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주 행동주의가 확산하는 가운데 증권업계에서는 에스엠(041510) 이후 네이버(NAVER)가 행동주의 펀드의 타깃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총수(동일인)의 지분이 매우 낮아 외부 공격에 취약한 상황에서 정치권에 뇌물을 준 혐의에 연루돼 행동주의 펀드가 공격할만한 빌미를 주고 있다는 점 때문이다.

게다가 네이버 주가는 지난 1년 간 크게 떨어진 상태다. 최근 외부 세력이 기업을 공격하면 주가가 크게 오르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는데, 행동주의 펀드가 네이버를 타깃으로 삼을 경우 소액주주들의 지지와 호응이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 네이버 최대 주주는 국민연금…총수 지분 3.72%에 불과

네이버는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상호출자 제한 기업집단에 지정돼 있지만, 다른 대기업 집단과 비교하면 특이한 지배구조를 형성하고 있다. 무엇보다 창업자이자 회사 사업 가운데 가장 중요한 일본 ‘라인’ 회장을 맡고 있는 이해진 글로벌투자책임자(GIO)가 보유한 네이버 지분이 3.72%로 극히 적다.

네이버가 지난 7일 공개한 2022년도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회사의 최대주주는 지분 8.45%를 보유한 국민연금공단이다. 국민연금 외에 지분 5% 이상을 보유하고 있어 지분 공시 의무가 있는 주요 주주는 2016년 9월 보유 지분을 공시한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5.05%)이다.

지난해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종합감사에 출석해 의원 질의를 듣고 있는 이해진 네이버 글로벌투자책임자(GIO)./뉴스1

이해진 GIO가 적은 지분을 갖고도 경영권을 행사할 수 있는 것은 주식 교환 형태로 우호주주를 확보하고 있기 때문이다. 다른 기업과 주식 교환을 통한 전략적 제휴를 맺고 있다. 미래에셋증권은 네이버 지분 1.72%를 보유하고 있고, CJ대한통운과 스튜디오드래곤, 이마트, 신세계 등이 네이버 지분 0.2~0.3%를 보유하고 있다. 네이버는 자사주 맞교환을 통해 이 업체들을 우군을 확보했다.

하지만 비중으로 보자면 백기사들 또한 7%가 채 되지 않는다. 막대한 자금력을 가진 외부 세력이 경영권을 확보할 목적으로 지분을 대량 매입할 경우 얼마든지 경영권 분쟁이 발생할 수 있는 상황이다.

회사 안팎에서는 최대주주인 국민연금이 지난해 10월, 지분 보유 목적을 ‘일반투자’로 변경한 것에 주목하고 있다. 국민연금은 지난해 10월 18일, 네이버의 지분을 추가 취득했다고 보고하면서 보고 사유를 ‘단순 투자’에서 일반 투자 목적으로 변경한다고 밝혔다.

단순 투자는 국민연금이 주가 상승과 배당을 통해 투자 수익을 추구하기 위해 지분을 보유하는 경우다. 반면 일반 투자는 해당 상장사의 지배 구조를 바꿀 정도는 아니지만, 적극적으로 의결권을 행사해 경영에 참여하겠다는 의사를 내비친 것으로 해석된다.

◇ 뇌물 수사 진행 중… “해외선 중대 혐의”

이런 상황에서 증권업계에서는 네이버가 최근 정치권 뇌물 혐의에 연루된 상황을 위험하다고 평가하고 있다. 검찰에 따르면 네이버는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성남시장이던 2015년, 성남시 부지 매입에 대한 청탁 대가로 성남FC에 불법 후원금 40억원을 건넨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네이버가 신사옥을 지은 성남시 분당구 정자동 부지와 관련해 건축 인허가, 용적률 상향, 자동차 진출입로 변경 등 청탁을 하고 2015~2016년 네 차례에 걸쳐 10억원씩 총 40억원을 성남FC에 전달했다고 보고 있다. 이 과정을 김상헌 당시 네이버 대표와 김진희 네이버 I&S 대표가 성남시 등과 협의해 진행했다는 것이 검찰의 입장이다.

기업의 불법행위가 드러나면 헤지펀드의 공격 대상이 되기 쉽다. 헤지펀드가 불법행위를 주도해 기업 가치를 훼손한 경영진에 대해 책임을 추궁할 수 있는 빌미가 생기기 때문이다. 과거 SK 주식을 매입해 경영권을 위협했던 소버린 사태가 발생한 것은 그룹 총수인 최태원 회장이 구속된 직후였고,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 역시 이재용 당시 부회장이 경영권 승계를 목적으로 정치권에 부정한 청탁을 했다는 검찰 수사가 이어졌을 때 삼성에 대한 공격 수위를 높였다.

네이버 분당 사옥 전경./연합뉴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우리나라는 뇌물을 큰 범죄로 여기지 않는 경향이 있지만, 해외에서는 네이버가 굉장한 경영 리스크에 직면한 것으로 판단할 수 있다”며 “검찰의 수사 이후 기소가 이뤄지는 등 네이버가 정치적 논란과 뇌물 범죄 혐의에 장기간 연루돼 주가에도 영향을 준다면 외국계 헤지펀드들이 적극적인 활동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라고 말했다.

◇ “행동주의 펀드, 이해진 퇴진 요구도 가능”

네이버는 우리나라 대표 빅테크 업체로 사업을 꾸준히 확대하고 있지만 최근 주가가 크게 하락했다. 네이버 주가는 지난 2021년 7월 46만원을 넘기도 했지만, 1년이 지난 지난해 10월 한때는 15만원대까지 떨어졌다. 글로벌 증시가 부진에 빠지면서 네이버 주가도 함께 하락했다고 할 수도 있지만 낙폭이 상대적으로 크다는 평가다. 올해 들어 증시가 반등했지만, 네이버는 20만원대에 머무르고 있다.

특히 네이버는 소액주주 비율이 높아 자금력을 가진 행동주의 펀드가 주주환원 요구에 나서면 소액주주의 호응과 지지가 높을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9월 말 기준 네이버의 소액주주 비율은 70.28%다. 이중 외인 비중은 47% 정도다.

행동주의 펀드가 네이버 지분을 확보할 경우, 소수 지분을 갖고 그룹 전체에 실질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는 이해진 GIO의 퇴진을 포함해 배당 확대 등 다양한 경영 요구를 할 가능성이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