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총선을 앞두고 주식시장도 다시 정치 이슈에 민감하게 움직이고 있다. 개인 투자자들은 유력 주자로 손꼽히는 인물과 학연·지연 등 여러 이유로 얽힌 정치 테마주를 찾아 ‘단타’ 투자에 나서고 있다. 이낙연 전 국무총리가 총선 출마 뜻이 없다고 밝히자 이낙연 관련주는 급락했고 조국 전 법무부 장관 관련주는 급등했다.

조국 전 법무부장관이 지난 4월 전북 전주시 한벽문화관에서 열린 '조국의 법고전 산책' 북콘서트 저자와의 대화에서 책 설명을 하고 있다. /뉴스1

1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13일 화천기계 주가는 지난해 10월 이후 처음으로 5000원을 상회했다. 화천기계 주가가 종가 기준 5000원을 웃돌며 마감한 것은 지난해 10월 14일(종가 5730원) 이후 약 8개월 만이다. 이후에도 주가가 상승한 화천기계는 이날도 장중 5580원까지 올랐다.

이낙연 전 국무총리의 발언으로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총선 출마 가능성이 커지면서 이른바 ‘조국 테마주’가 반사 수혜를 입은 것으로 풀이된다. 화천기계는 남광 감사가 조 전 장관과 미국 버클리 캘리포니아대(UC버클리) 로스쿨 동문이라는 이유로 조국 테마주로 분류된다. 화천기계 측은 조 전 장관과 화천기계가 관련이 없다고 지난 2019년 공시한 바 있다. 하지만 해명에도 불구하고 조국 전 장관 이슈가 나올 때마다 화천기계는 이상 급등락을 반복하고 있다.

반면 이낙연 관련주인 남화토건은 지난 13일 12.3% 급락했다. 남화토건은 최재훈 대표가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광주제일고 동문으로 알려지면서 테마주로 분류됐다. 13일 남선알미늄과 부국철강(026940)도 각각 11.3%, 4.5% 하락했다. 부국철강은 남상규 대표가 이 전 총리와 서울대 동문이라는 점을 이유로 테마주로 분류된다.

이 전 총리 관련주가 하락한 것은 지난 12일(현지 시각) 독일 베를린자유대에서 열린 김대중 연례 강좌 초청에서 이 전 총리가 내년 총선에 출마할 뜻이 없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이 자리에서 이 전 총리는 귀국 이후 계획에 대해 “내년 총선 출마는 생각하지 않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에 앞서 지난 10일 조 전 장관이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문재인 전 대통령과 독대한 사진을 올리면서 “문재인 정부의 모든 것이 부정되고 폄훼되는 역진과 퇴행의 시간 속에서 무엇을 해야 하는지 고민 중이며 지도도 나침반도 없는 ‘길 없는 길’을 걸어가겠다”고 적었다. 이 소식에 화천기계는 12일 10% 넘게 상승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정치 테마주 투자는 주의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기업의 실적이나 가치 등과 관련 없이 움직이기 때문이다. 자본시장연구원이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대 대통령 선거 당시 대선 테마주로 분류됐던 83개 종목 가운데 44%가 ‘공통 지인’이 이유였다. 18%는 대선 후보와 경영진과의 사적 인연을 이유로 대선 테마주로 묶였고, 16%는 학연이 이유였다. 남길남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과거 대통령 선거 사례를 보면 결국 선거일이 가까워지면서 주가가 하락하는 경향이 공통으로 관측됐기 때문에 투자 시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