.98%를 1299억원에 인수한다고 공시했다. 금융위원회로부터 대주주 변경 승인 통보를 받은 데 따른 것이다. 향후 공정거래위원회의 기업결합 심사까지 마치면 이베스트증권은 정식으로 LS 계열사가 된다.

LS네트웍스는 이미 오래전부터 이베스트증권의 실소유주였다. 지난 2008년 국내 사모펀드 운용사인 G&A프라이빗에쿼티(PE)가 3350억원 규모의 펀드를 결성해 이베스트증권(당시 이트레이드증권)을 인수했는데, LS네트웍스는 그중 30.1%에 해당하는 1010억원을 출자했다.

G&A PEF는 이베스트증권을 매각하려 했지만 번번이 불발됐다. 2015년 결국 펀드의 다른 출자자(LP)들이 풋옵션(미리 정한 가격에 자산을 팔 수 있는 권리)을 행사했고, LS네트웍스가 3300억원을 들여 지분을 모두 떠안았다. 최초에 LP로 참여했던 농협컨소시엄(1000억원)·신한은행컨소시엄(1000억원)·KB국민은행(220억원)은 전부 엑시트(투자금 회수)하고 LS네트웍스, 펀드 운용사인 G&A PE(120억원 출자)만 남게 된 것이다.

LS네트웍스는 펀드 지분 98.81%를 보유한 대주주로서 이베스트증권을 실질적으로 지배해 왔다. 이를 위해 LS용산타워를 담보로 3000억원을 조달하기도 했다. 작년 3분기 말 LS용산타워에 설정된 담보 금액은 5200억원에 달했다.

LS네트웍스가 이번에 이베스트증권을 ‘인수’한 것은 G&A PEF 청산에 따른 자연스러운 절차다. G&A PEF가 해산하면서 보유 자산을 LP에 분배하게 됐고, 유일한 LP로 남아있던 LS네트웍스가 이베스트증권 지분 60.98%를 그대로 떠안은 것이다. 현물 분배일 뿐 돈이 오가는 거래는 아니다.

◇ 기업가치 ‘반토막’… 다른 자산들과 합산 시 법인세 절감 가능

다만 서류상 인수 금액은 있다. 펀드 운용사인 G&A PE 입장에선 내부수익률(IRR)을 기반으로 성과보수를 정해야 하기 때문에 양수 금액을 계산하는 절차가 필요하다. 이번에 LS에 넘어가는 이베스트증권 주식 3383만364주(60.98%)의 가격은 1299억원이다. 기업가치를 약 2130억원으로 평가한 셈이다.

LS 입장에선 처음 투자했을 때와 비교해 몸값이 거의 반토막 난 회사를 사들인 것이다. 2008년 G&A PEF가 3350억원을 들여 이베스트증권 지분 85%를 인수했기 때문에, 당시 기업가치는 3941억원에 달했던 것으로 추산된다.

이번 지분 양수 금액은 어떻게 1299억원으로 정해진 걸까. 안진회계법인이 LS네트웍스의 의뢰를 받아 평가한 내용에 따르면, 주당 양수가액 3840원은 지난 18일 기준 한 달간 평균 주가(3879원)를 기준으로 결정됐다. 기준 주가에 경영권 프리미엄을 붙이긴커녕 오히려 마이너스 프리미엄(-1%)을 적용해 시세보다 싼 값에 인수했다.

IB 업계의 한 관계자는 “이베스트증권이 연간 기준으로 적자를 내는 회사도 아니고, 과거 금융지주 등이 눈독 들이기까지 했던 증권사 주식에 경영권 프리미엄을 적용하지 않은 건 일반적인 평가 방법으로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보통 펀드 청산과 현물 배분은 전적으로 운용사(GP)가 결정하는데, 이번 경우는 그러기 어려운 구조로 보인다”며 “지분 가치 평가에는 펀드의 주요 LP인 LS네트웍스의 의중이 반영됐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LS 입장에서 지분 양수가액을 낮게 잡으면 어떤 점이 유리할까. IB 업계 및 법조계 관계자들은 “세금을 절약하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한 M&A 전문 변호사는 “현물을 배당받은 LS네트웍스가 법인이기 때문에 배당소득세 등이 법인세에 포함된다”면서 “이베스트증권 양수가액을 낮추면 LS네트웍스 입장에선 평가 손실을 늘릴 수 있고, 그렇게 하면 LS네트웍스가 보유한 다른 자산들과 더할 시 합산 이익이 줄어 법인세를 절감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