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방영된 ‘성균관 스캔들’은 송중기, 유아인 등을 톱스타 반열에 오르게 해준 작품이다. 조선시대 정조 때 성균관 유생들의 사랑을 그린 성균관 스캔들은 신드롬을 일으키며 당시 설립된 지 3년밖에 안 된 콘텐츠 제작사 래몽래인(200350)을 세간에 알리기도 했다.

2007년 설립된 래몽래인은 시각특수효과(VFX) 업체 위지윅스튜디오(299900)가 지분 20%를 보유하고 있는 최대 주주다. 성균관 스캔들 외에도 ‘불량주부’ ‘그린로즈’ ‘프라하의 연인’ ‘황진이’ 등 작품 기획·제작에 참여했다. 이 같은 콘텐츠 제작 능력을 인정받아 지난해 12월 30일 4년여 만에 코넥스시장에서 코스닥시장으로 이전 상장했다. 지난해 마지막 공모주였던 래몽래인은 일반 투자자 대상 청약에서 2055대 1의 경쟁률을 기록하며 4조6000억원의 증거금을 모았다.

김동래 래몽래인 대표이사가 지난 24일 서울 강남구 사무실에서 조선비즈와 인터뷰하고 있다. /서울IR 제공

지난 24일 오후, 서울시 강남구 래몽래인 본사에서 김동래 대표를 만났다. 그는 방송 스태프부터 시작해 콘텐츠 회사 대표가 되기까지 많은 어려움이 있었음에도 패기와 자신감으로 여기까지 왔다고 했다. 솔직하고 거침없게 질문에 답한 그의 목소리에는 콘텐츠에 대한 남다른 애정이 묻어났다. 향후에는 직접 기획한 드라마 지식재산권(IP)을 해외에 진출시키겠다는 포부도 밝혔다.

래몽래인은 내달 방영되는 ‘재벌집 막내아들’을 제작했다. JTBC와 5대 5 합작으로 제작한 재벌집 막내아들은 ‘60일 지정생존자’, ‘성균관 스캔들’로 필력을 인정받은 김태희 작가와 신예 장은재 작가가 집필을 맡았으며, ‘그녀는 예뻤다’로 연출력을 선보인 정대윤 감독이 연출을 맡았다. 송중기, 이성민 등 유명 배우들이 대거 합류했다. 오는 11월 18일 오후 10시 30분 첫 방송 된다. 금요일부터 일요일까지 주 3회 방영한다. 다음은 일문일답.

-코넥스에서 코스닥으로 이전 상장한 지 곧 1년이다. 소회가 남다를 것 같은데.

“큰 무게감을 짊어졌다. 코스닥 상장으로 많은 주주가 생겼는데,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더 열심히 해야 한다는 채찍을 받는 것 같다. 여러 도움으로 인해 상장됐는데, 좋은 결과로 시장에 보답하기 위해 분주하게 열심히 다니고 있다.”

-지난해 마지막 공모주였다. 공교롭게도 연초부터 증시 상황이 안 좋아졌다. 그래도 코스닥지수가 32% 빠질 때 래몽래인은 18% 떨어지며 선방했다는 평가가 많다.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나.

“시장이 전반적으로 위축돼있긴 하지만, 최근 ‘오징어게임’,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가 잇달아 해외에서 관심을 받으면서 전반적으로 K-콘텐츠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이런 부분에 영향을 받은 것 같다.”

-IPO로 마련된 자금이 IP 확보에 도움이 됐나.

“도움이 많이 됐다. 현재 방영을 앞둔 ‘재벌집 막내아들’ IP 투자도 해당 자금으로 했다. 이외에 예능부터 음악 등 여러 분야에 선투자를 진행하고 있다.”

-드라마 업계에 발을 들이게 된 계기가 궁금하다.

“나는 스태프부터 시작했다. 지금은 스태프 출신 제작자가 종종 있지만, 당시는 내가 처음이었다. 스태프로 일하면서 많은 작품에 참여했다. 프로듀서들은 한 작품으로 1~2년을 하지만, 스태프들은 삶이 녹록지 않으니 여러 작품에 참여한다.

많은 작품에 참여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시야가 넓어졌고, 생각을 확장했다. 제작 환경을 익혔고, 작품들이 편집되고 만들어지는 과정, 작품화되는 모든 과정을 자연스럽게 숙지했다. 그러면서 나름대로 용기가 생겨 드라마 제작으로 본격적으로 발을 들였다.”

-기존에 다니던 회사를 나와 제작 프로듀서(PD) 한 명과 래몽래인을 설립했다. 많은 용기가 필요했을 것 같다.

젊었으니까 가능했다. 실패에 대한 두려움 같은 건 생각을 안 했다. 내 삶이 조금 더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생각했고, 그런 욕망이 앞섰다. 그렇기 때문에 많은 시행착오와 실패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견뎠고 여기까지 왔다.

스태프로 일하면서 한계가 있었고, 날 더 성장시킬 수 있는 목표를 설정해야겠다는 생각에 막연히 창업했다. 회사를 차리고 가장 큰 도움을 준 분은 김은숙 작가님. 제작 한 번 해보지 않은 스태프 출신 무경험자인 나를 도와줬다. 두 달간 김은숙 작가를 쫓아다녔는데, 흔쾌히 도와주셨다.

당시 드라마 제작 벽이 굉장히 높았는데, 그 벽을 깨게 해준 분이 김은숙 작가님이다. 2000년대 초반부터 제작자가 되기 위해 많은 시행착오를 겪었는데, 넘을 수 없는 그 벽을 김은숙 작가 도움으로 넘었다. 같이 ‘프라하의 연인’을 제작하며 도약할 수 있는 큰 힘을 얻었다.”

-현장에서 일해보지 않은 사람과 대표로서 갖는 마음가짐이나 시각이 차이가 있을 것 같다.

“현장을 아니까 어떻게 돌아가는지 이해가 빠르다. 상황 캐치가 잘 되고 수습도 빠를 것이다. 전체적인 설계에 대한 부분들, 가령 제작비 절감이나 운용의 묘 등에 대해서 현장 경험이 있는 제가 더 잘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가장 힘들었던 때는.

“2017년이 가장 힘들었다. 중국 시장을 목표로 2015년부터 중국 시장을 개척하기 위해 현지에 파견해서 2년 동안 준비했다. 중국 드라마를 제작하기도 했고, 수익률도 좋았다. 그리고 중국 드라마를 기획하고 투자해서 제작하기로 합의까지 했다.

그런데 2017년 사드 문제가 불거지면서 중국 콘텐츠와 단절이 됐다. 확 단절됐으면 괜찮았을 텐데 ‘풀릴 거야, 풀릴 거야’ 라는 말을 들으며 계속 기다렸다. 워낙 중국에서 한류 콘텐츠에 대한 수요도 많았기 때문에 단기간에 끊을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기다리는 시간이 길어지다 보니 제작 기간이 길어졌고, 제작비도 많이 초과했다. 당시 코스닥시장으로 이전 상장을 준비하고 있었는데 그런 일이 생겼다. 그 해에만 100억원이 넘는 손실을 봤다. 코넥스시장에서 주가는 2만원 선에서 1000원대로 폭락했고, 시장에서 투자받으려고 해도 당시 시가총액이 몇십억 뿐이니 투자 받기도 어려웠다.

이후 2019년이 되자 또 다른 힘듦이 오더라. 나이가 들고 패기가 떨어지니 동력을 잃었다. 그때 위지윅스튜디오 등의 회사들이 우리 회사를 믿고 투자 해줘서 동력을 다시 얻었다.”

-‘재벌집 막내아들’이 방영을 앞두고 있다. 올해 드라마 판에서 가장 기대되는 작품으로 꼽히는데.

“많은 분이 기대해주시는 만큼 사실 부담이 되긴 한다. 그렇지만 좋은 원작이라고 생각하고, 훌륭한 배우들이 많이 참여했다. 시대를 공감할 수 있는 부분들이 작품 안에 있는데 그 부분들이 시청자들에게 닿으면서 좋은 결과가 나올 거로 생각한다.”

-‘성균관 스캔들’ 급의 파급 효과를 기대해봐도 될까.

“성균관 스캔들은 파급 효과를 기대하고 만들지는 않아서 재벌집 막내아들이랑 결은 좀 다르다. 재벌집 막내아들은 이미 웹소설 때부터 인기가 있었던 작품이기 때문에 사람들 기대치가 높다.

웹소설로 재벌집 막내아들을 접하고 너무 재미있어서 오랜 시간 동안 디벨롭을 했다. 유명한 소설일수록 그걸 살리는 게 더 어렵다고 생각하는데 1980년대 배경을 잘 보여주려고 특수효과(CG) 등 세밀한 부분도 계속 체크하고 있다. 부담은 되지만 기대해봐도 좋다.

재벌집 막내아들은 재벌들의 이야기다. 보면서 연상할 수 있는 부분이 있다. 나이가 드신 분도, 젊은 분도 다 재미있게 볼 수 있을 것이다.

시청률이 잘 나왔으면 하는 마음에서 목욕탕에 가더라도 락카 번호를 두 자릿수 번호로 한다. 30~40%를 기대하는 건 욕심이니, 15~20%를 기대하는 마음에서 그사이 번호로 락카를 쓴다.(웃음)”

-방영 요일이 특이하게 ‘금·토·일’. 이렇게 편성한 이유가 있나.

“특별한 이유라기보다는 올해 안에 끝내고 싶었다. 2022년을 빛내는 작품으로 마무리 짓고 싶은 마음에 특별 편성을 해보자고 했다. 이게 마케팅 전략으로도 먹힌 것 같다.”

-시장에서는 최대주주인 위지윅스튜디오와의 시너지효과에 대해서도 주목하고 있다. 어떤 시너지 효과가 있을까.

“가장 큰 부분은 자금력 아닐까. 재벌집 막내아들도 제작 규모가 커서 위지윅스튜디오에서 자금 투자를 받았는데, 위지윅의 자금을 바탕으로 다양한 작품을 동시에 제작할 수 있다.”

-뉴미디어 쪽으로 사업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고 들었다.

“맞다. 자세히 말할 수는 없지만, 일본에서 할 공연 사업도 준비 중이다.”

-해외 드라마 시장은 어떻게 보나.

“해외 시장은 지각 변동이 있었다. 일본은 예전엔 굉장히 좋았지만, 지금은 정치적 이슈로 반토막이 났다. 중국은 거의 막혀있는 상황이다. 최근에는 미주나 동남아가 약진하고 있다.

전반적으로 K-뮤직, K-드라마에 대한 위상은 전세계적으로 뻗어나가고 있는 것 같다. 한국에 대한 인식 자체, 콘텐츠의 인식 자체가 좋아지고 있어서 앞으로도 해외 시장에 대한 부분은 활성화될 것이라 본다.

콘텐츠 제작사가 해외 시장에서 잘 돼서 미국 나스닥시장에 상장하는 일도 죽기 전에 한 번은 볼 수 있지 않을까.”

-래몽래인 향후 목표는.

“다양한 콘텐츠를 하고 싶다. 아직 도전해보지 않은 영화도 해볼 것이다. 뉴미디어도 계속해서 잘해 나갈 예정이다. 어쨌든 콘텐츠 영역에 있어서 래몽래인이 다양한 콘텐츠를 제작하는 회사로 거듭나고 싶다.

래몽래인이 국내와 해외에서 인정받으면 우리 콘텐츠가 미국이나 다른 나라에서 만들어지는 일에도 참여하고 싶다. 현재 그런 작품을 하나 정도 준비하고 있는데 2023~2024년 안에 나오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우리가 기획한 IP에 할리우드 배우들이 출연할 수 있게끔 만들고 있다.

‘굿닥터’는 한국 IP였는데 미국에 가서 성공했다. 현재 시리즈물로 나오고 있다. 제 2의 굿닥터를 만들고 싶다. 굿닥터는 단순히 리메이크 판권을 판매한 케이스라, 제작사가 미국에서 참여를 못 했다. 우리는 직접 참여를 할 수 있게 할 예정이다. 그런 기회로 발판을 넓히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