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학개미(해외 주식에 투자하는 개인투자자) 김모(30)씨는 지난해 말 샀던 테슬라 주식을 최근에 처분했다. 달러 기준 15%가 넘는 손실을 봤지만, 원화로 환산했더니 오히려 1% 수익을 봤다. 환율 상승에 따른 환차익 덕분이다. 김씨는 “달러가 비싸져서 손실이 좀 줄겠다는 기대는 했지만 수익이 날 거라곤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미 달러화에 대한 원화 환율(원·달러 환율) 상승에 따라 김씨처럼 미국 주식에 투자한 이들이 환차익 덕분에 상대적인 이익을 보고 있다.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긴축 기조와 유럽 경제 악화 등으로 달러화가 강세를 보이면서 달러화에 베팅한 서학개미들이 쏠쏠한 수익을 얻고 있는 셈이다.

일러스트=정다운

30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올해 들어 서학개미가 가장 많이 사들인 종목은 테슬라다. 테슬라 주가는 올해 초 1199.78달러에서 29일 284.82달러로 주저앉았다. 테슬라가 최근에 3대1 액면분할을 했는데 액면분할 전 기준으로는 854.46달러다. 액면분할을 제외한 실질 가치는 종가 기준 28.78%나 하락했다.

하지만 환율을 적용하면 손실률은 크게 줄어든다. 만약 투자자가 1월 3일 테슬라를 1주 매수했다면 가격은 당시 환율 종가 기준(1191.78원)으로 약 142만원이다. 이때 산 주식을 현재 환율 수준(1346.7원)으로 환산하면 약 115만원이다. 달러로 보면 테슬라 주식은 이 기간 28%가 넘게 빠졌지만, 환율을 고려한 손실률은 19%로 9% 정도 만회한 셈이다.

이런 상황을 기회 삼아 미국 주식 처분에 나서는 투자자들도 늘고 있다. 서학개미들의 해외주식 보관금액은 지난달 627억달러(약 83조원)에서 이달 말 기준 500억달러(약 67조원)로 127억달러(약 17조원) 감소했다. 환율이 상승하면서 보유한 주식을 팔아 환차익을 노리는 것이다.

그래픽=손민균

환율은 계속 고공행진 중이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3.7원 내린 1346.7원에 거래를 마쳤다. 전날엔 장 중 1350원을 돌파하기도 했는데, 이는 2009년 4월 29일(고가 기준 1357.5원) 이후 약 13년 4개월 만이다.

환율이 치솟는 이유는 파월 의장의 매파(통화긴축 선호)적 발언 때문이다. 파월 의장은 지난 26일(현지시각) 미국 와이오밍주 잭슨홀에서 열린 경제정책 심포지엄에서 “연준의 목표는 인플레이션을 2% 목표로 되돌리는 것”이라며 “지금은 금리인상을 멈추거나 쉬어갈 때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물가 안정을 회복하려면 시간이 걸리며, 당분간 긴축적인 정책 기조를 유지해야 할 것”이라면서 경기 침체를 감수하고서라도 치솟는 물가를 잡기 위해 금리를 올리겠다는 의사를 분명히 밝혔다.

전규연 하나증권 연구원은 “하반기 미 달러화는 연준의 정책 기조와 미국과 유럽의 경기 체력 차이를 반영해 강보합 흐름을 이어갈 것”이라며 “원·달러 환율의 추가 상승 가능성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