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외 증시 변동성이 커지면서 증권사에서 발행하는 주가연계증권(ELS) 쿠폰금리가 일주일 만에 1%씩 뛰고 있다. 자금 조달에 난항을 겪는 증권사들이 두 자릿수 쿠폰금리를 내세워 투자자 유치에 나서고 있지만, 최근 홍콩H지수 급락으로 손실 확정 상품이 증가하면서 실제 자금 유치는 어려운 상황이다.

서울 여의도 증권가./뉴스1 제공

2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키움증권은 S&P500, 홍콩H지수, 유로스톡스50 등을 기초자산으로 하는 2114회, 2115회 ELS 상품을 출시해 오는 27일까지 청약을 진행하고 있다. 쿠폰금리는 각각 최대 연 11.3%, 12.2% 제시했다. 만기 3년으로, 6개월마다 조기상환 기회가 주어진다. 조건이 충족되지 않으면 일부 원금을 잃을 수 있는 상품이다.

지난주 같은 구조로 출시한 상품 대비 수익률은 각각 0.8%P(포인트), 1.2%P 높다. 비슷한 구조의 2116회 ELS는 코스피200, 홍콩H지수, 유로스톡스50을 기초자산으로 하는데, 최대 연 12.4% 금리가 책정됐다. 같은 구조로 전주에 출시된 상품과 비교해 연 수익률이 1.1%P 더 높다.

최근 국내 증권사들은 높은 금리를 제공하면서도 낙인(Knock-In·원금손실구간)이 50% 미만인 저낙인 ELS 상품 출시에 열을 올리고 있다. 기초자산으로 삼는 지수 가격이 충분히 조정받아 추가로 50% 이상 떨어질 가능성이 낮은 점, 높은 수익률을 챙길 수 있는 점 등을 투자 포인트로 내세우고 있다. 유리한 조건의 상품 발행에도 자금 조달은 녹록지 않은 분위기다.

이효섭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ELS는 증권사의 가장 큰 자금 조달원인데, 회사채 시장이 금리가 올라가고 있어서 7~8%정도를 제시해도 자금 조달이 안 되는 상황이다”며 “증권사마다 ELS 자금 조달에 비상이 걸린 상황이어서 최대한 자금을 끌어모으기 위해 단기간에도 더 높은 금리를 붙이고 있다”고 분석했다.

통상 ELS는 조기상환을 받아 다시 ELS에 재투자하곤 하는데, 조기상환이 어려워지면서 자금이 돌지 않고 있어서다. 특히 올해 들어 홍콩H지수(HSCEI)가 36% 넘게 급락하면서 조기상환 지연은 물론 녹인 구간에 진입한 ELS 상품들이 늘어나고 있다.

ELS가 상환되지 않으면서 발행도 줄어드는 추세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ELS 발행액은 23조600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2조원(33,7%) 감소했고, ELS 상환액은 12조9000억원으로 29조7000억원(69.7%)이 급감했다.

ELS 관련 손실이 시장 변동성 확대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ELS는 다수 금융기관에서 운용자금 헷지(방어) 용도로 투자하는데, 손실 구간에 진입한 상품이 늘어날 경우 해당 물량이 시장에 쏟아질 수 있어서다. 예를 들어 ELS는 기초자산으로 홍콩H지수, 코스피, 유로스톡스, S&P500 등을 가장 추종하는데, 이 중 하나만 녹인에 닿아도 헷지 물량을 시장에 팔아야 하기 때문이다.

이 연구원은 “앞서 네이버 주가가 미국 포쉬마크 인수 결정 후 급락하면서 녹인을 건드렸는데, 네이버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ELS 매물이 쏟아지면서 주가가 더 하락했다”며 “홍콩H지수 관련 ELS도 절반 가까이 녹인 구간에 들어온 상황이어서 해당 매물이 시장에 코스피 지수도 함께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