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脫)세계화가 '뉴노멀(New Normal)'로 대두되는 가운데, 경제 블록화의 현주소를 가늠하고 바람직한 투자 전략을 모색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조선비즈는 13일 서울 소공동 웨스틴조선호텔에서 '2022 글로벌 경제투자포럼'을 개최하고 국내외 경제 전문가들의 혜안을 읽는 시간을 가졌다. 글로벌 경제·투자포럼은 올해로 7회째를 맞는 조선비즈의 경제 전문 포럼이다. 매년 국내외 석학들을 초청해 세계 경제의 흐름을 알아보고 앞으로 나아가야 할 길을 모색하고 있다.

최준영 법무법인 율촌 전문위원이 13일 서울 소공동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2022 글로벌 경제투자포럼'에 참석해 강연하고 있다. /조선비즈

이날 연사로 나선 전문가들은 코로나19 팬데믹과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탈세계화가 가속화하고 있다는 데 동의하는 한편, 그 안에서도 특히 어떤 부분을 눈여겨보고 투자 기회를 포착해야 하는지 각기 다른 전략을 제언했다.

김영수 조선비즈 대표이사의 개회사로 문을 연 이날 행사에는 이용우 더불어민주당 의원,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나재철 금융투자협회장 등이 참석해 자리를 빛냈다. 기업 관계자 및 대학생·대학원생들로 구성된 200여명의 청중이 열띤 호응을 보냈다.

◇ 탈세계화는 美 중심 패권질서…"亞 국가 합종연횡" 분석도

첫번째 연사로는 최준영 법무법인 율촌 전문위원이 나섰다. 최 위원은 31만 구독자를 보유한 유튜브 채널 '지구본연구소'로 대중적으로도 잘 알려진 환경·법률 전문가다.

최 위원은 탈세계화를 미국 중심의 새로운 질서 재편으로 정의했다. 우리나라 같은 제조업 위주 국가들은 수익성 악화를 감수하고 새 질서에 동참하는 것이 불가피하다고 분석했다. 아울러 탈세계화가 초래한 공급망 부족이 통화 긴축 등의 매크로(거시) 환경과 복잡하게 얽혀 인플레이션 상승이 장기화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13일 서울 소공동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2022 글로벌 경제투자포럼'에 참석해 축사를 하고 있다. /조선비즈

두번째 연사로 나선 사모펀드(PEF) 운영사 유니슨캐피탈코리아의 김수민 대표는 탈세계화가 가속화한 인플레이션과 금리 인상 속에서 인수합병(M&A) 시장 구조가 어떻게 변할지 진단했다. 김 대표는 "1997년 IMF 외환위기 이후에 그랬듯, 현재 M&A 시장에는 규모 큰 기업들이 매물로 많이 나와있다"며 "한계 상황에 내몰린 기업들을 중심으로 바이아웃(경영권 이전) 딜이 활발히 이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아담 포센 피터슨국제연구소(PIIE) 소장은 특별 강연자로 나서 탈세계화의 개념을 재정의하고 수혜를 볼 만한 업종을 추천했다. 피터슨국제연구소는 미국 워싱턴 D.C.에 본부를 둔 세계적인 비영리 싱크탱크다.

포센 소장은 "미국에서 탈세계화는 1990년 말부터 약 20년 넘는 기간 동안 장기적으로 진행돼온 일"이라며 "탈세계화보다는 세계화의 붕괴라는 용어가 더 적합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세계화의 붕괴 속에서 에너지와 기후, 의료 및 교육 관련 산업이 반사 이익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13일 서울 소공동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2022 글로벌 경제투자포럼'의 모습. 아담 포센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장의 특별 강연이 진행되고 있다. /조선비즈

두 번째 특별 강연자인 치 로(Chi Lo) BNP파리바자산운용 수석시장전략가는 탈세계화의 주요 쟁점 중 하나로 미국·중국의 디커플링(탈동조화)을 꼽았다. 미·중 양국의 교역이 급감하는 대신 중국을 중심으로 한 아시아의 로컬리즘(글로벌리즘에 반대되는 개념)이 부상했으며, 이로 인해 중국 및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아세안) 국가들의 합종연횡이 활발해지고 있다고 그는 설명했다. 미·중 무역 축소에 대한 반대급부로 중국과 아시아 국가들의 경제적 연계가 한층 강해졌다는 얘기다.

◇ 은행·VC·증권 전문가들, 탈세계화 속 투자법 조언

오후 세션에서는 탈세계화와 인플레이션 속 투자 방향에 대한 자본시장 전문가들의 조언이 이어졌다. 오건영 신한은행 WM컨설팅센터 부부장은 "미국은 고물가를 '고질병'으로 만들지 않으려면 지금 당장 기준금리를 대폭 높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올 연말까지 금리를 4.5%로 올린다는 것이 현재 컨센서스(증권사 평균 전망치)인데, 금융 시스템에 이상만 없다면 경제 성장에 어느 정도 지장이 있더라도 금리 인상을 밀고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오건영 신한은행 WM컨설팅센터 부부장이 13일 서울 소공동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2022 글로벌 경제투자포럼'에 참석해 강연하고 있다. /조선비즈

벤처캐피털(VC) 하나벤처스의 김동환 대표는 주요 2개국(G2)인 미국과 중국의 신냉전으로 한국 반도체 산업이 큰 타격을 입을 수 있다고 진단했다. 김 대표는 "국내 반도체 수출 물량 가운데 중국 시장에 대한 수출량이 30%를 차지한다"며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은 향후 10년 간 풀어야 할 과제가 생긴 셈"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탈세계화 흐름 속에서 실제로 매출을 낼 수 있는 콘텐츠·식품·패션 기업, 기업 간 거래(B2B) 중심의 사스(SaaS·서비스형 소프트웨어) 업체 등에 투자할 것을 조언했다.

마지막 연사로 나선 김재은 KB증권 WM투자전략부서장은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확대될 수록 인컴(현금 수익) 확보에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부서장은 매달 같은 인컴을 얻을 수 있는 채권과 월 지급식 주가연계증권(ELS), 배당주, 리츠 등을 좋은 투자처로서 추천했다.

이날 포럼은 김동환 대표, 김재은 부서장과 유승민 삼성증권 리서치센터 이사, 박종연 IBK연금보험 증권운용부장이 참여한 토론 세션으로 막을 내렸다. 최석원 SK증권 지식서비스부문장이 좌장으로서 토론을 진행했다. 연사들에 대한 청중의 질문이 쇄도하는 등 뜨거운 관심이 이어지기도 했다.

13일 서울 소공동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2022 글로벌 경제투자포럼' 토론 세션의 모습. 왼쪽부터 좌장을 맡은 최석원 SK증권 지식서비스부문장(전무), 김재은 KB증권 WM투자전략부서장, 김동환 하나벤처스 대표이사, 유승민 삼성증권 리서치센터 이사, 박종연 IBK연금보험 증권운용부장. /조선비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