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폭스바겐그룹이 계열사인 스포츠카 브랜드 포르쉐의 기업공개(IPO)를 추진하면서 포르쉐와 관련이 있는 국내 기업들의 주가도 급등하고 있다. 포르쉐 관련주로 불리는 일부 기업은 10여 일 만에 주가가 40~50% 가까이 오른 곳도 있다. 포르쉐는 빠르면 이달 말부터 IPO 절차를 시작해 연내 상장을 목표로 하고 있고 시장에선 기업가치가 최대 850억 유로(약 116조원)에 달할 것으로 본다.
2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포르쉐 관련주로 꼽히는 대표적인 기업은 코리아에프티(123410)다. 코리아에프티는 포르쉐에 카본 캐니스터를 공급하는 곳이다. 카본 캐니스터는 연료탱크 내에 발생하는 증발 가스를 활성탄으로 흡착해 엔진이 작동할 때 연소하도록 해 대기오염을 방지하는 부품이다. 코리아에프티는 포르쉐뿐 아니라 볼보, GM 등 글로벌 자동차 기업에 카본 캐니스터를 공급하고 있다.
주가는 포르쉐 상장 소식에 크게 반응했다. IPO 소식이 알려지기 전인 지난 5일 종가가 2660원이었지만 이후 급등해 지난 20일에는 3955원까지 상승하며 거래를 마쳤다. 9거래일 동안 48.6%(1295원) 상승했다. 지난 15일에는 장중 4315원까지 오르며 52주 신고가를 기록했다.
엔진·변속기·전기차 부품을 만드는 알루미늄 다이캐스팅(정밀 금속주조) 전문업체 삼기(122350)도 포르쉐 상장에 주가가 빠르게 반응한 곳이다. 포르쉐를 비롯해 현대차(005380)·기아(000270) 등 주요 글로벌 완성차업체에 엔진 속 실린더 블록과 변속기의 핵심 부품인 밸브보디, 전기차 배터리의 안전을 책임지는 외장 부품인 엔드플레이트 등을 공급한다. 주가는 5일 3230원(종가 기준)이었지만 지난 20일에는 4520원까지 상승했다. 상승률은 39.9%(1290원)다.
인팩(023810)(7400원→8550원‧15.5%)과 성호전자(043260)(1435원→1570원‧9.4%)도 포르쉐 관련주로 언급되는 곳이다. 인팩은 포르쉐의 준대형 전기 스포츠 세단인 타이칸(Porsche Taycan)에 들어가는 전자제어 서스펜션 시스템의 공기 제어 밸브를 공급하는 기업이다. 성호전자는 전기차용 필름콘덴서의 부품인 증착 필름을 제작하는데 포르쉐 필름콘덴서에 이 증착 필름이 들어간다. 필름콘덴서는 필요한 경우에만 전기를 방출해 전자제품의 원활한 작동에 도움을 주는 부품이다.
포르쉐 관련 기업들의 주가가 들썩이는 것은 포르쉐가 IPO를 한 후 강화된 자금력을 바탕으로 향후 부품 공급계약을 늘리는 등의 사업확장을 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일부 반영된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유럽에서 보기 드문 초대형 IPO가 예상되면서 주가가 기대감을 먼저 반영한 것이다.
앞서 지난 5일(현지 시각) 폭스바겐그룹 이사회는 온라인 성명을 발표하고 9월 말에서 10월 초에 포르쉐 IPO 절차에 들어가 연내 상장을 마무리하겠다고 밝혔다. 포르쉐의 기업가치가 600억~850억 유로(약 82조~116조원)로 시장은 전망한다. 시장조사업체 레피니티브(Refinitiv)는 포르쉐의 기업가치가 최상단인 850억 유로로 확정되면 독일 역사상 최대 규모이자 지난 1999년 이후 유럽에서 가장 큰 규모의 IPO가 될 것으로 봤다.
그러나 금융투자업계 전문가들은 포르쉐가 IPO를 한다고 해도 부품 공급 기업들의 기업가치(펀더멘털)에 큰 영향을 주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한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일종의 테마주로 일시적으로 주가가 상승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면서 "기업가치의 변화가 없는 만큼 주가가 다시 내려갈 가능성이 크다"라고 말했다. 이재일 유진투자증권 연구원도 "포르쉐 IPO가 부품 공급 기업들의 실적에는 큰 영향이 없을 것 같다"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