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최대 연기금 운용사인 네덜란드 연금자산운용(APG·All Pension Group)이 NAVER(035420)(네이버)에 대해 주주 관여 활동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APG는 네이버가 국내 기업 중 상호주 거래를 가장 빈번하게 하는 것이 주주 권리를 침해할 우려가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고 전했다. 기관 투자자의 주주 관여 활동은 투자자를 대신해 의결권을 행사하거나 주주 제안 등을 하는 것을 말한다.

박유경 APG 아시아태평양 책임투자 총괄이사는 지난 18일 국내 한 매체와의 인터뷰를 통해 “네이버는 국내 기업 중 상호주가 가장 많다”며 이에 따라 주주의 권리가 침해될 우려가 있어 네이버에 대해 주주 관여 활동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상호주는 2개 기업이 상대방 회사의 주식을 교환해 소유한 주식을 말한다. 넓은 의미로는 3개 이상의 기업이 순차적으로 다른 회사의 주식을 소유해 자본 참여를 하는 순환 출자에 쓰이는 주식도 포함한다.

APG의 로고./APG 제공

박 이사는 “기업이 상호주를 형성하면 전체 지분 구조에서 소수 주주의 비율이 줄어 주주의 권리가 침해된다”고 말했다. 이어 “지난 4월 초 네이버에 문의해 상호주를 맺어야 했던 배경에 대해 들었다. 현재는 네이버가 진정으로 상호주를 형성할 수밖에 없었는지 평가 중”이라고 전했다.

네이버에 대한 주주관여 활동의 자세한 내용에 대해서는 내년 상반기쯤 공개할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 1월 경제개혁연구소가 발표한 ‘자기 주식 매각을 통한 우호 주주 확보사례’ 보고서에 따르면 2011~2022년 자사주 거래를 통해 우호 주주를 확보한 상장사 가운데 네이버가 자사주 거래에 가장 적극적이었다. 이 기간 네이버의 자사주 거래 건수는 7건, 거래 금액은 1조4872억원에 달했다.

이 보고서는 “자기주식으로 경영진의 우호지분을 만드는 것은 회사의 자산을 경영진의 이익을 위해 사용하는 것으로 자기주식 취득 및 처분에 대한 규제가 필요하다”고 짚었다.

박 이사는 네이버뿐만 아니라 역사가 길지 않은 다른 기업도 지배구조에 문제가 있을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그는 “네이버나 카카오(035720)는 삼성, LG(003550) 같은 다른 재벌그룹과 비교해 역사가 짧은 그룹으로 한국 자본시장에서 보여줄 수 있는 건강성을 기대하고 있지만, 신생 그룹도 기존 그룹에 비해 특별히 거버넌스(지배구조)가 훌륭하다고 말할 수 없다”고 말했다.

APG는 지난 2월 KT(030200)에 상호주 취득 시 주주총회에서 승인받고, 보유 목적이 불분명한 자사주는 소각하라는 등의 내용을 담은 주주제안을 제출한 바 있다. 이에 KT가 일부를 수용했고, APG는 주주제안을 철회했다.

네덜란드 공무원연금(ABP)의 기금운용자회사인 APG의 운용 규모는 작년말 기준 5120억유로(한화 약 716조원)다. 일본의 공적연금펀드(GPIF), 노르웨이 국부펀드(GPFG)와 함께 세계 3대 연기금으로 불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