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증시에 입성한 신규 상장사 중 상당한 기업 지분이 연달아 보호예수(주요 주주가 상장 후 일정 기간 주식을 팔지 못하는 것) 해제된다. 상장 이후 주가가 공모가보다 많이 오른 기업이라면 보호예수 해제와 동시에 매도 물량이 쏟아질 수 있어 투자에 유의해야 한다는 조언이 나온다.

초기 투자자들은 상장 이후 높은 가격에 지분을 매도해 투자 이익을 회수하는데, 이는 주식 투자자들에게는 상당한 부담이 될 수 있다. 대규모 물량이 나오면서 유통 주식 수가 늘어나면 주가 하락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 6월 말 신규 상장 종목의 가격변동 폭이 공모가의 60~400%로 확대된 이후 새내기주 주가가 강세를 보였는데, 이에 따라 예상보다 많은 물량이 나올 수 있다.

일러스트=정다운

1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필에너지(378340)의 기관투자자가 보유한 주식 94만5939주에 대한 보호예수가 오는 14일 해제된다. 해당 물량은 전체 주식 수의 8.92%에 달하는 수준이다. 필에너지는 지난달 14일 코스닥 시장에 상장했는데, 당일 전환사채 투자자인 AIP자산운용이 전환청구권을 행사하면서 논란이 됐다.

상장 당일 필에너지 주가는 공모가(3만4000원)보다 3배 넘게 오르면서 최고 13만2000원까지 치솟았다. 그런데 상장 당일 대규모 물량이 쏟아진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이후로는 연일 하락해 현재 5만원 선에서 거래되고 있다. 주가는 하락했지만 AIP자산운용의 전환청구 행사 가격(1만3333원)보다 4배 높은 수준이다. AIP자산운용은 지난달 27일에도 22만주가량을 시간 외 거래방식으로 매도했다. 이 때문에 이번 보호예수 해제 후에도 물량을 정리할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나온다.

17일에는 스팩 합병으로 지난 2월 코스닥시장에 상장한 화인써키트(127980)의 최대주주 지분 일부(9.68%)에 대해 보호예수가 해제된다. 화인써키트는 최대주주 지분이 87.98%에 달한다. 최대주주가 자금이 필요하다면 지분 일부를 언제든지 매도할 가능성이 있다.

대규모 매도 물량이 나올 가능성이 큰 곳도 있어 유의해야 한다. 오는 24일에는 뷰티스킨(406820) 지분 중 벤처금융, 전문투자자 등이 보유한 지분 22.01%에 대해 보호예수가 해제된다. 벤처금융, 전문투자자 등은 기업공개(IPO)로 투자금을 회수하기 때문에 보호예수가 해제된 직후 지분을 팔 가능성이 크다.

트루엔(417790)의 상장 주선인 보유 지분(0.68%)도 17일 보호예수가 풀린다. 물량은 미미하지만, 장기 투자자로 분류되지 않아 당일 물량을 정리할 가능성이 있다. 이어 19일에는 씨유박스(340810) 상장주선인 지분(0.43%), 기타 주주(4.45%), 모니터랩(434480)의 상장주선인 지분(0.5%), 20일에는 이노진(344860) 상장주선인 지분(1.08%)이 보호예수 해제된다.

이어 26일에는 버넥트(438700)의 벤처금융, 전문투자자 지분 19.82%에 보호예수가 해제된다. 27일에는 에이엘티(172670)(8.81%), 파로스아이바이오(388870)(32.09%) 등이 보호예수 해제를 앞두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