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법쩐'이 최고 시청률 12%를 돌파하며 인기 몰이를 하는 가운데 여러 주가 조작 사례들이 나온다. 시청자들은 드라마 속 주가 조작 방법이 실제로 가능한지 여부를 궁금해한다. 그래서 과거 국내 주식시장에서 주가 조작 사례를 살펴봤다.

주가 조작은 시세 차익을 목적으로 주가 형성에 인위적으로 개입하는 행위를 말한다. 주가 조작 행위를 '작전'(作戰, Scam)이라고 하며, 작전에 연루된 사람들을 '작전세력'이라고 한다. 주가 조작에 의해 급등하는 주식을 소위 작전주(作戰株)라고 부른다.

금융당국에서는 부정거래 행위와 시세조종 행위 등을 주가 조작으로 정의하고 있다. 부정거래 행위는 허위 공시, 언론 등을 이용해 거짓 정보를 유출하는 것이고, 시세 조종은 자금력을 이용한 매수와 매도로 주가를 인위적으로 끌어올리거나 끌어내리는 행위를 말한다.

이 같은 주가 조작 행위는 매년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4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시세 조종, 부정거래, 미공개정보 이용 등으로 인한 부당이득은 지난 2020년 3793억원에서 2021년 6327억원으로 증가했다.

법쩐 방송화면 갈무리.

◇ 법쩐 속 주가 조작, 실제 있었던 일

법쩐에 나오는 광운실업 이야기는 실제 있었던 일이다. 광운실업 사장이 주식을 담보로 사채업자 명인주 회장에게 돈을 빌리는데, 명 회장은 주가가 1만5000원에서 1만원으로 떨어지면 담보 물량을 팔아버릴 것이라고 한다. 명 회장은 이후 한 증권사에 광운실업 관련 부정적 리포트를 쓰게하는 등 이른바 '작전'을 벌였고 광운실업 주가는 폭락한다. 이후 광운실업은 부도 처리되고 상장폐지 수순을 밟는다.

지난 2013년 코스닥 상장사 예당은 대표이사가 사채업자에게 제공했던 주식담보대출 물량이 시장에 쏟아져나오면서 일주일 만에 주가가 반토막이 됐다. 이후 예당은 증시에서 퇴출당했다.

주식담보대출은 증권사나 은행 등 금융회사가 주식을 담보로 잡고 주주에게 돈을 빌려주는 서비스를 말한다. 최대 주주가 돈을 빌리기 위해 증권사나 은행에 맡긴 주식이 주가 급락으로 이어지면 반대매매가 되는데, 반대매매 사실이 공개되면 주가는 더 급락한다. 반대매매는 주가가 하락해 일정 수준(담보 가치) 이하로 떨어졌을 때 채권 금융사가 주식을 임의로 시장에 내다 파는 것을 의미한다.

드라마에 나오는 유튜버를 통한 시세 조종 행위는 최근 흔하게 발생하고 있다. 유튜브 등에서 특정 종목을 추천하면 해당 종목 주가가 오른다. 이를 본 투자자들은 유튜버가 추천한 종목을 매수한다. 그러나 개인 투자자들의 매수로 주가가 오르면 정작 운영자들은 해당 종목을 매도하며 이득을 취한다.

◇ 허위 공시 가장 대표적…M&A 이용하기도

허위 공시를 통해 주가 조작을 하는 방법도 있다. 가장 대표적인 방식이기도 하다. 기업에 호재로 작용할 수 있는 투자 유치, 신기술 등 허위 정보를 발표해 투자자들이 몰리게 한다. 하루에도 수십 개, 수백 개씩 쏟아지는 공시를 당국이나 한국거래소가 일일이 심층적으로 검증할 수 없는 허점을 이용한 방법이다.

에디슨모터스는 쌍용자동차 인수를 미끼로 주가를 끌어올려 주가 조작을 했다. 에디슨모터스 경영진은 지난 2021년 5월부터 지난해 3월까지 허위 공시와 언론 보도를 통해 에디슨EV 주가를 띄우고 약 1621억원의 부당 이득을 얻은 혐의를 받는다. 에디슨모터스가 쌍용차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는데, 에디슨모터스는 인수 대금을 기한 내에 지급하지 못해 쌍용차 인수가 무산됐고, 에디슨EV 주가는 폭락했다.

지난 2005년 11월 반도체 센서 제조업체인 플래닛82는 '나노 이미지 센서 칩'이라는 신기술을 발표했다. 나노 기술을 이용해 빛이 없는 곳에서도 사진과 영상 촬영이 가능하다는 것인데, 시연회 이후 플래닛82 주가는 1650원에서 4만6590원까지 30배 가까이 폭등했다. 11월 13일부터 12월 6일까지 단 2거래일을 제외하고 15거래일 연속 상한가를 기록했다. 그러나 해당 기술은 사기로 밝혀졌고, 플래닛82는 2008년 4월 상장 폐지됐다.

적대적 인수합병(M&A)을 빙자한 주가 조작도 눈에 띈다. 지난 2012년에는 한 투자자문사 대표가 코스닥 상장사인 팀스 지분을 대거 매집해 대주주가 된 후, M&A 기대감으로 일반 투자자들이 몰리는 사이 보유 지분을 처분해 막대한 차익을 남겼다.

금융위원회 전경

◇ 당국도 칼 빼들어…"계좌 동결 검토"

주가 조작은 자본시장법,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에 따라 처벌이 이루어진다. 자본시장법을 위반한 주가 조작 형량은 1년 이상의 유기징역이다. 위반 행위로 얻은 이익, 회피한 손실액의 3배 이상 5배 이하에 상당하는 벌금에 처한다. 추가로 이득액이 5억 이상 50억 미만일 경우에는 3년 이상의 유기징역, 50억원 이상의 경우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을 통해 가중 처벌이 이루어질 수 있다.

그러나 불공정거래에 대한 과징금제도가 없고, 부당 이득 산정 기준이 미비해 불법 이익을 효과적으로 환수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많다. 지난 2017~2021년 금융위원회 증권선물위원회에 상정·의결된 불공정거래 사건 274건의 혐의자 중 93.6%에게는 과징금 등 행정조치 없이 수사기관 고발·통보 조치만 이뤄졌다.

김유성 연세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부교수는 "자본시장 불공정거래에 대한 제재 수단으로 시장 질서 교란 행위 과징금 외에 행정 제재가 미흡하다"면서 "자본시장 불공정거래 행위에 대한 과징금 도입, 부당이득 산정 법제화 등의 조속한 도입이 필요하다"고 했다.

한편, 금융당국은 지난달 발표한 2023년 업무 보고에서 주가 조작 등 불공정거래 행위를 하는 세력의 계좌를 신속히 동결하는 방안을 추진하는 것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