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 삼척에 석탄화력발전소를 설립 중인 민자 발전사 삼척블루파워가 시설 자금 마련을 위해 회사채 발행에 나섰지만 기관이 외면했다. 이에 따라 채권 물량 상당액이 개인 투자자에게 판매될 예정이다. 환경 파괴 주범으로 불리는 석탄화력발전소 설립 자금이 개인 투자자로부터 조달되는 셈이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삼척블루파워는 15일 2250억원의 회사채를 발행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삼척블루파워는 지난 7일, 3년 만기 회사채 2250억원에 대한 수요 예측을 실시했지만 매수 주문은 80억원에 그쳤다. 최근 시중 유동성이 다소 경색되는 흐름이 나타나는 가운데 전 세계 정부와 기업들이 강조하는 탄소중립 과제에 역행하는 석탄화력발전소를 건립하는 사업에 대한 자금 조달이라 투자자들의 관심을 받지 못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따라 회사가 발행하는 회사채 전량은 미래에셋증권·NH투자증권·한국투자증권·신한금융투자·KB증권·키움증권 등 6개 증권사가 각각 375억원씩 총액인수하기로 했다. 이중 NH투자증권(005940) 등 일부 증권사는 해당 물량을 인수한 뒤 리테일 채널을 통해 개인 투자자에게 판매할 계획이다.

당초 나머지 증권사들도 인수한 채권을 개인 투자자에게 판매(sell down)하는 방안을 검토했지만, 시민단체들이 나서 “개인 투자자들에게 ‘좌초자산’을 매각하려 한다”고 비난하자 내부에서 소화하는 방향으로 전략을 바꾼 것으로 알려졌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인수한 채권 물량을 장내 매도하는 방식으로 처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강원도 삼척에 건설되고 있는 석탄화력발전소 모습./삼척블루파워제공

강원도 삼척에 발전 용량 2100㎿ 규모의 화력발전소를 건설하는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삼척블루파워는 지난 2018년, 6개 증권사와 1조원 규모의 총액인수확약을 체결했다. 계약 기간은 6년. 민자 발전사가 회사채 발행을 통해 발전소 건설 자금을 조달하는 첫 사례로 주목받았다.

발전소 건립 초기인 2019~2020년에는 삼척블루파워가 발행한 회사채가 전량 매각됐다. 금리가 낮은 수준임에도 기관 수요가 많았던 것이다. 그런데 2021년부터 기업에 대한 ESG(친환경·사회적 책무·기업 지배 구조 개선) 책임이 강화되면서 삼척블루파워의 자금 조달이 난항을 겪기 시작했다. 2021년 이뤄진 두 차례 회사채 수요 예측에서 전량이 미매각됐고, 지난해 9월 2400억원 규모 수요예측서는 50억원의 주문만 들어왔다. 기관 평가 기준에 ESG 이행이 포함되면서 기관들이 석탄화력발전소 설립에 자금을 투자하는 것을 꺼린 탓이다.

삼척블루파워와 계약을 맺은 증권사들도 난감한 상황이 됐다. 화력발전소 건립을 반대하는 환경단체들은 “증권사들이 기존에 체결된 총액인수확약을 근거로 석탄금융을 지속하고 있다”고 비난하면서 “게다가 미매각된 채권을 개인에 떠넘기는 것은 명백한 그린워싱(위장환경주의)”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렇다고 일방적으로 계약을 해지할 수도 없는 상황이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증권사들도 ESG 경영에 대한 관심이 커 화력발전소 건립 등에는 자금을 대지 않고 있지만, 5년 전에는 상황이 달랐다”면서도 “투자 환경이 바뀌었다고 해서 기존 계약을 해제한다는 것은 금융 거래에서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적게는 수백억~수천억원 규모의 삼척블루파워 회사채 물량이 개인 투자자에 판매될 예정이다. 다만 탄소를 다량 배출하는 화력발전소 프로젝트에 대한 비난 여론이 큰 것과는 별개로 개인 투자자 입장에서는 꽤 높은 수익을 기대할 수 있는 투자 상품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삼척블루파워 회사채 수익률은 연 7% 안팎에 이를 전망이다.

투자 위험도 낮은 편이다. 한국기업평가와 NICE신용평가는 삼척블루파워가 발행한 회사채에 대한 신용등급을 각각 ‘A+’, 신용등급 전망을 각각 ‘안정적’으로 평가했다. 삼척블루파워의 대주주는 NH농협은행으로 지분 54.5%를 갖고 있고, 포스코에너지(29.0%)도 주요 주주로 있다. 두산에너빌리티(034020)와 포스코건설도 출자했다.

또 다른 증권사 관계자는 “삼척블루파워가 발행하는 채권은 위험도가 크지 않지만, 탄소중립을 지향하는 사회적 분위기 때문에 수요가 많지 않은 상황이 금리에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며 “순수하게 투자 수익만 생각한다면 투자할 가치가 있는 자산”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다만 세계적으로 탄소중립에 대한 움직임이 빨라지고 있고, 우리 정부의 에너지 정책이 더 과감하게 전환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은 투자 리스크로 고려해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