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벤처기업에 있어서 인수합병(M&A)을 활용한 성장동력 확보는 남의 나라 얘기다. 미국은 벤처기업이 시너지 효과를 위해 또 다른 벤처기업을 인수하는 사례가 많다. 페이스북(현 메타)이 2012년 인스타그램을 인수한 것도 그런 경우다. 현재 메타는 전체 매출의 40%를 인스타그램에서 올리고 있다.

국내 벤처기업 M&A는 대부분 팔리는 사례다. 2022년 축산물 유통 스타트업이 식품 유통업체를 인수하는 일이 있었지만, 실패했다. 해당 스타트업은 인수 업체 지분을 시장에 내놨다.

상황이 이렇지만 “국내 벤처기업에 M&A는 필요하고, 또 잘할 수 있다”고 주장하는 곳이 있다. 바로 컴퍼니케이파트너스(이하 컴퍼니케이)다. 벤처캐피털(VC)로 출발한 이 회사는 사모펀드(PEF) 운용사 등에서 M&A 전담 인력을 영입하고, 아예 프라이빗에쿼티(PE)본부까지 신설했다.

“M&A를 하려는 벤처기업이 없는 게 아니라, 할 수 있는 환경이 아니었다”면서 “이제는 우리도 해야 할 때”라는 변준영 컴퍼니케이 벤처투자본부 부사장을 최근 서울 강남구 사무실에서 만났다. 이 자리에는 PEF 출신 박준규 상무와 박준범 차장 등 PE본부 소속 2명이 모두 자리했다.

컴퍼니케이파트너스 투자본부 3인방. 왼쪽부터 변준영 부사장, 박준규 상무, 박준범 차장. /주완중 기자

벤처투자본부와 PE본부 간 시너지를 이끄는 변 부사장은 VC 심사역으로 더 유명하다. 1984년생으로 카이스트에서 학·석사 학위를 받은 변 부사장은 2013년 말 컴퍼니케이에 합류해 현재까지 30개 가까운 기업에 투자했다. 리디, 직방, 뤼이드, 원티드랩 등을 발굴하며 2021년 부사장이 됐다.

변 부사장은 “VC 생태계로 진입한 이래 벤처기업가들과 끈끈하게 연을 다졌는데 이들이 하나같이 꺼낸 고충이 시너지를 낼 수 있는 기업이 있고, 해당 기업을 인수하고 싶은데 방법이 없다는 것이었다”면서 “우리가 해당 기업을 인수하면 같이 키울 수 있겠다 싶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투자한 기업이 상장하면 VC는 투자금을 회수하고 역할을 끝내지만, 기업은 그럼에도 사업을 지속한다”면서 “성장해 상장한 벤처기업이 또 한번의 확장을 컴퍼니케이와 함께하는 선순환 구조가 목표”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 어디보다 그 회사를 잘 아는 것도 우리의 장점”이라고 덧붙였다.

컴퍼니케이는 창업 3년 초과 7년 이하 중기 스타트업 단계를 넘어선, 사업과 재무에서 안정성을 갖춘 성숙 단계 벤처기업을 일명 ‘그로운업’으로 명명, 이들과의 연합 M&A를 핵심 전략에 올렸다. 컴퍼니케이가 재무적투자자(FI), 그로운업이 전략적투자자(SI)가 되는 식이다.

컴퍼니케이는 지난 2022년 5월 PE본부 확장을 정했고, 확장 결정 3개월 만에 박준규 상무를 발탁했다. 박 상무는 PEF 운용사 파라투스인베스트먼트 출신으로, PE본부의 수장 역할을 맡았다. 변 부사장과는 대학 동기였다. 이후 변 부사장의 지인이 추천한 KDB산업은행 PE실 출신 박준범 차장도 합류했다.

박 상무는 “컴퍼니케이는 누적 운용자산(AUM) 1조원의 VC로 설립 후 17년간 스타트업 투자를 지속한 하우스”라면서 “초기 투자에서 이제는 그로운업이 된 피투자 기업과 M&A에 나설 경우 이들 기업의 후속 밸류업을 계속 도울 수 있을 것이라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여기에는 컴퍼니케이가 회수 후에도 창업자와 네트워크를 잘 유지해 오고 있다는 점이 긍정적으로 작용했다. 박준범 차장은 “벤처기업 대표가 컴퍼니케이를 찾아 M&A 하고 싶은 기업들을 먼저 말하고 있다”고 말했다.

컴퍼니케이파트너스 변준영 부사장. /주완중 기자

컴퍼니케이 PE본부의 목표는 한국의 워버그핀커스가 되는 것이다. 미국의 PEF 운용사 워버그핀커스는 VC로 출발해 글로벌 PEF로 자리 잡았다. 대기업 중심 SI와 함께하는 전통 산업 기업 바이아웃을 하다가 이제는 벤처기업을 SI로 참여시키는 신산업 기업 M&A를 주도하고 있다.

박 상무는 “최근 많은 VC가 중소·중견기업 M&A로 사업 영역을 넓히고 있지만, 이들 VC와 컴퍼니케이는 근본적인 차이가 있다”면서 “기업을 사들인 뒤 되팔아 차익을 얻는 것을 넘어 피투자기업을 SI로 유치해 함께 성장을 도모하는 것이 핵심”이라고 말했다.

컴퍼니케이는 구체적으로 리디, 직방, 원티드랩, 캐치테이블, 바로팜 등 그로운업으로 성장한 13개 기업과 M&A 지원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실제 컴퍼니케이의 주요 투자 기업인 직방은 지난 2022년 7월 삼성SDS의 홈 사물인터넷(IoT) 사업부를 966억원에 인수했다. 그 외 현재 추진 중인 사안은 아직 진행 중이어서 외부에 밝힐 수는 없다고 했다.

박 차장은 “스타트업으로 출발해 그로운업으로 성장했다고 해도 이들의 근간은 벤처기업으로, M&A 인력도 구축돼 있지 않다”면서 “PE본부를 둔 VC로서 M&A를 원하는 기업에 사업실사(CDD), 재무실사(FDD), 법무실사(LDD) 등 실무적 지원도 해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변 부사장은 이어 “온라인몰을 운영하는 플랫폼 그로운업에는 인수사의 제품을 공급하고, 인수 기업 디지털 광고에도 (컴퍼니케이가) 투자한 그로운업이 직접 역할을 맡는 구조로 2개 기업 인수를 추진하고 있다”면서 “그로운업을 SI로 삼아 M&A를 추진하는 것은 물론, 향후 M&A 추진 기업에 별도의 투자를 진행하는 구조도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