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간 모회사인 삼성자산운용의 액티브 상장지수펀드(ETF)를 위탁·자문만 하던 삼성액티브자산운용이 바이오에 투자하는 액티브 ETF를 출시하며 홀로서기에 나섰다. 액티브 ETF는 말 그대로 액티브하게 운용하는 펀드로, 운용사의 실력이 드러나는 상품이다. 삼성액티브자산운용의 첫 ETF는 초반 성적은 나쁘지 않았는데, 문제는 경쟁자 출현이었다. 국내 헤지펀드 강자인 타임폴리오자산운용이 같은 콘셉트의 상품을 내놓으면서 일부 투자자는 타임폴리오로 옮겨갔다.

업계에서는 양측의 경쟁에 주목하고 있다. 액티브 ETF가 좋은 성적을 내면, 운용사의 운용 전략에 따른 차별화 효과도 더 나타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래픽=정서희

1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KoAct 바이오헬스케어액티브는 지난달 3일, TIMEFOLIO K바이오액티브는 이보다 2주 뒤인 17일 상장했다. 초반 인기몰이를 하던 삼성액티브자산운용은 경쟁 상품 출시로 인해 일단 브레이크가 걸렸다.

KoAct 바이오헬스케어액티브는 상장 직후부터 몸집을 불렸다. 상장 첫날 개인 투자자들은 해당 ETF를 33억원어치 사들인 데 이어 9거래일 연속 순매수했다. 덕분에 상장 이후 6영업일 만에 해당 ETF의 순자산총액(AUM)은 500억원을 기록했으며 13영업일 뒤엔 1000억원으로 늘었다.

KoAct 바이오헬스케어액티브는 TIMEFOLIO K바이오액티브가 상장하면서 일단 제동이 걸렸다. TIMEFOLIO K바이오액티브의 상장 날, 개인 투자자들은 KoAct 바이오헬스케어액티브를 3억633만원어치 팔고, TIMEFOLIO K바이오액티브를 2억8471만원어치 사들였다. TIMEFOLIO K바이오액티브 AUM은 4분의 1 수준에 불과하지만 헤지펀드 명가답게 ETF를 공격적으로 구성했다. 타임폴리오를 선호하는 투자자도 적지 않은 것이다.

ETF는 여러 종목을 담은 일종의 분산 투자 바구니로, 지수를 따라가는 상품이다. 패시브 ETF의 경우 이 지수를 기초 지수, 액티브 ETF는 비교 지수라고 한다. 패시브와 액티브의 차이점은 지수와의 상관계수다. 패시브는 90%, 액티브는 70% 이상 지수를 따라가야 하는데 이 비율 밑으로 떨어지면 상장 폐지 요건에 해당한다. 즉 액티브 ETF는 펀드 매니저가 재량을 행사해 운용사의 실력이 드러나는 상품인 셈이다.

타임폴리오자산운용은 한국거래소가 2006년 발표한 KRX 헬스케어를 비교 지수로 썼다. 이와 관련해 타임폴리오자산운용 관계자는 “액티브 ETF라 벤치마크(BM, 여기선 비교 지수)와 동일하게 종목을 편입하진 않아 브로드한(전체적인 종목을 포괄하는) BM으로 해야 운용하기 편하다”며 “어떤 BM인지는 크게 중요하지 않다”고 했다.

삼성액티브자산운용은 ETF를 준비하면서 NH투자증권과 협업해 기존에 없던 새로운 비교 지수를 만들었다. iSelect 바이오헬스케어 PR이 그것이다. 삼성액티브자산운용은 “기존에 있던 바이오 관련 지수는 제약, 바이오 등 시가총액 상위 종목 위주였다”며 “이 지수는 시총을 감안하면서도 업사이드가 높은 종목에 베팅한다”고 설명했다.

이렇다 보니 두 ETF의 주요 구성 종목도 차이가 있다. 삼성액티브자산운용은 타임폴리오자산운용보다 시가총액이 큰 종목을 주로 하고 있다. KoAct 바이오헬스케어액티브는 제약 사업을 주로 하는 유한양행(000100)(9.09%), 셀트리온헬스케어(5.63%), 삼성바이오로직스(207940)(4.99%)의 비중이 크다. TIMEFOLIO K바이오액티브는 제약 기업인 보로노이 (9.50%)는 물론 의료 기기 기업인 뷰노(338220)(8.55%)와 제이엘케이(322510)(7.90%) 등도 담고 있다.

비교적 안정적인 투자를 선호하는 투자자는 KoAct 바이오헬스케어액티브를, 그렇지 않고 액티브 ETF의 취지를 살려 비교적 공격적 투자를 원하는 투자자는 TIMEFOLIO K바이오액티브를 선택하면 된다.

최근 들어서는 바이오 헬스케어 시장에 통 큰 베팅을 하는 투자자들이 늘어나는 추세다. 최근 일주일 동안 KoAct 바이오헬스케어액티브의 순자산은 74억원 증가했는데, TIMEFOLIO K바이오액티브의 순자산은 114억원 늘어났다.

수익률은 양사가 엎치락뒤치락 중이다. 금융정보 제공업체 KG제로인에 따르면 이달 4~11일 KoAct 바이오헬스케어액티브와 TIMEFOLIO K바이오액티브의 수익률은 각각 8.36%, 9.57%로 타임폴리오자산운용이 앞섰지만, 6~13일 기준으로는 차례로 마이너스(-) 0.20%, -5.52%다. 삼성액티브자산운용의 상품이 플러스 국면에선 수익률이 경쟁사에 밀리지만 마이너스 국면에선 손실을 더 잘 방어한 셈이다.

한 자산운용업계관계자는 “KoAct 바이오헬스케어액티브는 주요 바이오·헬스케어 기업들에 대한 투자 비중을 유지해 수익 변동의 안정성 또한 함께 확보하고 있다”라고 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KoAct 바이오헬스케어액티브는 TIMEFOLIO K바이오액티브보다 액티브적인 성격은 떨어진다”며 “시총이 큰 종목 위주이다 보니 운용사가 운용 능력을 드러내기는 상대적으로 힘든 상황”이라고 했다.

투자자의 투자 비용인 총보수는 KoAct 바이오헬스케어액티브가 연 0.5%, TIMEFOLIO K바이오액티브는 연 0.8%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