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불 조건을 내걸고 코스닥 상장 절차를 밟는 기업이 늘고 있다. IPO(기업공개) 시장에 훈풍이 불면서 상장 후 주가가 공모가를 밑돌지는 않을 것이라는 자신감을 드러내는 것이다.

일러스트=이은현

1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이달 전기차용 알루미늄 부품을 만드는 기업인 알멕이 코스닥시장에 상장한다. 이날까지 기관투자자 대상 수요예측을 거쳐 공모 조건을 확정할 예정이다.

알멕은 이익미실현 기업 상장 특례, 이른바 ‘테슬라 요건’을 통해 상장한다. 미국 테슬라가 나스닥시장에 상장한 것처럼, 적자기업이어도 성장성을 입증하면 상장을 허용해 주는 제도다. 실적이 부실해도 상장 주관사의 추천이 있으면 상장할 수 있다.

대신 주가가 부진하면 상장 주관사가 책임져야 한다. 테슬라 요건에는 환매청구권(풋백옵션)이 뒤따른다. 상장 후 3개월이 지났는데도 주가가 공모가를 밑돌면, 공모주 투자자는 공모가의 90% 가격으로 주관사에 주식을 팔 수 있다.

알멕은 올해 처음으로 풋백옵션을 제시한 기업이다. 알멕은 이차전지 관련 키워드로 엮여 공모주 흥행 성공이 예상되는 기업 중 하나다. 사실상 개인투자자들의 풋백옵션 행사 가능성이 작다고 보고, 자신 있게 ‘환불 제도’를 홍보하는 상황이다.

실제 알멕은 상장 후 공모주 예상 수익률이 높은 기업으로 꼽힌다. 유통주식 수가 적고, 예상 시가총액이 작아서다. 투자설명서에 따르면 알멕은 100만주를 신주 모집하는데, 우리사주조합에 15%를 배정했다. 나머지 85%를 기관, 개인투자자들이 나눠 갖는다.

희망 공모가 밴드로는 4만~4만5000원을 제시했다. 상단 기준으로 총 450억원을 공모할 예정이다. 예상 시가총액은 2388억~2678억원 수준으로 몸집이 작다. 신규 상장기업의 시가총액이 작을수록, 주가가 움직이는데 용이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아예 풋백옵션을 제시해 흥행 기대치를 높이려는 기업도 있다. 올해 상장 예정인 인공지능 기반 신약 개발 기업 파로스아이바이오는 자발적으로 풋백옵션을 걸었다. 기술 특례 상장 기업으로 풋백옵션 의무가 없는 곳이다. 바이오 업종에 대한 투자심리가 갈리자 안전장치가 있다는 걸 알리려는 의도다.

증권업계에서는 풋백옵션 부여로 주관사가 지는 부담보다 얻는 실익이 더 크다고 분석한다. 공모주 물량 배정이 많은 기관투자자에겐 풋백옵션이 주어지지 않는다. 개인투자자만 풋백옵션을 행사할 수 있다. 실제 손실이 발생하더라도 증권사에서 되사야 하는 규모가 크지 않은 셈이다. 공모가 아래로 떨어지는 경우도 소수이며, 90%까지 차액만 보전하면 된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상장 주관사의 IB부서에서 풋백옵션의 예상 손실 규모를 공유하며, 상장 기업에게 신주인수권을 달라고 요구하는 경우도 있다“며 “환매청구권이 최대로 들어왔다고 가정해도 주관사 수수료에 신주인수권 행사로 얻는 차익을 고려하면, 주관사가 남기는 이익이 클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경준 혁신IB자산운용 대표는 “지난해 증시가 부진하면서 코스닥 특례상장 제도로 상장한 기업들은 흥행에 실패했는데, 최근에는 시장 분위기가 바뀌고 있다”며 “이런 강세장에서는 이익을 실현하지 못한 기업들에 투자하는 게 더 나은 수익을 낼 수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