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030200)의 최대주주인 국민연금이 차기 대표 단독 후보로 확정된 구현모 사장 선임에 반대 의사를 밝히면서 업계에서는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지난해 있었던 국민연금 이사장 선임보다 KT의 대표 선임 절차가 오히려 투명한 상황에서 국민연금이 절차상 문제를 지적하면서 KT의 대표 선임을 반대하는 우스운 상황이 연출됐다는 지적이다.

국민연금은 지난달 KT 이사회가 구 대표의 연임을 결정하자 기금운용본부장 명의로 “투명하고 공정한 절차 원칙에 부합하지 못하다”며 반대 입장을 밝혔다. 앞서 김태현 국민연금 이사장은 오너가 없는 이른바 ‘소유분산기업’에 대해 “회장 등을 중심으로 지배구조를 고착화하고 후계자를 양성하지 않는다거나, 대표이사나 회장 선임 및 연임 과정에서 현직자 우선 심사와 같은 내부인 차별과 외부 인사 허용 문제를 두고 쟁점이 되고 있다”며 우회적으로 구 대표의 연임 가능성을 문제 삼았다.

구현모 KT 대표./연합뉴스

국민연금 1인자와 2인자가 잇따라 KT의 대표 선임에 반대하고 나섰지만, 회사 안팎에서는 문제가 없다는 의견이 대부분이다. 구 대표는 KT대표이사후보심사위원회로부터 ‘연임 적격’ 결과를 받고도 이사회에 복수 후보 경선을 요청했다. KT 정관에는 기존 CEO가 연임할 경우 단독 후보로 추천할 수 있다고 규정돼 있지만, 자신의 연임을 둘러싼 논란이 지속되자 경선을 통한 재검증을 요청한 것이다.

구 대표의 요청에 따라 KT는 사외 인사 14명과 사내 인사 13명 등 총 27명을 상대로 총 7차례 심사를 했다. 심사 결과 구 대표는 다시 최종 후보로 확정됐다.

이에 대해 국민연금은 외부 공모 절차가 없었다는 부분을 지적하고 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KT보다 국민연금의 이사장 선임 절차가 더 불투명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우리 국민의 노후 자금 800조원을 관리하는 국민연금 이사장은 그동안 전문성과 리더십보다는 정치적인 이유로 이사장이 임명되는 관행이 이어졌고, 지난해 김태현 이사장의 선임 과정에서도 적지 않은 잡음이 나왔다는 것이다.

지난해 9월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에 임명된 김 이사장은 정통 금융관료 출신으로, 국민연금공단 임원추천위원회 추천과 보건복지부 장관 제청을 거쳐 대통령 재가를 받아 임명됐다. 정통 금융관료로써 업무 처리 능력과 리더십은 인정받았지만, 예금보험공사 사장에 취임한 지 1년이 채 안 돼 임기를 한참 남긴 현직 기관장이 외부 공개 채용에 응시하면서 사실상 정해진 인선이라는 얘기가 나왔다.

김태현 국민연금 이사장./연합뉴스

국민연금이 이사장 공모를 내면서 제시한 자격 요건에는 ‘국민연금 및 사회복지분야와 관련한 지식과 경험이 풍부한 사람’이 명시됐지만, 김 이사장의 경력은 이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얘기도 나왔다. 1992년 행정고시(35회)에 합격해 공직에 입문한 김 이사장은 금융위원회 금융정책과장과 자본시장국장, 금융정책국장 등을 지냈고, 차관보(1급)급인 금융위 사무처장을 지내고 퇴직한 뒤 예금보험공사 사장으로 일했다. 국민연금이나 사회복지분야 전문성은 전무하다.

반면 KT의 구 대표는 자격, 자질 논란에서 오히려 자유롭다. 구 대표는 1987년 KT경제경영연구소 연구원으로 입사한 뒤 줄곧 KT에서 근무해온 내부 인사인 데다, 2020년 3월 취임 후 경영 성과도 좋아 연임에 적합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KT의 영업이익은 구 대표 취임 전인 2019년 1조1510억원에서 지난해 1조6718억원으로 2년 동안 44% 증가했다.

한 재계 관계자는 “국민연금이 공단이긴 하지만 국민의 노후 소득 보장과 복지 증진이라는 대의를 위해 일해야 한다는 측면에서는 지배구조 분야에서 더 철저한 기준을 확립해야 하는 조직인데 그렇지 못하다는 점은 아이러니”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