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중구 남산에서 바라본 아파트 모습. /뉴스1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에 대한 우려가 사라지지 않고 있다. 위기의 불씨가 살아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가운데 자본 적정성 지표 하락 등으로 중소형 증권사 신용도에 ‘빨간불’이 들어오고 있다. 대형 증권사 역시 경영 불확실성 우려가 없지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5일 증권업계 등에 따르면 최근 다올투자증권과 하이투자증권의 신용등급 전망이 잇따라 하향 조정됐다. 주요 신용평가사인 한국기업평가는 지난달 29일 다올투자증권의 신용등급 전망을 ‘A(안정적)’에서 ‘A(부정적)’로 내렸다. 같은 달 24일 하이투자증권의 신용등급 전망을 ‘A+(긍정적)’에서 ‘A+(안정적)’로 내린 직후다. 향후 모니터링 기간 내 개선이 되지 않는다면, 신용등급이 강등될 가능성이 높다는 의미다.

이런 결정의 주된 원인은 부동산 PF 시장 침체에 따른 기업금융(IB) 부문의 실적 부진이다. 다올투자증권(030210)은 부동산 시장 위기가 시작된 작년 4분기부터 올해 3분기까지 영업 적자를 이어가고 있다. 올해 3분기 당기순손실은 124억원에 달한다. 하이투자증권도 같은 기간 당기순이익이 1년 전보다 48.8% 감소했다.

등급 변동 요인. /한국기업평가 제공

자본 적정성 지표 악화도 영향을 끼쳤다. 특히 신용등급이 부정적으로 강등된 다올투자증권의 9월 말 기준 우발채무(유동화증권 매입 및 확약 실행분 포함) 규모는 5554억원(자기 자본 대비 74.4%), 부동산 PF 관련 우발채무와 기업 여신 규모는 4829억원(자기자본 대비 64.7%)에 이른다. 이에 순자본 비율(NCR)은 2022년 말 기준 300.8%에서 올해 9월 말 274.3%로 떨어졌다.

증권업계에서는 이들 증권사의 신용등급 전망이 먼저 내려갔을 뿐 대신증권·한화투자증권 등 다른 중견, 중소형사도 우려되긴 마찬가지라고 입을 모은다. SK증권(001510)은 이미 한기평 외에도 한국신용평가·나이스신용평가 등 국내 3대 신평사가 모두 등급 전망을 ‘부정적’으로 유지하고 있다. 올해 신규 평가된 케이프투자증권은 ‘A-(부정적)’를 받았다. 신용등급 전망이 ‘부정적’으로 변경되면 향후 6개월 내 등급 하향 가능성이 커진다.

정효섭 한기평 연구원은 “브릿지론 대부분이 내년 상반기 중에 만기 도래할 예정이어서 향후 1년간 PF 손실 부담이 과중할 것”이라며 “중·소형사의 경우 자기자본 대비 PF 손실 비중이 9~14% 수준에 이를 것으로 보여 재무 부담 점검이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공사 중인 고층 아파트 모습. /뉴스1

증권가에 들이닥친 신용도 하향 바람은 대형 증권사까지 위협하고 있다. 올해만 두 차례 주가 조작 사태에 연루된 키움증권(039490)은 3대 신평사로부터 동시에 경고를 받았다. 향후 키움증권의 리스크 시스템이 보완되지 않거나, 평판 하락에 영업 기반이 흔들린다면 현재 ‘AA-(안정적)’ 신용도를 내릴 수 있다는 내용이다. 최근 금융위원회로부터 최고경영자(CEO)가 중징계를 받은 KB증권과 NH투자증권(005940)도 경영 불확실성 우려에 부딪혔다.

투자금융업계 관계자는 “부동산 PF 부실을 비롯해 해외 대체투자 손실, 고금리 속 채권 평가손실 등으로 실적은 물론 자금 조달이 어려워지는 등 증권업계 전반적인 상황을 좋지 않게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라며 “내년에도 이런 상황이 이어질 것으로 보여 신용도 전망이 밝지 않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