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티넘인베스트먼트가 클로버추얼패션 지분 매각을 추진하는 가운데 신한벤처투자가 마수걸이 투자에 나섰다. 신한벤처투자는 클로버추얼패션 구주를 100억원어치 사들인다. 에이티넘인베스트먼트는 클로버추얼패션을 투자한 펀드의 만기가 다가와 마지못해 매각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클로버추얼패션의 기업가치는 에이티넘의 첫 투자 때보다 30배 가까이 불어났다.

아바타에게 가상으로 원단의 재질과 물리적 특성을 구현해 의상을 디자인, 피팅할 수 있는 3D 의상 디자인 소프트웨어 '클로'. /클로버추얼패션

11일 벤처캐피털(VC) 업계에 따르면 최근 신한벤처투자는 에이티넘인베스트로부터 클로버추얼패션 지분 100억원어치를 사들였다. 에이티넘인베스트먼트는 여러 기관 투자자를 대상으로 보유 중인 클로버추얼패션 지분 매각을 진행하고 있는데 신한벤처투자가 첫 투자에 나서게 됐다.

2009년에 설립된 클로버추얼패션은 3차원(3D) 의상 시뮬레이션 알고리즘에 기반해 의상 디자인 소프트웨어, 디지털 의상 콘텐츠 관리·협업 커뮤니티 플랫폼 등을 서비스하고 있다. 3D 패션 디자인 소프트웨어인 ‘클로(CLO)’와 게임 및 애니메이션 분야 의상 디자인 소프트웨어인 ‘마블러스 디자이너(Marvelous Designer)’가 대표 서비스다.

에이티넘인베스트먼트는 클로버추얼 패션의 기업가치가 270억원 수준이던 2014년 첫 투자를 단행했다. 현재 기업가치는 약 8000억원으로 당시의 30배 수준이다. 클로버추얼패션은 2014년 45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했는데, 에이티넘인베스트먼트와 스톤브릿지벤처스가 각각 30억원, 15억원의 상환전환우선주(RCPS)를 매입했다. RCPS는 주식과 채권의 성격을 모두 갖췄다. 채권처럼 만기 때 상환받거나, 원할 경우 우선주를 보통주로 전환해 팔 수 있는 권리를 갖고 있다.

에이티넘인베스트먼트는 신한벤처투자를 시작으로 순차적으로 구주 매각을 진행할 계획이다. 다만 클로버추얼패션의 기업가치가 낮지 않은 만큼 여러 투자자가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한 VC업계 관계자는 “기업 자체에 대해선 긍정적이라 할지라도 몸값이 비싸 망설이고 있는 투자자들이 많을 것”이라고 전했다.

이번 구주 매각은 펀드 만기에 따른 투자금 회수 목적이다. 에이티넘인베스트먼트는 ‘에이티넘고성장기업투자조합’을 통해 클로버추얼패션에 투자했는데, 펀드 규모는 2030억원이다. 해당 펀드는 2014년 조성돼 만기를 앞두고 있다. 올해 초였던 만기를 1년 연장했다. 통상 벤처펀드의 만기는 7~8년 정도다.

에이티넘인베스트먼트는 이번 매각을 마치면 최근 결성된 새 펀드를 통해 또다시 클로버추얼패션에 투자할 계획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클로버추얼패션이 발행할 신주에 투자하는 방식이다. 에이티넘인베스트먼트는 지난달 ‘에이티넘성장투자조합2023′을 결성했는데, 펀드 규모는 8000억원으로 단일 펀드로는 업계 최대 수준이다.

이 펀드의 대표펀드매니저는 VC업계 연봉 1위로도 잘 알려진 김제욱 부사장이다. 김 부사장은 지난해 급여 3억7300만원, 상여 278억8400만원 등 총 282억5600만원 수준의 보수를 수령했다. 올 상반기만 해도 44억원을 받았다. 그는 가상화폐 거래소인 업비트 운영사인 두나무와 부동산 플랫폼 기업 직방 등에 투자해 본인뿐 아니라 출자자들에게도 큰 수익을 안겨주며 업계에서 신뢰를 얻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