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 CGV(079160)의 1조원 규모 유상증자와 관련해 최대주주 CJ(001040)가 유상증자에 참여하는 방식을 두고 비판의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현금은 조금만 넣고 성장성이 낮은 자회사인 IT서비스업체 CJ올리브네트웍스 지분을 현물 출자했기 때문이다. CJ 입장에서는 자회사였던 CJ올리브네트웍스가 손자회사로 바뀔 뿐 큰 현금 부담 없이 CJ CGV 재무구조 건전성을 높이고, 그러면서도 지배력을 유지하는 효과를 내게 됐다.

CJ올리브네트웍스는 CJ 계열사의 정보기술(IT) 시스템 인프라 구축·운영을 주요 사업으로 영위한다. 지난 2019년 올리브영 사업 부문으로부터 분할된 회사로, 원래 CJ시스템즈였다가 CJ그룹 후계자 이선호 CJ제일제당 경영리더가 지분이 많았던 회사 올리브영과 합친 후 다시 떨어져 나왔다. 2019년 인적 분할 당시 CJ올리브네트웍스 지분 전량은 CJ에 넘어갔고(주식 교환), 이로 인해 이선호 경영리더의 CJ 지주회사 지분율은 0%에서 2.8%로 상승했었다. 즉, 이번 CJ올리브네트웍스 현물 출자는 CJ 오너가 입장에서는 ‘어두운 과거’를 처리한 것과 다름없다.

서울 중구 CJ 본사 사옥./CJ 제공

지난 20일 CJ CGV는 총 1조2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 계획을 발표했다. 이 중 5700억원은 주주배정 유상증자로, 4500억원을 제3자배정 유상증자로 조달한다. 발행 주식 수는 7470만주로, 현재 상장 주식 수(4772만8537주)를 훌쩍 넘는다.

CJ CGV 지분 48.50%를 보유한 최대주주 CJ는 주주배정 유상증자에 600억원 규모로 참여한다고 밝혔다. 지분율만 보면 2500억원어치 신주를 인수해야 하지만, 배정 물량의 25%만 사들이겠다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CJ의 CJ CGV 지분율은 자연스럽게 줄어들게 된다.

하지만 CJ는 ‘묘책’을 냈다. 현금을 투입하는 주주배정 유상증자 대신, 제3자배정 유상증자를 통해 CJ올리브네트웍스 지분 전량을 CJ CGV에 넘기고 그 대가로 신주를 취득하기로 한 것이다. CJ올리브네트웍스는 CJ가 지분 100%를 보유 중인데, CJ는 CJ올리브네트웍스가 최근 회계법인으로부터 4500억원의 기업가치를 인정받았다고 밝혔다. 현물출자 가액은 법원 인가를 통해 최종 확정된다. 법원에서 4500억원과 비슷한 기업가치 금액이 인정된다면, 유상증자 이후 CJ는 CJ CGV 지분율을 기존과 비슷한 수준을 유지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일각에서는 CJ CGV가 시너지 효과를 내기 어려운 IT서비스 업체를 인수한 것이 기업 경쟁력에 무슨 도움이 되겠느냐는 지적이 나온다. 4500억원의 평가액이 다소 과하다는 지적도 있다. CJ올리브네트웍스는 지난해 273억원의 순이익을 냈다. 주가이익비율(PER)을 보면 16배 수준이다. 삼성SDS 등 다른 IT서비스업체의 PER이 8~10배 수준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고평가됐다는 지적이 나올 만하다.

재무구조 개선 효과도 크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한 업계 관계자는 “CJ CGV가 CJ 올리브네트웍스 주식을 받아서 할 수 있는 것은 주식을 매도하거나, 이를 담보로 돈을 빌리는 것뿐”이라면서 “무엇을 하든 기업의 재무 구조 개선에 큰 도움이 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준석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계열사 간 자금 수혈이 이어지는 상황인 만큼 양쪽 주주들 모두 불만을 갖는 것은 당연한 것”이라면서 “어떤 의사결정을 하더라도 두 회사 간 주주들의 이해가 상충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CJ 입장에서는 CJ 최대주주에게 가장 유리한 결정을 했을 것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CJ의 최대주주는 이재현 회장으로, 지난 3월 말 기준 42.7%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한편 유상증자 계획이 발표된 20일 이후 CJ와 CJ CGV의 주가는 곤두박질쳤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부터 지난 26일까지 CJ는 10.43%, CJ CGV는 30.76% 급락했다. 다만 재무구조는 개선된다. 유상증자 이후 CJ CGV의 부채비율(기업의 자기자본 대비 부채가 차지하는 비율)은 912%에서 240%대로 크게 개선될 것으로 보인다. CJ CGV는 수혈한 자금 5700억원 중 3800억원을 채무 상환에 투입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