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의 무력 분쟁이 새로운 중동전쟁으로 번질 우려가 커지면서 국내 증시에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커졌다. 중동 지역의 불안이 국제유가를 끌어올리면 고물가·고금리가 장기화해 주가 하방 압력을 높일 수 있다는 전망이다.

8일(현지 시각) 이스라엘의 보복 폭격으로 연기가 치솟는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AFP=연합뉴스

8일(현지 시각) 로이터 통신 등에 따르면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이날 하마스와 이슬라믹지하드의 군사·통치 역량을 파괴한다는 이스라엘 안보 내각의 결정을 승인하며 사실상 전쟁의 시작을 알렸다. 현재 양측 사망자만 500여명 수준으로, 2년여만의 양측 간 최대 무력 충돌로 치닫고 있다. 게다가 레바논에서도 이스라엘을 향한 박격포탄이 발사되면서 확전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레바논은 이란이 지원하는 또 다른 이슬람 무장세력인 헤즈볼라가 기반을 둔 지역이다.

뉴욕상업거래소에서 11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선물 가격은 지난 6일(현지 시각) 전장보다 0.58% 오른 82.79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9월 말에는 배럴당 90.79달러까지 올라 전월 말 보다 8.6% 상승하는 등 변동성 장세를 보이고 있다.

국제유가는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고금리 장기화 우려, 산유국의 감산 연장에 따른 공급 부족 불안 등으로 최근 오름세를 보이는 상황이다. 국제금융센터는 “연말까지 글로벌 원유 공급 부족으로 국제 유가 강세가 이어질 전망”이라고 설명하기도 했다.

여기에 예기치 못한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하마스 전쟁까지 발발하며 국제 유가가 상승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그간 바이든 행정부는 사우디-이스라엘 관계 정상화와 유가 안정을 위한 원유 증산을 추진했다. 1년 전 미국 정부의 증산 요청을 거절한 사우디 정부는 전날인 7일 미국에 원유 증산 의사를 통보했다. 그러나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의 분쟁이 발발하면서 이런 해빙 분위기가 차갑게 식었다.

그래픽=조선비즈

통상 국제 유가의 상승은 물가 상승과 무역수지, 환율에도 영향을 미치게 되고, 중앙은행의 금리 인상으로 이어지게 된다. 자비어 블라스 블룸버그 에너지·원자재 담당 칼럼니스트는 전날 1973년 이스라엘과 아랍 세계 국가 간의 중동 전쟁(욤키푸르 전쟁)에서 이스라엘이 승리하자 산유국들의 보복 조치로 국제 유가가 4.7배까지 치솟았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헬리마 크로프트 RBC캐피탈마켓 원자재 전략 책임자는 블룸버그동신에 “이스라엘이 공개적으로 하마스의 공격 배후에 이란이 있다고 발표하는지, 그로 인해 이번 분쟁이 확전될 것인지 등을 예의주시해야 한다”며 “전쟁이 확전되면 전 세계 주식시장을 분명 짓누를 것”이라고 전했다.

전쟁이 장기화하면 세계 정세 불확실성으로 위험 자산에 대한 투자 심리가 위축될 것으로 전망된다. 결국 시장 자금이 금과 같은 안전자산에 몰리며 주가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앞서 지난해 2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우려가 커지고 휴전 협정이 불발되자 다우지수와 나스닥지수는 꾸준히 하락했다. 이후 아시아 증시도 악세를 면치 못했다.

최유준 신한투자증권 수석연구원은 “인플레 둔화가 지속된 상황에서 고유가는 에너지 가격 뿐만 아니라 다양한 경로로 물가에 영향을 준다”며 “긴축 전망을 강화하고 기업의 비용 부담이 가중되기 때문에 주식 시장에 대체로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