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들어 리츠(REITs·부동산투자회사)주 가격이 크게 내렸다. 연초 대비 20% 가까이 하락한 종목도 있다. 금리 인상이 가팔랐던 데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우려와 중국발 부동산 리스크가 겹친 탓으로 풀이된다. 증권업계에서는 리츠 주가 반등 시점을 각국 중앙은행의 금리 인상이 마무리된 이후로 내다본다.

일러스트=손민균

3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전날 종가 기준으로 ‘KRX 리츠 TOP 10′ 지수는 올해 들어 6.07% 하락했다. 같은 기간 코스피지수가 14.64% 상승한 것과 대조적이다. 리츠 톱10 지수는 국내 주요 상장 리츠 종목의 주가 추이를 반영하는 지수상품이다.

상장된 리츠 중 시가총액이 가장 큰 종목은 SK리츠(395400)다. 올해 들어 SK리츠 주가는 17.13% 하락했다. 같은 기간 KB스타리츠(432320) 주가는 18.08% 떨어졌다. 미래에셋맵스리츠(357250)는 10.95%, 신한서부티엔디리츠(404990)는 8.37%, NH올원리츠(400760)는 3.53% 내렸다.

리츠는 투자자들로부터 자금을 모아 부동산과 관련 증권에 투자하고, 임대료나 매각 차익으로 얻은 이익을 투자자들에게 돌려주는 부동산 간접투자 상품이다. 실물 자산을 보유한 데다 배당수익률이 높아 투자자들에게 안전자산으로 꼽힌다.

하지만 최근 움직임만 보면 전혀 안전하지 않다. 금리 인상 때문에 리츠가 배당주로서의 투자 매력이 떨어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리츠는 자금 재조달(리파이낸싱)을 위해 대규모 자금을 조달해야 하는 특성상 금리가 오르면 이자 비용이 늘어나 수익성이 떨어진다. 한국리츠협회에 따르면 올해 상장리츠의 평균 배당수익률은 6.4%로 지난해(7.8%)보다 1.4%포인트 하락했다.

중국 부동산 개발업체 비구이위안(컨트리가든)의 디폴트(채무 불이행)에서 시작된 부동산 위기가 금융권 위기로 확산할 수 있다는 우려도 국내 리츠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 리츠는 지난해 10월 레고랜드 사태에서 촉발된 부동산 PF 부실화 우려가 커질 당시에도 주가가 급락했다.

전문가들은 리츠주의 회복 여부는 금리 인상 마무리 시점에 달렸다고 본다.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은 지난 24~26일 열린 잭슨홀 미팅에서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을 시사했지만, 시장에서는 금리 인상이 사실상 마무리됐다고 보고 있다. 김중원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연준에서는 추가 금리 인상 신호를 주고 있어 아직 리츠에 대한 투자 매력이 저해된 상태로 볼 수 있다”면서도 “다만 금리 인상 종료에 대한 기대감이 주가에 반영될 여지는 있다”고 말했다.

금리 인상이 사실상 끝났다는 관측에 따라 지금이 리츠 주를 저점 매수할 기회라는 의견도 나온다. 금리가 인하되면 부동산 대출 이자가 내려가 비용이 줄어들기 때문에 리츠 영업 환경은 개선된다. 김인식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단기간 내 가격 상승세가 뚜렷해지기는 어렵겠지만 중장기관점에서 투자 기회가 있을 것”이라며 “향후 금리의 하향 조정 가능성 등을 고려했을 때 리츠의 배당 매력도 다시 부각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통상 리츠 주는 금리 외에도 공실률의 영향을 받는다. 부동산 임대 수익이 리츠 주 수익률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다만 국내의 경우 공실률이 리츠 주가에 미치는 영향은 비교적 적다. 국내 상장 리츠의 대부분은 오피스 빌딩이나 유통업체 매장을 편입한다. 오피스 빌딩이 중심업무지구(CBD)에 위치해 있고 주로 5~25년의 장기 임대 계약을 맺기 때문에 대규모 공실이 발생할 가능성은 낮다는 평가다. 올해 서울 오피스 공실률은 6월 기준 2.59%로 연초(2.32%) 대비 0.27%포인트 상승했지만, 올해 3월 말 기준 세계 오피스 공실률이 12.9%인 것과 비교하면 낮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