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초부터 이어진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사이 전쟁으로 식량 위기 문제가 대두됐다. 기후 위기는 이미 각국의 핵심 이슈로 자리 잡았으며, 주요 글로벌 대기업들도 '넷 제로(Net Zero·탄소 중립)' 달성을 목표로 내세우고 있다. 금융투자업계에서도 관련 투자 상품 출시에 관심이 높다. 넷 제로는 탄소 제로(carbon zero)와 같은 말이다. 개인이나 회사, 단체가 배출한 만큼의 온실가스(탄소)를 다시 흡수해 실질 배출량을 '0′으로 만드는 것을 말한다.

최근 글로벌 투자자들 사이에서도 넷 제로 달성을 위한 투자에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특히 미국의 누빈 내추럴캐피탈(Nuveen Natural Capital)은 '자연자본' 분야에 특화하며 이런 넷 제로 달성을 위한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 자연자본이란 토지, 수자원 등 지구가 가지고 있는 자산을 말한다. 누빈 내추럴캐피탈은 펀드를 형성해 농지, 삼림 등 전 세계에 있는 자연자본에 투자한다.

누빈은 미국 최대 투자기관 중 하나로, 미국 교직원 연금기금(TIAA) 산하의 자산운용사이자 세계 20대 글로벌 자산운용사로 꼽힌다. 전체 운용 자산이 지난 6월 30일 기준 1조1000억 달러(약 1577조원)로 집계됐다. 전 세계 30개 나라에 운용팀을 두고, 950곳 이상의 기관 투자자들과 협력하고 있다.

마틴 데이비스 누빈 내추럴캐피탈 글로벌 헤드가 29일 조선비즈와 인터뷰하고 있다. /누빈 내추럴캐피탈 제공

조선비즈는 지난달 29일 서울 중구 서울파이낸스센터에서 마틴 데이비스 누빈 내추럴캐피탈 글로벌 헤드를 만났다. 데이비스는 28년 동안 농업 분야에서 전문성을 키우며, 자연자본 자산에 대한 투자를 이끌었다. 누빈 내추럴캐피탈에 합류하기 전에는 BNY 멜론(Bank of New York Mellon)의 자산관리 자회사인 인사이트 인베스트먼트(Insight Investment)에서 기관투자자 자본을 뉴질랜드, 호주, 루마니아, 폴란드 및 칠레의 농지에 투자하는 업무를 주도하기도 했다.

어렸을 적 농장에서 자랐던 경험을 토대로 자연자본 투자 전문가가 된 그는 "글로벌 GDP의 50%가 자연자본에서 발생하고 있을 만큼 자연자본은 매우 중요한 자산"이라면서 "자연자본은 인플레이션 헤지(위험 회피) 수단"이라고 했다. 자연자본은 경제 사이클과 특별히 관계없는 삶의 필수품이기 때문에 안정적인 수익을 낼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다음은 일문일답.

-자연자본이라는 개념이 투자자들에게 생소할 수도 있을 것 같다.

"자연자본 자산이란 기본적으로 지구가 가지고 있는 자산을 말한다. 지구의 자산이 없다면 사실상 지구의 모든 것도 제대로 기능을 하지 못할 것이다. 토지, 수자원, 생태계 등이 자연자본에 속하고, 이와 함께 생태계가 제공하는 서비스, 가령 식품, 목재, 섬유 등도 포함된다. 글로벌 국내총생산(GDP)의 50%가 이런 자연자본에서 발생하고 있다. 자연자본은 매우 중요한 자산이다."

-자연자본이 중요한 이유는.

"자연자본 자산은 우리 삶의 필수품들을 생산한다. 그래서 안정적인 수익을 낼 수 있고, 그렇기 때문에 자연자본 자산은 인플레이션 헤지 수단이 되기도 한다. 예를 들어 농지 같은 경우는 식품을 생산하는데 이 식품, 음식이 소비자물가지수(CPI)에 큰 비중으로 편입돼있다. 그렇기 때문에 이런 식품을 생산하는 농지는 인플레이션에 대해서 헤지 수단이 될 수 있는 것이다."

-구체적인 투자 방식이 궁금하다.

"일단 투자 운용사로서 펀드를 형성한다. 그 펀드가 농지나 삼림 등 각종 자연자본 자산에 투자하는 것이다. 펀드는 우리 모회사인 TIAA가 자본을 제공하기도 하고, 이 펀드를 통해서 다른 투자자들도 우리와 함께 투자하기도 한다.

농지에 투자한다고 하면 현지 농부들에게 농지를 임대한다. 그 농부들이 옥수수, 대두, 밀, 아보카도, 체리 등을 기른다. 그럼 우리는 그 농지 인프라에 투자한다. 농지에서 생산을 끌어올릴 수 있게 한다. 또한, 이런 자산(농지)이 장기간 토지로서 가치를 계속 가질 수 있도록 투자를 지속한다.

또 농지 생산의 효율성을 높이면 탄소 발자국도 줄일 수 있다. 가령, 작물을 생산하는 데 있어서 탄소가 가장 많이 배출되는 원인이 질소 비료 사료인데, 질소 비료 사용을 줄이기 위해 정밀 농업을 사용할 수 있게 한다."

-30여 년 동안 이쪽 분야에서 일했다. 계기가 궁금하다.

"누빈에서 일을 한지는 8년이 됐다. 개인적으로 자연자본 쪽(농지, 삼림)에 투자한 것은 30년이다. 어렸을 때 농장에서 자랐던 게 계기가 됐다. 내 DNA에는 농지가 들어있다. (웃음)"

-자연자본 쪽에 미국이나 유럽 기업들의 관심이 큰 편인가.

"유럽에서는 유럽연합(EU)의 택소노미(탄소중립에 관한 녹색분류체계) 등 새로운 입법들이 도입되면서 유럽 지역의 투자가 많은 편이다. 그러나 최근 들어서는 아시아도 '넷 제로' 혹은 탄소 감축 목표량 등과 관련해서 이러한 자연자본에 대한 관심이 생겨나고 있다."

-자연자본 투자에도 리스크가 있을 것 같은데.

"자연자본 자산이 가지고 있는 리스크는 다른 자산군과는 좀 다르다. 곡물과 작물, 나무를 키우는 데는 날씨 리스크가 있고, 기후변화 리스크가 있고, 원자재 가격 변동성의 리스크가 있다. 또한 정부의 개입 혹은 규제를 받을 수 있는 리스크들도 있다.

그러나 다른 자산군에 비해서 자연자본은 시장이 하락세일 때에도 회복력이 훨씬 높다. 우리는 2000년대 초반에 기술주의 버블이 터지는 것을 경험했고, 글로벌 금융위기도 경험했다. 최근에는 신종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위기도 경험했다. 이런 위기상황들을 비춰볼 때 자연자본 자산은 상대적으로 영향을 덜 받는다. 또 자연자본 자산에 투자하더라도 국가와 지역, 작물 등을 적절하게 배분해서 투자하면 리스크도 어느 정도 회피가 가능하다."

-자연자본 투자에서 누빈 내추럴캐피탈만의 강점은.

"첫 번째로는 경험이 많다는 점이다. 자연자본에 투자하는 데 있어서 농지 같은 경우는 이미 35년의 투자 경험이 있고, 삼림지는 25년의 투자 경험이 있다. 두 번째로는 글로벌한 투자 플랫폼을 운영하고 있다는 것이다. 현재 10개국의 자산을 가지고 있는데, 투자하는 현지에서 일하는 인력은 230명 정도다."

-자연자본 시장을 어떻게 전망하나.

"매우 견조하고 강력하다고 본다. 인류의 식량 소비가 늘고 영양실조 등에 빠진 사람들을 줄이기 위해 식량 생산을 크게 늘려야하는데 토지는 한정돼 있다. 효율성을 높이는 방식으로 토지를 운영해야 하는 것이다. 여기에 투자가 필요할 것이고 자연자본에 대한 투자가 늘면 시장도 커질 것이다."

-미 연방준비제도(연준·Fed)가 3연속 '자이언트 스텝'을 단행했다. 글로벌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커지고 있는데 누빈은 이 시기 어떻게 자산을 관리하고 있나.

"현재 시장의 변동성이 매우 크다. 주식 가치도 많이 하락했고, 많은 통화가 약세를 보인다. 이런 환경에서 투자 자산을 보호하기 위해 분산 투자를 많이 한다. 자연자본 자산이 전통 금융 자산에 비해 현재와 같은 시장 상황에서는 크게 영향을 받지는 않지만, 그래도 굉장히 신중하게 시장의 영향을 분석한다.

누빈 안에는 글로벌 투자위원회가 있는데, 한 달에 한 번씩 자산별 상황이나 시장 상황을 이야기하면서 투자자들을 보호하기 위해 많은 논의를 한다. 모회사인 TIAA의 제너럴 어카운트가 어떻게 포지셔닝 돼 있는지 간략하게 설명해주자면, 전체 투자 자산에서 84%가 채권에 배분돼있다. 나머지 16%는 대체 자산에 투자돼있다."

-TIAA같은 미국 출자자(LP)들의 요즘 상황은 어떤가.

"TIAA 뿐만 아니라 요즘 트렌드는 주식에서 대체 자산으로 눈을 돌리는 것이다. 포트폴리오의 다변화와 포트폴리오의 회복력을 위해서도 대체 자산에 대한 투자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아울러 미국 같은 경우에는 투자자들이 요즘 넷 제로 타깃에 관해 관심이 있다. 투자자들이 이제는 자신의 포트폴리오 내에서도 넷 제로를 구현해야 하지 않을까 고민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그래서 삼림지나 농지 투자 혹은 신재생에너지 투자 등에 투자자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은.

"모회사인 TIAA도 2050년까지 '넷 제로'를 달성하겠다는 입장이다. 우리도 그런 목표를 달성할 수 있도록 투자하고 있다. 또 앞으로 한국 투자자들과 농지 외에도 삼림지 등 다양한 자연자본 자산에 함께 투자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