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르는 곳을 찾아갈 때 필요한 게 지도다. 요즘 세상에선 휴대전화 안으로 들어온 내비게이션이 더 필요할지 모르겠지만 초행길엔 종이든 애플리케이션(앱)이든 지도가 도움이 된다.

모르는 게 어디 길뿐이랴. 떨어질 것 같으면 오르고, 또 오를 것 같으면 내려가는, 알다가도 모를 조변석개 주식의 방향은 또 어쩔 것인가. 매번 나와 무한 반복할 것 같은 증시와의 숨바꼭질을 끊어낼 묘안은 없을까?

2021년 강세장과 2022년 약세장, 2023년 반등장을 정확히 예측하며 업계 다크호스로 떠오른 86번가 정광우 대표는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역사에서 찾았다. 최근 ‘투자의 역사는 반드시 되풀이된다’를 출간한 정광우 대표는 “투자의 기회는 역사라는 답안지에 담겨 있다”며 “코로나가 훑고 간 3년의 시장 흐름을 알면 앞으로 3년의 투자 기회도 찾을 수 있다”고 했다.

지난 코로나는 어떤 역사를 남겼고, 우린 여기서 어떤 기회의 답을 찾을 수 있을지 정 대표에게 물었다.

정광우 86번가 대표가 반복되는 투자의 역사에서 기회를 찾아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전태훤 선임기자

-코로나는 한국과 세계 경제에 있어 어떤 역사인가?

“코로나가 인플레이션을 40년 만에 부활시켰다. 코로나 전에는 금융 완화 정책이 오랜 기간 이어졌다. 그동안 많은 이들이 인플레이션을 잊고 지냈다. 세상에 없던 역병이 창궐하면서 세계가 움츠러들었고, 위축된 경기를 살리려고 나라마다 돈을 풀어댔다. 코로나 불확실성이 크다 보니 인플레 대응을 제때 못했다. 미국이란 큰 나라도 그랬고, 각 나라 금융권도, 투자가들도 마찬가지였다. 코로나 팬데믹은 3년이라는 짧은 시간에도 불구하고 지난 100년간 일어난 각종 투자 역사와 관련한 일들이 압축적으로 모두 발생했다고 말해도 과언이 아니다. 코로나 기간에 나타난 투자의 역사만 제대로 연구해도 투자 역사의 80%는 배운 셈이라 본다.”

-한국 경제가 참고할 만한 투자의 역사는?

“선진국 사례를 배우는 것이 중요하다. 우리에겐 일본이 중요한 참고 사례가 된다. 한국도 앞으로 저성장 국면에 들어갈 텐데, 우리가 앞으로 통화와 재정 정책을 어떻게 펼칠지 일본의 지난 30년을 봐야 할 것 같다. 일본은 그사이 시행착오가 많았다. 초고령화 같은 문제도 그렇고. 일본이 먼저 간 사례를 참고하면 도움이 될 거다.

우리나라는 사이클 산업이 많다. 경기에 민감한 산업도 많다. 과거에도, 지금도 주식 시장에선 경기민감주와 수출주 비중이 크다. 투자자들도 당연히 경기에 민감하게 움직일 수밖에 없다. 이런 사이클에 맞춰 투자하면 평균은 간다. 경기에 민감한 주식에 투자할 때는 좋을 때 대규모 적자가 나기도 하고, 또 나쁠 때 최대 흑자가 나기도 한다. 반대로 움직이는 경우 많다.”

-침체를 예고하는 시그널이 있나?

“데이터 외적인 부분에서 본다면 주변인들의 반응에서 읽는다. 주식에 대한 이야기가 주변에서 많이 나오고 일반인들도 종목을 추천할 정도면 대체로 가격이 꼭지에 있다고 파악한다. 바닥이다 싶을 땐 주식 이야기가 쏙 들어간다. 쳐다보기도 싫은 심리가 있어서다.

반대로 주식 관련 유튜브 영상에 부정적인 댓글과 반응들이 많으면 ‘시장이 괜찮구나’라고 판단한다. 이런 경우를 보면, 앞으로 꺾일 거란 콘텐츠엔 ‘싫어요’ 일색의 악성 댓글이 많이 달리고, 또 긍정적으로 전망하는 콘텐츠에도 악플이 많이 붙는 편이다.

사견이지만, 공포∙탐욕지수라든지, 긍정적인 이야기나 부정적인 이야기에 대한 반응을 모아서 지수화하는 것도 시장을 읽는 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

-눈여겨봐야 할 ‘입’은?

“가장 먼저 확인해야 할 것이 미 연방준비제도(FRB)다. 연준은 글로벌 기준이다. 특히 연준 의장이 어떻게 말하고 행동하는지가 핵심이다. 한국도 한국은행보다 오히려 연준에 더 영향을 받는다고 볼 수 있다. 하나 더 추가할 것이 있다면 중국의 중앙은행인 런민은행의 통화 정책, 즉 중국이 돈을 푸느냐 마느냐에 따라 시장이 출렁인다.

다음 변수는 일본이다. 원∙엔 환율과 코스피가 비슷하게 움직인다는 것을 알아두면 좋다. 의외로 호주 시장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호주는 한국과 경제 체력이 비슷하다. 부동산 문제도 우리와 비슷하게 겪고 있다. 호주 경제 정책이 한국에도 영향을 꽤 준다.”

-선거와 증시의 함수 관계는?

“어느 나라를 막론하고 특히 선거철이 되면 선거와 증시를 함께 엮어 내기를 한다. 보기에 따라 선거가 증시에 영향을 미친다고 볼 수도 있고, 그렇지 않다고 볼 수도 있다. 보통 선거를 앞두고는 시장을 띄우려는 정책 기조 덕분에 증시가 달아오를 것 같지만 오히려 그 반대다. 미국의 예를 보면, 선거가 없을 때 수익률이 가장 높고, 중간 선거 땐 평균보다 수익률이 낮았던 것으로 조사됐다. 선거가 없을 때 불확실성이 덜하다는 것이 오히려 증시에 도움이 됐을 거란 확률은 있지만, 정확히 검증된 것은 없다. 어쨌거나 미국 선거가 글로벌 증시에 영향을 주는 것은 확인된다.

우리나라의 경우엔 선거와 증시엔 별다른 함수관계가 없다고 보면 되겠다. 선거보다 늘 대외 변수에 흔들리기 때문이다.”

정광우 86번가 대표가 한국과 미국의 증시, 인플레와 금리를 전망하고 있다. /전태훤 선임기자

-한국과 미국의 증시는 어떻게 움직일까?

“두 나라 모두 여름을 지나면서 실적장세로 넘어갈 거로 예상한다. 실적 장세로 무난히 넘어갈 거라는 증거는 여러 곳에서 나온다. 실적장세가 가장 수명이 길다. 보통은 2년 정도 이어진다. 생각보다 더 이어질 수도 있다.”

-인플레와 금리 전망은?

“한국은행이 연말쯤 금리 인하 조치를 한 번 하지 않을까 조심스레 내다보고 있다. 주요국 가운데 중국을 제외하면 한국의 물가상승률이 가장 낮다. 금리 인하 여지가 있다고 본다. 지금 경제가 금리를 올린다고 물가가 잡히는 구조가 아니다. 다행스럽게 수출이 반등해 주면 외환 시장이 안정될 거고, 유가도 안정적이라면 수입물가도 안정적으로 된다. 수입물가가 안정되면 인하 여지가 있을 거라 보는 거다.

미국도 하반기엔 금리 인상을 중단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그리고 2023년 상반기쯤이면 금리 인하도 가능하지 않을까 본다. 인플레도 통제권 안에 있는 수준이다. 2024년이면 목표했던 2%대 물가상승률도 가능할 수 있다.”

-침체에 대한 두려움이 과장된 것은 아닌가?

“글로벌 금융위기를 예로 든다. 당시로선 어마어마한 일이 터진 거다. 2100대를 오가던 지수가 800대로 곤두박질쳤다. 60%가 빠진 거다. 그 정도면 충분히 빠졌다. 그래도 시장 주변에선 더 빠질 거라는 우려가 팽배했다. 그럼 90%는 빠져야 한다는 얘긴가? 아니다. 미국은 경기 침체가 오면 30% 정도 주가가 빠지는 패턴을 보였다. 돌아보면 당시 그 정도면 그 상황에 맞는 수준의 ‘벌’로 충분했던 거다. 침체를 지나치게 두려워하거나 공포를 가질 필요는 없다. 침체에 맞는 ‘합당한 대우’가 있으면 된다. 어느 정도 하락할 요소인지 짚어보면 답이 나온다.”

-가상화폐를 전망한다면?

“(개인적으로) 코인의 가치에 대해서는 전망하기 어렵다. 다만 지금까지 살펴본 바로는 3대 중앙은행의 자산 추이와 관련은 있어 보였다. 유력 중앙은행의 행보가 코인 가격에 영향을 준다고 본 건데, 하지만 상관관계가 분명히 있다고 하기엔 가상화폐의 역사가 너무 짧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