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약품 품질관리 전문기업 에스엘에스바이오가 코넥스 시장에 입성한 지 7년 만에 코스닥 이전 상장을 앞두고 있다. 바이오 기업들의 투자 심리가 여전히 얼어붙은 탓에 공모가는 희망 공모가 범위 하단을 확정했다. 오버행(대규모 잠재적 매도 물량) 우려도 있지만, 상대적으로 저렴한 공모가 덕에 기업공개(IPO)가 흥행에 성공할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이영태 에스엘에스바이오 대표이사. /에스엘에스바이오 제공

4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에스엘에스바이오는 오는 20일 코넥스 시장에서 코스닥 시장으로 이전 상장을 앞두고 있다. 공모 물량은 77만주(약 53억원)로 구주 매출 없이 100% 일반공모로 모집한다. 공모가는 7000원으로 상장 후 예상 시가총액은 약 537억원이다. 일반 투자자 청약은 10∼11일 진행된다. 주관사는 하나증권이다.

2007년 설립돼 2016년 코넥스 시장에 상장한 에스엘에스바이오는 의약품 품질 관리와 신약 개발 지원 사업, 인체·동물용 체외진단기기 개발 사업 등을 하는 기업이다. 체외진단기기란 질병의 진단이나 예방, 건강상태의 평가 등을 목적으로 인체에서 채취된 조직이나 혈액, 소변 등의 검체를 이용해 검사하는 의료기기 및 시약 등을 말한다.

에스엘에스바이오는 지난달 18일부터 22일까지 기관 투자자를 대상으로 수요예측을 실시한 결과 공모가를 7000원으로 확정했다. 상장 주관사인 하나증권이 제시한 희망 공모가 밴드는 8200~9400원이었는데, 밴드 하단보다 15% 가까이 낮아진 가격에 공모가가 정해졌다. 기관 640곳 가운데 567곳(88%)이 공모가 하단 또는 하단 미만을 써낸 탓이다. 기관 수요예측 경쟁률은 235.14대 1을 기록했다.

적은 시가총액에도 IPO 흥행을 담보하긴 어려운 상황이다. 금리 인상과 엔데믹(코로나19 팬데믹 종료)으로 바이오 기업에 대한 투자 심리가 얼어붙었기 때문이다. 바이오 기업은 금리가 높아질수록 상황이 악화하는 경향이 크다. 신약 개발에 많은 자금이 투입되는 만큼 자금 조달 비용이 올라갈 경우 부담이 커지기 때문이다.

오버행 우려도 IPO 흥행에 발목을 잡는 요소다. 에스엘에스바이오의 상장 직후 유통 가능한 물량은 총 470만431주(61.24%)로 올해 코스닥 상장사의 평균 유통 가능 물량 비율인 33.32%보다 2배가량 높아 오버행 부담이 크다는 평가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오버행 리스크도 있지만) 에스엘에스바이오는 의약품 품질 관리 사업 매출 의존도가 80%에 달하는데 시장 규모가 크지 않아 성장성에 한계가 있다”며 “신규 진단키트를 개발해 시장에서 자리를 잡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다만 수요예측 성적이 저조한 탓에 공모가가 희망 범위보다 낮게 책정되면서 가격 매력이 부각될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또 다른 바이오 기업인 지아이이노베이션(358570)은 낮은 가격대로 형성된 공모가 덕분에 일반청약 경쟁률이 262대 1을 기록하기도 했다. 지아이이노베이션은 상장 첫날 공모가(1만3000원) 대비 55% 올랐다. 현 주가(지난달 27일 기준) 또한 공모가 대비 2배 넘게 오른 2만6500원 수준이다.

한 투자자문사 관계자는 “기관 투자자가 아닌 일반 투자자 입장에서 가격이 저렴한 점은 하나의 투자 포인트가 될 수 있다”면서도 “청약에 앞서 가격뿐 아니라 기업 가치 등을 면밀히 고려해야 한다”고 전했다.

에스엘에스바이오는 지난해 매출액 108억원, 영업이익 24억원, 당기순이익 28억원을 기록했다. 의약품 품질관리 사업을 캐시카우삼아 신약개발 지원 사업과 체외진단기기 사업을 육성해 회사의 경쟁력을 끌어올리고 신성장 동력을 창출해 나가겠다는 계획이다. 이번 이전 상장을 통해 유입된 자금은 생산시설 투자에 쓰일 예정이다.

한편 에스엘에스바이오는 내부 통제 이슈로 상장예비심사 청구를 철회한 전력이 있다. 지난 2020년 4월 성장성 추천 특례제도를 이용해 코스닥 이전 상장을 추진했다가 3개월 만에 철회했다. 과거 에스엘에스바이오가 보유한 신테카바이오(226330) 지분을 2019년 12월과 2020년 6월 두 차례 매도했는데 공시 누락으로 불성실공시법인 지정 예고를 받았기 때문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