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30조원이 넘는 적자가 예상되는 한국전력(015760)이 자회사 한전기술 지분을 매각하려 반년 넘게 고민하고 있다. 시장 상황이 악화하면서 지분 매각 시기를 놓쳤고 한전기술(052690)은 3분기 영업손익이 적자(영업손실)로 돌아섰다. 그러는 사이 주가가 하락하면서 매각을 추진하던 지분의 가치는 1000억원 넘게 줄었다. 한전은 국내 증권사를 자문사로 선정했지만, 아직 매각 시기 등 일정을 전혀 잡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국전력 서울본부 / 뉴스1

23일 투자은행(IB)업계와 한국전력에 따르면 현재까지 한전기술 지분 매각에 대한 계획을 전혀 세우지 못한 상태다. 앞서 한전은 적자가 누적되자 지난 5월 그룹사 비상대책위원회를 개최해 출자 지분과 부동산 매각 등 재무구조 개선안을 발표했고 이 자구안에 자회사인 한전기술 지분 65.77%(2513만8694주) 중 14.77%(564만주)를 매각하는 방안도 포함됐다.

이후 6월에는 이사회를 개최해 한전기술 지분 매각을 공식화했다. 이어 8월에는 대형 증권사 3곳을 지분 매각을 위한 자문사로 정했다. IB업계 관계자는 "한전이 아직 구체적인 블록딜(시간 외 대량 매매) 계획을 전혀 세우지 못한 것으로 안다"라며 "시장 상황이 악화하면서 지분을 매도할 타이밍을 잡기가 쉽지 않은 것 같다"라고 말했다.

한전이 한전기술 지분을 매각하겠다는 자구안을 내놓은 지 반년이 지났지만, 이사회 의결, 자문사 선정 등으로 매각이 늦어지고 그동안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기준금리 인상 등 긴축 정책이 속도를 내면서 더욱 블록딜을 위한 상황은 안 좋아졌다.

그래픽=손민균

특히 매각하려던 한전기술 지분가치는 최근 3개월 동안 1000억원이 넘게 사라졌다. 지난 8월 하순 장중 8만2000원(8월 26일)까지 상승했던 주가는 지난 22일에는 6만4000원(종가 기준)이 됐다. 이 기간 하락률은 21.9%(1만8000원)다. 한전이 매각을 추진하고 있는 564만주의 가치는 1015억2000만원 줄었다.

업계 관계자는 "블록딜에서 지분 매도자(한국전력)가 원하는 가격이 있는데 이 가격에 사 갈 곳이 없으면 매각을 주관하고 자문하는 증권사들도 블록딜을 할 수 없어 거래가 계속 지연되는 경우가 있다"라면서 "수개월째 지연되는 딜도 많다"라고 설명했다. 한전 관계자는 "언제까지 한전기술 지분을 판다는 계획은 정해진 게 없고 기한을 정해놓고 블록딜을 할 계획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블록딜이 미뤄진 6개월여 동안 한전기술의 실적도 악화했다. 지난 14일 공시한 3분기(7~9월) 재무제표에 따르면 한전기술은 이 기간 매출액 1080억3250만원, 영업손실 7억7900만원을 각각 기록했다. 매출액은 전 분기보다 1.8% 줄었고 영업손익은 전 분기 흑자에서 적자로 돌아섰다. 시장의 컨센서스를 밑도는 실적을 기록한 것이다.

메리츠증권은 2023년에도 신고리 5,6호기의 매출 기여가 줄어드는 시기가 될 것이어서 매출액이 올해보다 7.5% 감소할 것으로 예상했다. 다만 2024~2025년 신한울 3,4호기, 2026년 폴란드 신규 원전인 퐁트누프의 매출 기여가 시작되면서 2024년부터는 다시 매출액이 늘 것으로 전망했다.

한편 한국전력은 올해 3분기까지 결산 영업손실이 지난해(-1조1240억원)보다 1842.5% 늘어난 21조8342억원을 기록했다. 6분기 연속 적자고 올해 연간 30조원 이상의 적자가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 40조원까지 적자 규모가 늘 것이라는 예상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