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조원 규모의 토탈리턴(TR) 상장지수펀드(ETF)가 사라질 위기에 놓였다. 기획재정부의 금융투자소득세 도입을 위한 소득세법 시행령 개정에 따라, TR ETF도 매년 결산 및 분배를 할 의무가 생겼기 때문이다.

일러스트=정다운

TR ETF는 배당금을 투자자에게 지급하지 않고 지수에 재투자하는 상품이다. 기초지수 상승분을 얻는 것 외에도 재투자에 따른 복리 효과를 얻을 수 있다.

현행법에 따라 모든 ETF는 매년 1회 이상 결산 및 분배를 해야 하지만, ETF가 지수 구성 종목을 교체함에 따라 발생하는 이익에 대해서는 분배를 유보할 수 있다. TR ETF의 배당금 재투자는 여기에 해당돼 예외 적용을 받아왔다. 그러나 이번 법 개정 과정에서 이 예외 항목이 사라졌고, TR ETF의 배당금 재투자도 불가능하게 됐다. 앞으로는 TR ETF도 매년 분배를 해야 하는 상황에 놓인 것이다.

금융투자 업계에서는 TR ETF가 사라진다면 대규모 자금 유출이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28일 종가 기준으로 국내 TR ETF 시장 규모는 약 6조8500억원에 달했다. 전체 ETF 시장의 8.8%에 해당되는 규모다. 삼성자산운용(60.8%)이 압도적인 1위이며, 미래에셋자산운용(17.2%), 키움투자자산운용(7.7%), NH아문디자산운용(5.3%) 등이 뒤를 잇고 있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TR ETF에만 투자하는 외국계 자금이 있는데, 이 수요는 다른 유형의 ETF로 쉽게 옮겨가지 않는다”며 “만약 TR ETF가 사라지게 된다면 국내 증시에서 추가 자금 유출이 발생할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TR ETF를 결산하지 않고 배당금을 재투자하는 것이 국내 증시에만 존재하는 이례적인 방식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또 다른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미국 등 해외에서는 TR 지수를 추종하는 ETF들도 1년에 한번씩 결산 및 분배를 하고 있다”며 TR 지수 자체가 배당 이익까지 모두 반영해 산출한 지수이므로, 간접적으로 재투자 효과를 얻을 수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