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 달간 국내 증시가 비관론을 뚫고 반등했지만, 일부 개인 투자자들은 지수가 더 하락할 것이라는 데 베팅해 큰 손실을 본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달 코스피지수가 2년 2개월여만에 2200선을 내주자 ‘곱버스’ 상장지수펀드(ETF)를 대거 사들인 탓이다.

인버스(inverse·역방향) ETF는 기초 지수를 반대로 추종하고, ‘곱버스’ ETF는 기초 지수의 역방향으로 2배 연동되는 인버스 레버리지 상품이다. 예컨대 코스피200선물지수가 1% 떨어지면 투자자는 약 2%의 수익을 보는 구조다.

일러스트=백형선

1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달 14일부터 전날까지 개인 투자자들은 ‘KODEX 200선물인버스2X’를 6440억원 순매수했다. 이들은 같은 기간 코스피지수 상승을 두 배로 추종하는 ‘KODEX 레버리지’는 5290억원 팔아치웠다. 두 종목의 거래대금은 각각 13조4740억원, 9조6530억원으로 나란히 ETF 거래대금 1·2위를 기록했다. 두 종목의 거래대금 합은 같은 기간 삼성전자(005930) 거래대금인 22조927억원을 넘는 수준이다.

인버스·곱버스 ETF에 돈이 몰린 이유는 증시 비관론이 팽배해진 영향으로 풀이된다. 코스피지수는 지난 9월 28일 2년 2개월여만에 2200선을 내주기도 했다. 글로벌 경기 침체 우려에 기업들의 실적 전망치도 하향 조정되며 증시 비관론엔 더욱 힘이 실렸다.

증시 방향에 대한 개인 투자자들의 예측이 빗나가며, 이들의 곱버스 투자 손실은 상당할 전망이다. 코스피지수가 최근 한 달간 12.1% 상승했기 때문이다. 같은 기간 ‘KODEX 200선물인버스2X’는 최근 한 달간 20% 넘게 하락했다. 미국 10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예상치를 밑돌며 금리인상 속도 조절에 대한 기대감이 번졌고, 미 달러화에 대한 원화 환율 하락과 중국 제로 코로나 정책 완화 등 여러 요인이 작용했다.

최근 증시가 반등하긴 했지만, 추세적 전환으로 보긴 어렵다는 의견도 나온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CPI 서프라이즈에 글로벌 금융시장은 환호했지만, 재화 소비와 서비스 물가가 꺾인 점이 주된 원인이었다는 점을 생각해봐야 한다”며 “물가 하락 이면에 수요 약화가 가시화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부분이다”고 말했다.

이어 “최근 글로벌 전반적으로 경기 상황은 악화하고, 실적 전망은 하향 조정 중으로 추세적인 증시 상승에 필요한 펀더멘털 동력의 약화는 지속되고 있다”며 “자칫하면 올해 말, 내년 초 경기 침체에 대한 공포와 과도했던 통화정책에 대한 안도감 후퇴가 동시에 일어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