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증권사 신용융자 잔고가 30% 가까이 줄어든 가운데 신용이자 수익은 여전히 조 단위에 육박하면서 증권사가 과도한 이자수익을 챙기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금융감독원 역시 증권사들의 신용 이자율 관행 개선을 위해 관련 태스크포스(TF)를 출범시킨 상황이다.
28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증권사들이 신용공여 이자로 벌어들인 돈은 2조6472억원이다. 증시 불황에 2021년(2조7210억원)보다 줄긴 했지만, 2.7% 감소하는 데 그쳤다.
신용공여는 투자자가 주식매매 등을 위해 증권사에 돈을 빌리는 것을 말한다. 신용거래융자와 증권담보대출 등으로 구성된다. 신용거래융자는 증권사가 투자자에게 주식매수 자금을 빌려주는 것이고, 증권담보대출은 투자자가 가진 증권을 담보로 자금을 빌려주는 것을 말한다.
지난해 증시 불황 여파에 빚을 내 투자하는 신용잔고는 크게 줄었지만, 신용공여 이자만큼은 전년 수준을 유지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2021년 말 신용공여 잔고는 23조원에서 2022년말 16조5185억원으로 28.2% 감소했다. 같은 기간 국내 증권사들의 신용공여 이자수익 감소 폭(2.7%)에 10배에 달한다.
10대 증권사 중 절반은 신용공여 이자수익이 되레 늘기도 했다. 키움증권(039490)이 9.25% 증가해 가장 많이 늘었고, 하나증권(3.62%), 대신증권(003540)(2.97%), 신한투자증권(1.5%), 삼성증권(016360)(0.38%) 순으로 이자수익이 늘었다.
신용잔고가 줄었음에도 신용공여 이자수익이 늘어난 건 신용융자 이자율이 상승한 영향이다. 전체 거래액은 줄었지만, 이자율이 높아지다 보니 수익이 커진 것이다. 10대 증권사 가운데 7곳이 2022년에 이자율을 인상했다. 신한투자증권이 1.85%포인트(p)로 가장 높은 인상 폭을 보였다. 미래에셋증권(006800)(1.4%p)과 대신증권(1.25%p), KB증권(1.1%p)도 1%p 넘게 올렸다.
이자율 상승뿐 아니라 전반적인 자금 조달 환경이 악화한 영향이라는 분석도 있다. 신용공여 이자수익에는 신용융자 거래로 인한 이자뿐 아니라 증권담보대출도 포함돼있기 때문이다. 자금 조달이 어려워진 기업들이 가지고 있는 주식을 담보로 자금 조달에 나선 것이다. 실제로 키움증권의 경우 신용융자 이자율에 변동이 없었지만, 신용공여 이자수익 증가 폭이 가장 컸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기업에 주식 담보대출을 통해 자금을 수혈해주거나, 기업금융(IB) 등 다른 부분들에서 신용 공여 폭이 증가한 영향도 있다"며 "증권사들은 신용융자뿐 아니라 여러 방법으로 돈을 빌려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신용융자 이자율을 둘러싼 논란이 커지면서 금감원도 팔을 걷어붙였다. 금감원은 증권사들의 이자율과 수수료율 관행 개선을 위해 지난 19일 관련 태스크포스(TF)를 출범시켜 지난 20일 첫 회의를 가졌다. 금감원은 TF를 통해 이자율과 수수료율을 합리적으로 적용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