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갈등이 심화하면서 중국 경제의 핵심인 수출이 큰 충격을 받고 있습니다. 하지만 중국은 소득도 큰 나라이고 계속 늘어나고 있습니다. 소비 패턴도 빠르게 변화하고 있지요. 중국 소비재 기업에 투자한다면 투자 수익이 높을 것으로 기대됩니다."
지난 6일 서울 중구에 있는 피델리티자산운용 사무실에서 만난 지효미 피델리티인터내셔널 중국 주식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코로나 방역 정책을 하루 아침에 바꾼 사례에서 확인했 듯 정책 방향 전환 과정에서 중국 정부는 초보 운전자와 같고, 다른 부문에서 규제 불확실성이 큰 데다 미·중 갈등이 지속될 것"이라면서도 "그렇다고 중국 내수가 성장하는 과정에서 투자 기회를 놓치기는 아쉽다"며 이같이 말했다.
지 매니저는 자산 6조~6조5000억원의 중국 소비재 펀드를 운용하고 있다. 중국과 홍콩의 40~45개 기업에 투자하고 있는데, 다른 대부분의 중국 펀드가 투자하는 인프라, 중공업 업종이 아니라 소비재 기업에 집중하고 있다.
올해 중국의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이 세계 경제가 회복되는 데 큰 동력이 될 것이라는 기대가 커지고 있다. 하지만 격화되는 미중 갈등과 중국의 대만 침공 가능성, 중국 정부의 과도한 규제 등이 리스크로 대두하면서 투자자들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중국에 투자해도 되는 것일까. 지효미 매니저는 "중국 경제는 회복되는 방향으로 이미 키가 잡혀있다"며 "미국이 중국을 때려도 성장 가능성이 훼손되지 않는 소비재 업종에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피델리티가 올해 중국 경제 회복을 예상하는 이유는 세 가지다. 가장 먼저 중국 내 코로나 감염이 지난해 12월 정점을 찍고 안정화되는 추세다. 중국 정부가 발표하는 데이터의 신뢰가 떨어진다고 하지만, 피델리티가 병원이나 지하철 혼잡도, 중국 인터넷에서 '고열', '코로나 증상' 등의 키워드가 검색되는 빈도 등 여러가지 보조 지표를 통해 추정한 결과 중국 내 코로나 확진자는 12월 중순 이후 꾸준히 감소하고 있다. 코로나 사태로 막혀있던 경제 활동이 본격적으로 재개될 수 있는 환경이 열린 것이다.
경제·산업 분야에 대한 중국 정부의 규제가 완화됐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지난 몇 년 동안 중국은 정부의 규제 여파로 부동산 시장이 침체된 가운데 '빅테크 때리기'도 이어졌다. 그런데 지난해 3월부터 중국 당국자의 발언이 달라지고 있다는 게 피델리티의 분석이다. 지 매니저는 "게임이나 엔터테인먼트 기업의 기업공개(IPO)가 속속 진행되고 있다"며 "기업에 대한 규제 수준이 완화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중국 물가 상승률은 2~3% 수준이라 금리를 높여 시중 자금을 조일 상황이 아니라는 점도 중요하다. 통화 긴축에 대한 우려도 크지 않은 상황이라는 의미다.
세 번째로 중국 소비자의 소비 여력이 커진 상황이라 내수가 크게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지 매니저는 "코로나 이전 31% 수준이던 중국 가계 저축률이 현재 35%로 높아졌다"며 "경제 활동이 재개되면, 지난해 미국 소비가 크게 늘어난 것처럼 중국에서도 많은 소비가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선진국의 경우 GDP에서 소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60~70% 정도 되는데, 중국 소비가 늘어나고 있다고 하지만 40% 정도다. 소비가 더 늘어날 여력이 있고 새로운 산업과 서비스가 등장할 가능성이 크다는 의미다.
피델리티는 중국의 어느 기업에 주목하고 있을까. 지 매니저가 꼽은 중국에서 중요한 소비 구조 변화는 프리미엄(고급) 제품 수요 증가와 중국산 제품에 대한 선호 현상, 서방과 갈등 상황에서 중국 내부에서 지역 공급망을 강화하려는 노력 등 세 가지다.
지 매니저는 펀드의 핵심 포트폴리오에 속하는 중국 주류 업체 '귀주 마오타이'와 홍콩에 상장된 유제품 업체 '멍뉴유업'를 사례로 중국의 소비 변화를 소개했다.
중국 브랜드로는 유일하게 글로벌 톱(top) 100에 꼽히는 마오타이는 수십년간 쌓여온 브랜드 가치를 유지하고 있다. 지 매니저는 "마오타이가 제작해 고급 호텔이나 살롱에 보급하는 잡지를 보면 술에 대한 광고는 없고, 중국 문화에 대한 자부심, 환경 보호 노력, 유명 아티스트 등을 담고 있다"며 "에르메스나 페라리와 같은 마케팅 전략"이라고 말했다. 그는 "마오타이는 프리미엄 브랜드로 자리 잡은 동시에 올해 팔 수 있는 병 숫자가 7년 전에 정해져 있을 만큼 공급과 수요의 미스매치 때문에 가격 결정력이 있다"고 평가했다.
중국의 대표 유제품 회사 멍뉴유업가 생산하는 제품은 필수재이지만 중국에서는 고급 소비재이기도 하다. 베이징이나 상하이 같은 대도시의 경우 1인당 유제품 소비량이 한국이나 일본과 비슷하지만, 중간 규모 도시나 시골로 가면 우유는 귀하고 중요한 단백질 공급원이다. 게다가 치즈나 요구르트 등 가공 유제품의 경우는 대도시에서도 아직 대중화되지 않았다. 지 매니저는 "멍뉴유업가 치즈 등 가공 유제품에 대한 마케팅에 집중하느라 아직 이익률이 높지 않지만, 현재 밸류에이션(평가받는 기업 가치)이 낮고, 5~10년 이후 중국 소비 패턴 변화에 큰 수혜를 입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앞으로 중국 경제가 더 성장할 것이라는 전망에는 모두가 동의하지만 국내 투자자에게는 중국에 대한 공포감이 있다. 중국 정부가 멀쩡한 회사 사업을 갑자기 바꾸거나 CEO가 행방불명되기도 한다. 중국을 둘러싼 지정학적 갈등이 심화되는 상황도 투자자에겐 큰 리스크다. 지 매니저는 "중국에 대한 공포는 한국 투자자들만의 이야기가 아니다"라면서 "이런 상황에서 소비재 업체는 더 매력적"이라고 말했다. 수출의 경우 지정학적 갈등에 타격이 크지만, 소비재 업종은 정부 규제의 영향을 덜 받고 지정학적 리스크로부터 비교적 자유롭기 때문이다. 그는 또 "중국인들의 소득 성장이나 소비 패턴 변화는 근본적인 욕망은 변하지 않는 것"이라며 "소비재에 투자하는 것은 좋은 아이디어"라고 덧붙였다.
아울러 지 매니저는 "제일 좋은 투자 시점은 말하기 어렵다"면서도 "지금처럼 중국 경제 회복에 대한 의구심이 있고 논쟁이 이뤄지고 있을 때가 오히려 투자 적기"라고 말했다.
그는 "지난해 10월 중국 증시가 40~50% 오르는 랠리가 있었는데, 이렇게 시장이 오를 땐 시장에 따라 모든 기업 주식이 오르기 때문에 옥석을 가리기 어렵다"며 "당시와 비교해 15~20% 하락한 지금 투자를 시작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라고 했다.
실현 가능성이 낮다고 하지만 중국의 대만 침공 우려가 나오는 것에 대해서는 "이런 최악의 시나리오에서는 타격이 크고 헤지(위험 회피)할 수 있는 방법도 없다"고 했다. 다만 지 매니저는 최근 영국 럭셔리 브랜드 관계자를 만난 이야기를 전하면서 "유럽 럭셔리 브랜드가 올해 중국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며 "이들 역시 최선의 방법으로 예측해 봤을 때 전쟁이 발생할 가능성이 낮고, 최악의 경우에도 중국 시장에 대한 투자가 필요하다는 인식이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