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적인 남성 중심 직업군으로 꼽히는 증권업계에 여성 임원들이 속속 등장하면서 성별의 경계가 허물어져 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지만, 그럼에도 국내 대표 증권사의 '남성 쏠림' 현상은 여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성과급이 많은 법인 대상 영업직군에서 남성 직원들의 비중이 높은 탓에 남녀 급여 격차가 최대 두 배 이상 나는 경우가 나오고 있다.

그래픽=손민균

28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DART)에 각 사가 공시한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2022년 기준 국내 주요 10개 증권사(KB증권·NH투자증권·대신증권·메리츠증권·미래에셋증권·삼성증권·신한투자증권·키움증권·하나증권·한국투자증권) 직원의 평균 성비는 41.7%로 나타났다. 직원 10명 중 6명은 남성, 4명은 여성인 셈이다.

10개 증권사 중 성비가 가장 불균형한 증권사는 메리츠증권으로, 남성 직원은 1074명인데 비해 여성 직원은 460명에 불과했다. 전체 직원 수 대비 여성 직원의 비중이 30% 수준에 그치는 것이다. 이어 하나증권이 37.8%로 두 번째로 낮은 성비를 보였다. 이 외에 키움증권(48.1%)을 제외한 나머지 7개 증권사에서 여성 직원 비중은 40%대 초반을 기록했다.

키움증권의 경우 남성 직원 수는 472명, 여성 직원 수는 437명으로 거의 50대 50에 가까운 성비를 보였다. 다만 총 437명의 여성 직원 중 약 86%를 차지하는 378명이 지원 부문에 속해있는데, 이는 지원 부문에 전화 상담 업무가 집중돼 있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키움증권 관계자는 "지점이 없는 온라인 증권사 특성상 키움증권 금융센터에서 유선으로 주문, 상담, 해외주식·파생상품 등에 대한 전화상담 업무를 처리한다"면서 "해당 업무를 처리하는 직원 중에 여성 직원이 많기 때문에 여성 직원 비율이 높은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키움증권의 자기매매(투자 운용), 위탁매매, 인수업무(기업금융, 프로젝트파이낸싱 등) 업무를 맡은 여성 직원의 수는 각각 3명, 35명, 21명에 불과했다. 같은 업무를 수행하는 남성 직원의 수가 각각 20명, 62명, 130명에 이르는 것과 비교하면 소수다.

키움증권뿐 아니라 대부분 증권사에서 여성 직원은 관리 지원 업무 부문에 쏠려있는 반면, 남성 직원 비중은 본사 영업 업무에서 높았다. 본사 영업은 통상 법인영업(기업영업), 구조화금융 등 큰돈이 오가는 업무를 주로 처리한다. 기본급은 최소로 낮추면서 성과급을 높여 '일한 만큼 돈을 가져가는' 구조다.

그러다 보니 남녀 임금 격차도 높은 수준에서 유지되고 있다. 키움증권의 경우 남성 직원의 평균 급여는 1억6600만원인 반면, 여성 직원의 평균 급여는 9100만원에 그쳤다. 메리츠증권도 여성 직원의 평균 급여는 9900만원으로, 남성 직원 평균 급여인 2억2900만원의 43% 수준이었다. 성별 간 급여 격차가 적은 증권사는 대신증권으로, 평균적으로 남성 직원은 평균 1억3700만원, 여성 직원은 1억100만원을 받았다. 10개 증권사의 남성 직원 대비 여성 직원 급여는 평균 63% 수준으로 나타났다.

국내 한 증권사 관계자는 "부서별로 급여 차이가 크게 나는 데다가, 과거부터 남성 직원이 많은 부서에는 남성 위주 조직 문화가 남아있다 보니 성비 개선 등에 있어서 현실적으로 어려운 부분이 있다"면서도 "최근 ESG(환경·사회·기업문화) 경영에 양성평등이 주요한 평가 요소로 부각되고 있고, 업계에도 새로운 변화가 필요하다는 데 의견이 모이면서 여성 인재를 더 적극적으로 활용하기 위해 증권사들도 꾸준히 노력 중"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