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업계가 내부통제와 리스크 관리에 본격적으로 착수했다. 지난해 차액결제거래(CFD) 서비스의 허점을 이용한 신종 주가 조작 사건, 랩·신탁 자전거래, 사적 이익 추구 등 연이은 사건·사고로 논란이 됐던 만큼 올해는 이미지 개선에 나서겠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신한투자증권은 올해 조직 개편에서 리스크관리본부를 그룹으로 승격하고 고객 자산 보호를 위해 고객리스크관리부를 신설했다. 리스크 관리를 빈틈없이 하겠다는 목표에서다. 또 내부통제운영부를 확대 개편해서 준법경영부로 운영하게 된다.

서울 여의도 63빌딩에서 바라본 여의도 전경. 주요 증권사 빌딩이 보인다. / 뉴스1

KB증권도 고객자산리스크 전담 조직을 새로 만들었다. NH투자증권은 내부통제기능 강화를 위해 기존 준법감시본부를 준법지원본부로 개편했다. 교보증권도 기존 리스크 관리본부 외에 리스크 심사본부를 신설했다. 투자심사 업무에 대한 관리 감독을 강화한 것이다. 교보증권은 내부통제 강화 차원에서 최고고객책임자(CCO)조직을 소비자보호본부로 개편하고 정보보호본부도 신설했다. 고객 정보보호에 앞장서겠다는 취지다.

지난해까지 증권사들의 조직 개편은 IB 부서 확대와 자산관리 부문 강화 등 수익성 강화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이에 반해 올해는 리스크 관리에 매진하는 상황이다. 지난해 6월 CFD를 이용한 무더기 하한가 사태 등 증권사의 신뢰를 잃는 사건이 잇달아 일어났기 때문이다. 신뢰 저하뿐만이 아니었다. 증권사들은 CFD 미수금 등으로 수천억원의 손실을 뒤집어써야 했다. 키움증권은 지난해 4월 라덕연 일당의 주가 조작 사건에 이어 10월 영풍제지 하한가 사태로 5000억원에 가까운 미수금을 떠안기도 했다.

내부 직원이 부당 이익을 취한 사건도 이어졌다. D증권사 등에서 근무했던 한 애널리스트는 업무상 취득한 정보로 주식을 거래한 후 부당 이득을 취득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또 다른 D사 프라이빗뱅커(PB)는 2011년부터 피해자들에게 수익률 10%가 보장되는 비과세 펀드라고 속여 가입을 유도한 후 총 734억원을 챙긴 혐의로 적발됐다. H증권사 직원은 1000억원대의 BNK경남은행 횡령 사건 공범 혐의자로 지목됐다.

또 증권사의 채권형 랩어카운트와 특정금전신탁 ‘돌려막기’도 증권사의 발목을 잡았다. 금감원 검사 결과에 따르면 9개 증권사 운용역은 랩·신탁 업무에서 불법 자전거래를 활용해 고객 계좌 간 손익을 이전해 온 것으로 나타났다.

증권사들이 투자자 신뢰 회복을 최우선으로 두고 있다는 점은 대표 신년사에서도 드러난다. 지난 2일 대표이사에 취임한 김성환 한국투자증권 사장은 “적극적인 리스크 관리 프로세스를 조기에 구축해야 한다”며 내부통제 시스템 강화를 요청했다.

김상태 신한투자증권 대표도 “‘과거에 문제가 없었으니깐’이라는 관행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성현·이홍구 KB증권 사장은 “금융 회사의 사회적 책임과 윤리경영으로 신뢰를 강화해야 한다”며 내부통제시스템의 원활한 운영을 강조했다.

금융투자협회도 증권업계 신뢰 회복에 나섰다. 금투협은 올해 증권업권 내부통제기준 개정을 추진한다. 서유석 금투협 회장은 신년사에서 “책무구조도 도입 등 금융회사 지배구조법령 개정에 맞춰 표준내부통제기준 개정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투자자들이 안심하고 자본시장에 참가할 수 있도록 금융투자회사의 내부통제 역량 강화를 지원한다는 것이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연달아 증권사 사건·사고가 이어지면서 금융당국의 제재도 강화됨에 따라 증권사들도 대응의 필요성을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