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003550)그룹의 주력 계열사인 LG디스플레이(034220)에 대한 신용평가업계와 금융투자업계의 부정적 전망이 확산하고 있다. 국내 신용평가 3사(한국기업평가·한국신용평가·나이스신용평가)가 최근 모두 이 회사의 신용등급 전망을 하향 조정했다. 재무 상황과 업황이 모두 악화한 데 따른 조치다.

이에 따라 현재 A+인 LG디스플레이의 무보증사채(회사채) 신용등급은 A0로 강등될 가능성도 있다. 증권사들은 올해도 LG디스플레이가 1조3000억원 넘는 영업손실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한다. 1개월 전보다 영업손실 전망치가 300억원 넘게 늘었다. 한 달 동안 주가도 10% 가까이 하락했다. LG디스플레이는 지난해에도 영업손실이 2조원 넘게 발생한 곳이며 최대주주는 LG전자(066570)다. LG디스플레이가 올해도 그룹 전체의 아픈 손가락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경기 파주시 월롱면 LG디스플레이 공장. / 뉴스1

21일 신용평가업계에 따르면 한국기업평가는 지난 17일 LG디스플레이 무보증사채에 대한 등급 전망(Rating Outlook)을 직전 A+(안정적)에서 A+(부정적)으로 한 단계 하향한 후 20일 공시했다.

이로써 한국신용평가(1월 31일), 나이스신용평가(3월 14일)에 이어 신용평가 3사가 모두 이 회사에 대한 등급 전망을 하향 조정했다. 등급 전망은 장기 신용등급에 부여되는 신평사의 의견을 기호로 표시한 것이다. 신평사들은 앞으로 신용등급이 내려갈 가능성이 있는 기업들에는 등급 전망을 ‘부정적(negative)’으로 부여한다.

3사가 모두 LG디스플레이의 신용등급 전망을 내린 것은 LG디스플레이가 지난해 대규모 영업적자를 기록했고 순차입금 증가 등 부채비율이 올라 재무상황이 악화했기 때문이다. 또 향후 영업실적 개선도 단기간에 이뤄지기가 어려우리라는 것이 신평사들의 공통된 판단이다. LG디스플레이는 지난해 2조850억원의 영업손실을, 3조1960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각각 기록했고 부채비율은 215.3%로 전년보다 56.8%포인트(P) 급등했다.

하현수 한국기업평가 책임연구원은 LG디스플레이의 등급 전망을 하향 조정한 보고서에서 이 회사의 최대 주주(지분율 37.9%)인 LG전자의 지원 가능성을 고려해 회사 자체 신용도보다 1단계 높은 신용등급이 부여되고 있다고 밝혔다. LG디스플레이의 현 상황이 A0 수준이지만 위기 상황이 되면 LG전자 등 그룹에서 지원할 가능성이 있어 A+등급이 부여됐다는 의미다.

신평사 관계자는 “올해 상반기까지 LG디스플레이의 영업실적이 많이 안 좋을 것으로 예상하고 연간으로도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적자가 날 것”이라며 “중장기적으로 봐서 실적과 재무 상황이 회복되지 않으면 A0까지 강등될 가능성이 없지 않다”라고 말했다.

그래픽=손민균

증권사들도 올해까지 LG디스플레이의 적자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한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15곳의 증권사는 LG디스플레이가 올해 평균 1조3397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했다. 1개월 전보다 영업손실 추정치가 339억원 늘었다.

김찬우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올해 1분기 비용 감소를 위한 노력에도 적자 기조는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라며 “계절적 비수기와 수요 부진으로 매출이 감소하며 고정비 부담이 커질 것”으로 전망했다. 키움증권도 올해 1분기에만 LG디스플레이의 영업적자가 1조1000억원에 달하며 실적 악화를 예상했다.

다만 대다수의 증권사는 올해 하반기부터는 수익성 개선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한다. 액정표시장치(LCD) 사업 부문의 수익성 개선과 2024년 출시 예정인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아이패드의 점유율 확대 등 OLED 부문의 사업 확장이 기대되기 때문이다.

김철중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애플의 OLED 탑재 제품은 짧게는 3개월에서 길게는 4~5개월 먼저 OLED 공급이 이뤄지기 때문에 내년 상반기 출시 제품에 대해서는 LG디스플레이가 올해 하반기부터 애플에 납품할 것으로 보인다”라면서 “하반기부터 수익성이 개선될 것으로 기대한다”라고 말했다.

한편 LG디스플레이의 주가는 최근 1개월 동안 10% 가까이 하락했다. 지난 2월 20일 1만6070원(종가 기준)이었던 주가는 지난 20일 1만4560원에 거래를 마쳤다. 이 기간 하락률은 9.3%(1510원)다. 15곳의 증권사 목표주가 평균치는 1만6871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