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플랫폼 기업 무신사의 구주(舊株)가 비상장 주식을 거래하는 장외시장에서 120만~150만원 선까지 내려 매도 물량이 나왔지만, 매수자를 찾지 못하고 있다. 구주는 기존 주주가 갖고 있던 주식을 말한다.

무신사는 지난달 중순 글로벌 사모펀드(PEF)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 등으로부터 3조5000억원의 기업가치를 인정받아 2400억원을 투자 유치했다. KKR이 인정한 기업가치를 적용하면 주가는 200만원이다. 그러나 장외시장에서는 200만원은커녕 120만원도 소화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일각에서는 주당 100만원 아래로 내려가지 않으면 구주를 팔 수 없을 것이라는 이야기까지 나온다. 무신사가 지난해 적자 전환하며 500억원이 넘는 순손실을 기록했고, 유통 플랫폼에 대한 우려가 여전해 기업공개(IPO)가 성공적으로 이뤄질 수 있을지도 미지수이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지난 4월 6일 일본 도쿄 하라주쿠에서 열린 '무신사 도쿄 팝업 스토어' 사전 행사 모습. / 사진 = 무신사 제공

2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지난달부터 퀸즈가드자산운용은 무신사 구주 3500주를 매도 추진 중이나 아직 성사시키지 못하고 있다. 퀸즈가드자산운용은 2020년 6월 무신사 구주를 매입한 바 있다. 퀸즈가드는 무신사의 기업가치를 2조5000억원에서 2조6000억원 안팎으로 인정받아 매각하길 원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무신사의 발행주식 수(163만3752주‧2022년 말 기준)를 고려하면 1주에 150만원 가량이다.

IB 업계 관계자는 “이번에 퀸즈가드자산운용에서 내놓은 구주뿐 아니라 120~130만원 안팎의 가격으로 나오는 소규모 구주들이 종종 있는데 사려는 사람이 거의 없다”라면서 “시장에서는 1주의 가격이 100만원 아래로 떨어지지 않으면 거래가 이뤄지지 않을 것으로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라고 말했다.

장외시장의 냉랭한 분위기는 최근 성사된 시리즈C 투자유치와는 대조적이다. 무신사는 지난달 19일 KKR과 글로벌 3대 자산운용사인 웰링턴매니지먼트가 참여한 2400억원 규모의 투자유치를 마무리했다. 이번 투자에서 무신사는 기업가치 3조5000억원을 인정받았다. 1주당 가격으로 환산하면 200만원에 달한다. 장외시장에서는 시리즈C에서 인정받은 기업가치의 절반 수준 정도만 가격을 인정받는 셈이다.

장외시장 참가자들이 무신사 구주에 적극적으로 투자하지 않는 이유는 리셀(Resell·재판매) 플랫폼 영업 적자 등이 누적되며 무신사의 재무 상황이 악화하고 있어서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무신사의 지난해 말 기준 영업이익은 31억6300만원이다. 이는 전년 영업이익 585억3400만원의 18분의 1수준에도 못 미치는 수치다. 같은 기간 당기순손익도 1153억4300만원 순이익에서 558억580만원 순손실로 적자 전환했다. 무신사의 자회사 SLDT가 2020년부터 운영한 한정판 리셀 플랫폼 솔드아웃의 손실 규모만 427억원이다. 다만 같은 기간 매출액은 4612억8100만원에서 7083억4800만원으로 53.5%(2470억6600만원) 늘었다.

IB 업계 관계자는 “최근 네이버가 운영하는 리셀 플랫폼인 크림(KREAM)과 경쟁하면서 손실이 커진 것으로 안다”라면서 “시장에서 무신사의 적자 전환을 우려하는 시각이 많다”라고 했다.

그래픽=손민균

무신사는 내부적으로 IPO를 서두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마켓컬리 운영사 컬리와 오아시스, 쓱닷컴 등 다수의 플랫폼 기업이 시기를 놓쳐 상장이 좌초된 경우가 많았기 때문에 이런 실수를 하지 않으려는 모습이다. 무신사는 주요 IB와 접촉하며 상장 주관사 선정을 위한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시장에서는 무신사가 올해 안에 상장 주관사를 선정할 것으로 예상한다. 이와 관련 무신사 관계자는 “아직 상장 시기나 주관사 선정 등은 정해진 것이 없다”라고 했다.

한편 업계는 지난 6월 무신사에 합류한 최영준 경영지원부문장(CFO)의 역할에 주목하는 분위기다. 최 부문장은 서울대 경영학과 출신으로 삼일회계법인, 베인앤컴퍼니, 티몬, 신세계그룹 SSG닷컴(쓱닷컴) 등을 거친 재무 전문가다. 쓱닷컴에서도 IPO 관련 업무를 담당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최 부문장이 담당하는 경영지원부문이 무신사의 IPO도 총괄하기 때문에 그가 IPO 과정에서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지 시장의 이목이 쏠린다.

업계 관계자는 “재무 분야의 전문성이 있고 대기업과 대형 회계법인, 컨설팅 회사를 두루 거친 인물이기에 무신사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면서도 “다만 티몬과 쓱닷컴 등에서 실제 IPO를 경험하지 못하고 준비 단계에서 회사를 옮긴 것은 아쉬운 부분”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