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증권사들이 국내 최대 반도체 기업인 삼성전자(005930)와 SK하이닉스(000660)의 하반기 영업이익 전망치를 하향 조정하고 있다. 주가는 이미 올라 있는데, 실적 터닝 포인트 시점은 늦어지고 있는 것이다. 증권가는 특히 삼성전자의 3분기와 연간 영업이익 전망치를 3개월 전보다 대폭 하향조정했다. 3개월 전보다 3분기 영업이익 전망치를 1조원가량 낮춘 데 이어 연간 전망치도 4조원 이상 줄여 10조원 아래로 낮춰잡았다.
챗GPT 등 생성형 인공지능(AI)이 인기를 끌면서 이 분야에 활용되는 고용량 디램(DDR5, HBM) 수요가 늘 것으로 전망되고 있지만 실제 반도체 기업들의 이익이 증가하는 데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얘기다.
23일 한국거래소와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이날 기준 증권사 22곳의 삼성전자 3분기 영업이익 전망치는 3조6478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3개월 전 전망치(4조5761억원)보다 9283억원(25.4%) 줄어든 수치다. 삼성전자는 올해 전체 연간 영업이익 전망치도 9조5359억원까지 내려왔다. 3개월 전 13조8705억원으로 13조원을 넘었던 전망치가 4조원 이상 급격히 줄었다.
같은 기간 SK하이닉스도 영업손실 전망치가 2조2563억원에서 2조3018억원으로 455억원(2%) 확대됐다. SK하이닉스는 엔비디아 등 AI 분야에 활용되는 고용량 디램 수요 증가로 가장 큰 혜택을 볼 기업으로 예상되는 곳이지만 하반기 적자 폭은 더 늘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와 관련, 증권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의 경우 GPU에 탑재되는 HBM3가 올 4분기부터 시장에 진입할 것으로 보여 AI 열풍에 따른 수혜가 실적에 반영되기까지 다소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라며 "SK하이닉스도 실제 수요가 늘고 있기는 하지만 디램, 낸드(NAND) 등의 감산에 대한 효과가 나타나 메모리 가격이 상승 전환하는 시기는 4분기나 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개인투자자도 이달 들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대한 매도를 이어가고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1일부터 22일까지 개인투자자는 삼성전자를 7320억3600만원(10만1710주) 순매도했다.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시장 전체에서 개인이 가장 많이 매도한 종목이다. SK하이닉스도 2867억7500만원(2만4818주) 순매도하며 전체 상장 주식 중 4번째로 많이 매도했다.
실적 개선 시점이 지연되는 것과 달리, 주가엔 이미 기대감이 반영돼 있다. 전날 기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연초 대비 각각 28.93%, 52% 상승해 7만1300원, 11만4000원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코스피 시장 상승률 15.97%를 상회했다.
다만 장기적으로 봤을 때는 양사의 실적과 주가가 더 개선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노근창 현대차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삼성전자와 관련해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바이두 등도 챗봇용 AI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라면서 "AI 반도체와 관련한 수요 증가가 (삼성전자의 실적과 주가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고 분석했다. 목표주가는 7만8000원에서 8만7000원으로 올렸다.
김동원 KB증권 연구원도 SK하이닉스와 관련해 "세계 최대 그래픽처리장치(GPU) 업체인 엔비디아에 메모리 장비를 공급 중이며 향후 공급물량은 확대될 것으로 기대된다"라며 "메모리 신제품(DDR5) 출하도 동시에 증가하고 있어 하반기 실적 개선 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다"라고 설명했다. 목표주가도 기존 11만원에서 15만원으로 상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