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미국 증시에서 주요 3대 주가지수는 평균 21% 하락했다. 12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이후 증시 변동성은 커졌고, 산타 랠리도 물거품 됐다. 지난해 투자하기만 하면 주가가 올랐던 상승장을 경험했던 서학개미(미국 주식에 투자하는 국내 투자자)는 올해도 미국 주식 열풍을 이어갔다. 그러나 서학개미의 꿈과는 달리 미국 증시 전체가 부진했던 것은 물론, 서학개미가 가장 선호하는 종목인 테슬라는 3분의 1이 됐다.

미국 뉴욕 증시에서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는 올해 20% 하락했다. 4796.56에 시작한 S&P500지수는 4000선을 넘기지 못하고 3839.50에 마감했다.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와 나스닥지수도 각각 9.4%, 34% 하락한 3만3147.25, 1만466.48에 거래를 마쳤다. 글로벌 금융위기로 미국 증시가 폭락했던 2008년 이후 낙폭이 가장 컸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면서 시작된 전쟁, 코로나 확산에 따른 중국 봉쇄 등 악재 요인이 많았는데, 미국 증시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것은 미 중앙은행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강도 높은 통화 긴축이었다. 연준은 4연속 기준금리를 0.75%포인트 인상하는 이른바 ‘자이언트 스텝’을 밟았고, 9개월 만에 기준금리는 4%포인트 이상 높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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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학개미가 좋아하는 종목은 주로 나스닥에 몰려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31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테슬라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서학개미의 개별종목 순매수 1위 종목에 이름을 올렸다. 올해 개장 날부터 마지막 날까지 서학개미는 테슬라 주식을 26억9515만 달러(약 3조3985억원)이상 순매수했다.

서학개미가 가장 많이 순매수한 테슬라는 올해 주가가 69% 폭락했다. 이는 같은 기간 나스닥지수 낙폭의 2배에 달하는 수준이다. 테슬라는 400달러 선에서 시작해 120달러 미끄러지며 3분의 1 수준이 됐다. 이는 2020년 8월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2010년 나스닥시장에 상장된 테슬라는 연간 기준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한 적이 2016년을 제외하고는 전무하다.

나스닥지수 상승의 3배를 추종하는 ‘PROSHARES ULTRAPRO QQQ ETF’(TQQQ)도 많이 사들였는데, 무려 27억445만 달러(약 3조4103억원) 어치 순매수했다. 지난해 TQQQ를 7570만 달러 순매수했던 것과 비교하면 3배 이상 늘어난 규모다. 테슬라와 매수 금액 차이도 900만 달러밖에 나지 않는다. 지난해에는 1위와 2위 격차가 4배 차이 났었다.

순매수 3위는 지난해 서학개미 순매수 종목 50위 안에 이름을 올리지 못했던 종목이 차지했다. 미국 30대 반도체 기업들로 구성된 ‘ICE 반도체 지수’의 일일 수익률을 3배 추종하는 ‘DIREXION DAILY SEMICONDUCTORS BULL 3X SHS ETF’(SOXL)로 주요 구성 종목은 엔비디아(NVDA), 브로드컴(AVGO) 등이 있다. 국내 개인 투자자들은 올해 SOXL를 16억3432만 달러(약 2조 608억원) 어치 쓸어 담았다.

순매수 4위와 5위는 엔비디아와 애플이 차지했는데, 각각 6459만 달러(약 814억원), 4951만 달러(약 624억원) 사들였다.

투자자들이 많이 사들인 TQQQ와 SOXL는 올해 들어 80%, 87%씩 폭락했다. 올해 초 1000만원을 SOXL에 투자했다면 현재 남은 금액은 100만원 수준이라는 의미다. 애플은 29% 하락하며 그나마 선방했다.

이 밖에도 국내 투자자들은 레버리지 종목을 대거 사들였다. 지난해 단일 종목을 선호했던 것과 대비된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연초부터 강도 높은 긴축에 나서며 증시가 하락하자, 미 증시가 저점이라고 본 투자자들이 손실을 회복하기 위해 레버리지를 사들인 것으로 풀이된다.

뉴욕증권거래소의 한 중개인이 증시 추이를 보고 있다./AFP=연합뉴스

그러나 미국 증시 바닥은 아직 오지 않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마이크 윌슨 모건스탠리 수석전략가는 내년 1분기 S&P500지수가 3000~3300대를 기록할 것이라고 봤다. 이는 현재보다 20% 넘게 하락한 수치다. BNP파리바는 내년 2분기 S&P500지수가 3000선에서 바닥을 찍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블룸버그통신은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2024년에야 피봇(pivot·방향 선회)이 가능하다고 하지만, 시장은 이미 내년 하반기 중 피봇을 예측하며 움직이고 있다”면서 “당국과 시장 간 괴리 속에 증시 변동성은 커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내년 상반기 이후에는 증시 변동성이 완화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문남중 대신증권 해외투자전략팀장은 “내년 1분기는 증시가 저점을 지나가는 과정인데, 내년 상반기 주요국 중앙은행의 통화 긴축 속도 조절로 인플레이션과 경기 우려를 점차 낮추며 증시 변동성은 완화될 것”이라며 “내년 1분기까지는 내년 2분기 이후 유망한 투자 대상인 IT, 경기소비재, 배터리, 반도체, 바이오로 스위칭하는 기회로 삼아야 할 것”이라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