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가 정점에 도달한 후에도 고금리가 지속될 거라 본다. 고금리 장기화 속에서 채권 투자 매력이 더 커진다고 보기는 어렵지만, 기관 투자자에게 채권 투자는 여전히 매력적이라 생각한다.”

고물가와 고금리 기조에 이스라엘·하마스 분쟁으로 인한 지정학적 리스크 등이 겹치며 경제 불확실성이 걷히지 않고 있다. 미국 교직원퇴직연금기금(TIAA) 산하 자산운용사인 누빈(nuveen)의 사이먼 잉글랜드-브래머(England-Brammer)는 지금 같은 때엔 채권 중에서도 투기(정크) 등급이 아닌 투자 등급 회사채에 투자하는 것을 선호한다고 했다.

누빈은 올해 6월 말 기준 1조1000억달러(약 1500조원)의 자산을 운용하고 있다. 그중 3분의 1이 TIAA 자산이다. 채권 운용 규모가 4300억달러로 가장 크다. 한국 내 채권 투자 규모는 국채를 제외하고 3억4700만달러(18건)에 달한다. 누빈은 대체투자(인프라, 부동산, 실물자산, 사모 및 대출 채권 등)로 총 3800억달러를 굴리고 있으며, 주식 투자액도 3500억달러에 달한다. 누빈은 30국에 진출했으며, 2021년 3월 서울 사무소를 열었다.

잉글랜드-브래머는 2016년 TIAA에 합류했다. 현재 EMEA(유럽·중동·아프리카)·APAC(아시아·태평양) 기관·글로벌 클라이언트 그룹 부문 대표로서 홍콩에 머물며 유럽·중동·아태 지역 자산관리 사업을 총괄하고 있다. 악사(AXA)·인베스코(Invesco) 등에서 기관 투자자 대상 영업을 담당했다. 이달 19일 서울 여의도 국제금융센터 Two IFC에서 잉글랜드-브래머를 만났다.

사이먼 잉글랜드-브래머 누빈자산운용 EMEA(유럽·중동·아프리카)·APAC(아시아·태평양) 기관·글로벌 클라이언트 그룹 부문 대표가 10월 19일 서울 여의도 국제금융센터 Two IFC에서 조선비즈와 인터뷰하고 있다. /누빈자산운용 제공

-미국 금리 인상이 끝날 때가 됐다고 보나.

“글로벌 인플레이션 우려는 여전하고 쉽게 해소될 것으로 보지 않는다. 현재로서는 고금리 기조가 상당히 강해 보인다. 미국뿐 아니라 유럽과 다른 선진국 시장에서도 금리 전환점에 가까워지고 있다고 보지만, 인플레이션이 언제 변화할지는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기관 투자자들은 금리가 정점에 도달한 후에도 고금리 상태가 장기적으로 유지될 거라 본다.”

-고금리와 중동 지정학 위기 등으로 주식·채권에서 자금이 이동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최근 일어난 중동 지역의 분쟁은 처음 겪는 일이 아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분쟁처럼 지정학적 리스크는 계속 있었다. 이런 리스크를 경험으로 학습했기 때문에 이번 중동 분쟁이 투자 흐름에 있어서 큰 변화를 일으킬 것으로 생각하지는 않는다. 전반적으로 봤을 때 모든 자산군에서 양질의 자산을 찾아 나서는 움직임이 있다. 예를 들어, 채권에선 투자 등급 회사채를 선호하는 경향을 들 수 있다. 신흥국에도 충분한 투자 기회가 있다고 보긴 하지만, 보다 선별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고금리가 이어진다면 채권 투자는 어떤 식으로 접근해야 할까.

“고금리 속에서도 전반적으로 기관 투자자에게 채권 투자는 여전히 매력적이라 생각한다. 채권 운용에 있어서도 양질의 자산에 투자하는 것을 선호한다. 투자 등급 회사채를 선호한다. (위험도가 상대적으로 높은) 하이일드 회사채와 유동화 자산엔 선별적으로 투자를 하고 있다.”

-누빈은 실물자산 중에선 부동산에 상당 부분 투자하고 있다. 변화가 있다면.

“부동산의 경우 투자 분야나 대상이 더 세분화됐다. 기존 부동산 펀드는 각각의 부동산 분야를 하나의 펀드로 묶어서 투자하곤 했다. 지금은 기관 투자자가 특정 분야에 투자를 결정할 수 있게 더 세분화했다. 투자자 선호도에 맞춰 오피스·물류·리테일 등 특정 분야에만 투자할 수 있게 했다.”

-부동산 시장을 세분화한 후 투자 수요에 실제 변화가 있었나.

“기관 투자자의 부동산 투자 자산 중, 오피스 비중이 포트폴리오의 50% 이상을 차지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이젠 기관 투자자의 영역별 전문성이 커졌다. 포트폴리오의 50%를 오피스에 투자하는 것보다 포트폴리오를 분산하려는 수요가 크다. 오피스 집중도를 낮추고 싶다면, 물류 등에 특화된 펀드에 투자할 수도 있다. 단순히 벤치마크에 따라 투자하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분야로 투자 자산을 배분하려는 수요가 커지고 있다.”

사이먼 잉글랜드-브래머 누빈자산운용 EMEA(유럽·중동·아프리카)·APAC(아시아·태평양) 기관·글로벌 클라이언트 그룹 부문 대표가 10월 19일 서울 여의도 국제금융센터 Two IFC에서 조선비즈와 인터뷰하고 있다. /누빈자산운용 제공

-한국 부동산 시장은 어떻게 보나.

“한국에선 물류창고와 오피스 시장에 주목하고 있다. 2019년 경기도 남양주에 있는 라스트 마일 물류센터를 인수했는데, 현재 쿠팡과 이마트24가 입주해 있다. 2020년엔 경기도 의왕 물류센터와 쿠팡 안성 신물류센터 등을 인수했다. 한국에서 부동산 대출 투자도 계획하고 있다.”

-부동산 외에 한국에서 또 투자하고 있는 분야는.

“재생에너지 부문에 투자하고 있다. 한국은 재생에너지 기술이 많이 발전돼 있고, 시장 수요도 많은 편이라 성장 가능성이 충분하다. 재생에너지 투자는 재생에너지 전문 자회사 글렌몬트 파트너스가 담당하고 있다. 한국 전담 인력도 있다. 글렌몬트는 지난해 SK디앤디(210980)와 합작법인을 설립했다. 1600억원 규모의 금융 플랫폼 구축을 통해 태양광 발전 자원을 본격적으로 매입하고, 다양한 설루션을 적용한 전력 중개 사업을 추진 중이다.”

-중국 의존도를 낮추려는 움직임 속에 아시아 여러 나라가 ‘넥스트 차이나’로 거론되고 있다.

“다양한 이유로 현재 중국에 대한 투자를 자제하려는 움직임이 있다. ‘넥스트 차이나’로 떠오르는 나라는 투자 부문에 따라 다를 것이다. 제조업에선 인도네시아나 베트남, 반도체에선 대만이 두드러지고, 한국의 경우엔 기술 전반에 강점이 있다고 생각한다. 한 국가가 모든 분야를 담당하는 게 아니라, 특정 지역이 특정 역량을 보유하고 있다는 것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