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국내 증시가 문을 닫는 날까지 외국인, 기관투자자들은 인버스 상품을 대거 쓸어 담은 것으로 나타났다. 내년 경기침체 우려가 커지면서 국내 증시가 하락해야 돈을 버는 약세장에 베팅한 셈이다.

일러스트=손민균

증시 폐장일이었던 29일, 국내 기관투자자는 인버스 상장지수펀드(ETF)를 대거 사들였다. 당일 기관 순매수 상위 종목에는 KODEX 200선물인버스2X ETF(487억원), KODEX 인버스 ETF(156억원), KODEX 코스닥150선물인버스 ETF(140억원) 등이 이름을 올렸다. 같은 날 외국인 투자자도 KODEX 200선물인버스2X ETF(429억원)를 가장 많이 샀다.

인버스 ETF는 추종지수가 하락해야 수익을 얻는 구조다. 예를 들어 KODEX 200선물인버스2X ETF의 경우, 코스피200 선물지수의 하루 수익률을 역으로 2배 추종하는 방식이다. 즉 증시가 하락할 때 수익이 난다. 통상 투자 리스크를 헷지하기 포트폴리오에 일정 부분 인버스 상품을 담는데, 이달 국내외 기관투자자들은 아예 보유 규모를 크게 늘린 것으로 나타났다.

12월 한 달 동안 기관투자자, 외국인 투자자는 KODEX 200선물인버스2X ETF를 각각 4037억원, 3001억원을 순매수한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 기관투자자는 KODEX 인버스 ETF, KODEX 코스닥150선물인버스 ETF를 각각 1064억원, 585억원어치 쓸어 담았다.

이 기간 수익률도 높다. 이달 국내 증시가 연일 하락하면서 KODEX 200선물인버스2X ETF는 14% 상승세를 기록하고 있다. KODEX 코스닥150선물인버스의 경우, 10% 수익 구간에 있다. 반면 같은 기간 코스피지수는 9.55%, 코스닥지수는 6.89% 하락했다.

국내 증시가 내년 상반기까지 하락세를 이어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면서 외국인, 기관 모두 약세장에 베팅한 것으로 풀이된다. 최유준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주식시장 전반에 매수세가 없어졌고, 추가 하방에 대한 우려가 작용하고 있다”며 “미국의 12월 고용지표에 주목하고 있으며, 연초 저점 매수 유입 여부도 지켜봐야 할 변수”라고 짚었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현 경기 상황은 예상보다 양호한데 향후 경기전망은 더욱 어두워졌고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이 주목하는 고용시장은 더욱 강해졌다”며 “발표되는 경제지표 조합이 연준의 금리 인상 사이클 조기 종료 기대를 어렵게 하고 있어서 주식시장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