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反) ESG(환경·석탄·지배구조) 기업으로 낙인찍힌 삼척블루파워가 개인 투자자들 사이에서 연 7%대 이율을 보장하는 고금리 투자처로 주목 받고 있다. 강원 삼척에 석탄 발전소를 건설할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공모채를 발행했는데, 반 ESG 성향을 우려한 기관들은 투자를 꺼리는 반면 어려운 조달 환경에 채권 금리가 뛰는 바람에 개인에게는 매력적인 투자처가 된 것이다.

강원도 삼척에 건설되고 있는 석탄화력발전소 모습./삼척블루파워제공

2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이날 삼척블루파워9 채권은 장내에서 연 수익률 6.289%로 거래를 마감했다. 지난 9월 발행 당시 발행금리는 연 7.402%였는데, 매수 수요가 늘면서 채권 가격이 올라 금리가 다소 하향 조정됐다.

삼척블루파워는 강원도 삼척시에 짓고 있는 2100MW 규모의 민자석탄발전소를 운영하기 위해 세워진 회사다. 총 투자비는 4조9000억원으로 책정됐다. 이달 15일 기준 종합공정률은 93.6%로, 현재 마무리 공사를 진행하고 있다.

앞서 지난 9월 삼척블루파워는 건설·채무 상환 자금 등을 마련할 목적으로 2050억원 규모 9회차 회사채를 발행했다. 당시 기관 대상 수요예측에서 받은 주문은 240억원에 그쳤고, 수요 주문을 메우지 못하자 가산금리(스프레드)는 희망 금리 밴드 최상단으로 정해졌다. 삼척블루파워 채권은 3년물로, 발행금리가 7.042%에 달했다.

이 상품의 금리가 밴드 최상단으로 결정된 것은 석탄화력발전소가 대표적인 반 ESG 사업으로 꼽히는 탓이다. 삼척블루파워가 전세계적인 탈석탄 기조를 역행하는 사업지이기에, ESG 투자를 지향해야 하는 기관들은 매입할 수 없는 채권이 된 것이다.

결국 1810억원이 미매각되면서 주문 받지 못한 물량은 6개 주관사(NH·미래에셋·신한·KB·키움·한국투자증권)가 인수했다. 주관사에서도 기관 주문을 받지 못할 것을 우려해 리테일 목적으로 아예 월 이표채 구조로 발행했다. 기관이 사지 못하는 고금리 채권이라는 소문이 돌자, 개인 투자자들이 이를 불티나게 사들였다고 한다.

기관 투자자들에게 외면 받은 삼척블루파워 채권에 개인 매수가 몰린 이유는 금리가 높은(가격이 낮은) 상품인데도 재무구조와 주주 구성이 안정적이고 신용등급(A+, 안정적)까지 높기 때문이다. 통상 채권은 리스크가 높을 때 금리가 올라가는 경향이 있다.

현재 삼척블루파워 지분은 포스코인터내셔널(29%), 두산에너빌리티(9%), 포스코이앤씨(5%) 등이 보유하고 있다. KDB산업은행과 국민연금공단 등이 출자한 ‘KIAMCO 파워에너지 3호’ 펀드도 재무적 투자자로서 지분 54.53%를 갖고 있다.

신용평가사에서는 향후 사업 구조에 주목해 투자적격 등급의 신용도를 매긴 것으로 전해진다. 한국기업평가는 “정책환경 악화, 연료비 변동성 확대로 실적 가변성이 커지고 있지만, 상업 가동 후 점진적인 재무안정성 개선이 기대된다”는 평가를 내놨다.

이처럼 삼척블루파워 회사채는 여러 모로 매력이 높은 상품이지만, 반ESG 기업에 비우호적인 투자 환경이 조성돼 계속 높은 금리에 자금을 조달해야 한다면 재무 부담이 커질 우려도 있다. 회사채 수요예측 과정에서 미매각되는 사례가 이어지면, 자금 조달 여건이 더 나빠질 수 있어서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이른바 ‘채권쟁이’ 중에서는 대주주 구성, 재무구조, 금리 등을 고려해 삼척블루파워9를 개인 계좌에 대량으로 담은 이들이 꽤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